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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스테인드글라스 이야기] (8) 티에리 부아셀(Therry Boissel, 1962~ ) : 독일 노이비베르크 장례식장 경당(2000년 완성)

경당, 삶에서 죽음으로 향하는 문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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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에리 부아셀을 처음 만나 현대 스테인드글라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는 친절하게도 뮌헨 인근에 위치한 대표적인 작품들을 함께 돌아볼 것을 제안하였다. 그리하여 다음날 부아셀과 필자는 뮌헨 쿤스트아카데미에서 건축 유리를 연구 중인 두 학생과 함께 작품을 보러 나서게 되었다. 여러 작품을 돌아보고 나서 그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작품이 설치되어 있는 노이비베르크의 장례식장 경당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 장례미사를 치루고 슬픔을 달래고 있는 가족의 모습을 마주하게 되었다. 마지막 인사와 함께 죽은 이를 떠나보내며 상실감과 그리움으로 슬퍼하는 이들이 머물다 가는 그곳에서 필자가 마주한 부아셀의 작품은 예상 밖의 분위기를 연출해내고 있었다. 그의 작품은 투명하고 생동감 있는 빨강, 노랑, 오렌지색 그리고 점점 사라져가는 듯 연출된 푸른색을 메인컬러로 배치하면서 창 전체를 색유리로 에워싸지 않고 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작품의 일부가 되어 경당 내부와 외부가 상호 소통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었다. 노이비베르크 장례식장 경당 건축은 “삶과 죽음, 시작과 끝의 샛길에 대한 상징”을 주요 테마로 하고 있다. 경당 건축의 주제 설정과 각 요소의 배치는 지역의 지리적 특성과 깊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었다. 새롭게 설계된 도시 광장에서 시작되어 그린벨트를 따라 이어지는 길은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는 인생 여정을 상징하며 장례식장까지 이어지고 있어 이곳 경당은 삶에서 죽음으로 향하는 문을 상징한다. 경당 중심축과 나란히 놓인 돌에서 샘솟는 물이 만들어낸 운하는 이 길을 계속 이어가 십자가가 놓인 맞은 편 멀리의 언덕에서 끝이 나고 있었다.

티에리 부아셀은 이렇게 지형적인 특징을 아우르는 상징성이 내포된 경당 건축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면서 자신만의 색채와 빛으로 한층 생명감을 더한 공간을 창조하였다. 그는 제대 쪽의 창에 이동이 가능한 슬라이딩 도어 형식의 색유리 문을 덧대어 이미 존재하는 건축 창에 리듬감을 부여하고 실내로 유입되는 빛의 양을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미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두 색유리 문을 닫아놓아 외부 풍경에 시선이 가지 않도록 하여 집중도를 높이고 미사가 끝날 무렵 다시 문을 열어 운하와 멀리 언덕에 보이는 십자가로 시선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하였다. 이처럼 미사 중 색유리 창을 여닫는 행위는 죽음을 맞이한 영혼을 하느님 나라로 평화로이 떠나보내는 의식을 보다 가시적인 형태로 체험하게 해준다.

부아셀은 밀도 있는 명쾌한 원색을 과감하게 사용하는 작가이다. 엄숙한 의식이 치러지는 이곳에서도 그는 자신의 색채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창에 사용된 색은 각기 그리스도교의 상징을 내포하고 있다. 노란색은 천상의 빛을, 푸른색은 천국과 희망을 그리고 붉은색은 땅, 생명의 피, 힘을 상징한다. 기하학적으로 구성된 다소 엄격한 분위기의 경당 건축 구조는 스테인드글라스의 색과 빛의 작용으로 새로운 옷을 입게 되었다. 노이비베르크 장례식장 경당의 스테인드글라스에서 부아셀은 건축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색채 언어를 구사하여 내용과 형식 그 어느 쪽에도 치우침 없이 건축공간과 한 몸이 되어 존재하는 빛을 우리에게 제시한다.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생명감을 체험하게 한다.


 
▲ 독일 노이비베르크 장례식장 경당의 스테인드글라스. 티에리 부아셀 작.
 
정수경(카타리나·인천가톨릭대학교 강의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3-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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