2024년 4월 28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51) 주님의 자비는 우리에게 새날을 열어 준다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루카스 크라나흐 작품 ‘간음한 여자와 예수’/ 잡혀온 여자 간신히 몸을 지탱하며 서 있어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 루카스 크라나흐(Lucas Cranach, 1472~1553), ‘간음한 여자와 예수’, 1532년, 템페라, 예술 미술관, 부다페스트, 헝가리.
 
 
루카스 크라나흐(Lucas Cranach, 1472~1553)가 그린 ‘간음한 여자와 예수’에는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다. 작품의 가운데에는 예수님께서 서 있고 그분의 양쪽에는 고발자와 제자들이 이 광경을 바라보고 있다. 오른쪽 앞에는 간음하다 붙잡혀 끌려 온 여자가 간신히 몸을 지탱하며 서 있다.

요한복음(8,1-11)에는 이 작품과 관련된 내용이 자세히 묘사돼 있다.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간음하다가 붙잡힌 여자를 예수님 앞에 끌고 왔다. 그리고 예수님께 이 여자를 율법에 따라 돌로 쳐 죽여야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예수님께서 그를 죽이라고 하면 로마 제국의 법질서를 어기는 것이며 무자비한 자로 비춰질 것이다. 반대로 살려주라고 하면 율법의 규정을 어겼다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이 사건을 이용해서 예수님을 처치하려고 간계를 꾸민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거의 초죽검이 된 여자의 한쪽 팔을 잡아 일으켜 세우신 다음 사람들에게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요한 8,7)하고 말씀하셨다.

예수님의 이 말씀을 듣고 사람들이 하나씩 하나씩 떠나갔다. 마침내 그 자리에는 자비 가득하신 예수님과 그 자비를 필요로 하는 여자만이 남았다. 그 여자는 죄악과 죽음의 상황 속에서 선함과 생명의 원천이신 주님을 만나 용서를 받고 구원의 새 삶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가거라.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요한 8,11)는 예수님의 말씀이 여인에게 새로운 삶을 열어 주었다.

모두가 떠난 곳에 예수님과 여자만이 남았던 것처럼 성당의 고해소에 들어가면 하느님과 죄를 지은 사람만이 남게 된다. 그곳에 있는 사제는 단지 주님을 대리해 죄를 용서해 줄 따름이다. 성당의 좁은 고해소에는 언제나 하느님의 용서와 사랑으로 가득하다. 우리가 고해성사를 통해서 자신의 잘못을 뒤돌아보고 뉘우치고 고해하면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용서와 자비를 넘치도록 베풀어 주신다. 주님의 자비는 우리에게 새날을 열어 준다.


 
▲ 그리스도는 죄의 현장에서 잡혀온 간음한 여인을 손으로 가르키고 있다.
 

 
▲ 고발자의 손에는 여인을 치려는 돌맹이와, 허리춤의 칼손잡이를 잡고 있다.
 

부활대축일을 앞둔 요즈음 모든 성당에서는 신자들에게 판공성사를 주느라 여념이 없다. 우리 본당에서도 미사 전·후에 고해성사를 주고 있지만 고해소 앞은 언제나 이 성사를 보기 위해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그 긴 줄을 보면 때로는 저 많은 사람에게 언제 다 고해성사를 줄 수 있을지 걱정도 되지만, 자신의 죄에 대해 용서를 청하고 새롭게 살고자 하는 모습에 감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주일 미사 후에 고해성사를 다 주었을 무렵에 한 젊은이가 고해소 안으로 급히 들어왔다. 그러나 그는 침묵을 지키며 아무런 죄도 고백하지 않았다. 몇 마디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는 성당 옆에 있는 개신교에 다니는 신자였는데 고해성사를 달라고 했다. 나는 그를 고해소 밖으로 데리고 나와 마리아 정원의 의자에 앉아 고해성사가 아닌 신앙 상담을 해 주었다.

그는 주일마다 예배에 열심히 참석하지만, 자신의 죄에 대해서 하느님께서 정말로 용서해 주시는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가톨릭교회에는 죄의 용서를 직접 선언해 주는 고해성사가 있다는 말을 듣고 찾아왔다고 했다. 비록 자신이 고해성사를 보지는 못했지만, 고해소 안에 들어간 것만으로도 하느님의 용서를 체험한 것 같았다며 무척 고마워했다. 그와의 만남을 통해서 우리 교회 안에 있는 여러 성



가톨릭신문  2013-03-17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28

시편 31장 18절
주님, 제가 주님을 불렀으니, 수치를 당하지 않게 하소서.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