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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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문화산책] <11> 묵주기도와 함께하는 가톨릭미술(3)

12살 소년 예수, 원로 율법학자도 감탄케 한 슬기로움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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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른베르크에서 태어난 알브레히트 뒤러(1471~1528)의 `율법학자들 가운데 선 예수`는 루카복음 2장을 그린 작품이다.

 요셉과 마리아는 파스카 축제를 지내고자 12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 예수를 데리고 예루살렘으로 갔으나 아들을 잃었다가 사흘 뒤 성전에서 찾는다. 성전에서는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그림은 온통 사람들로 빽빽하다.

 뒤러는 성전에서 어린 예수가 율법학자들과 열띤 논쟁을 펼치는 모습을 원근법적 공간 개념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인물 흉부의 인상과 동작에만 초점을 맞춰 표현한다. 인물의 성격과 감정은 얼굴 묘사와 손동작을 통해 생생히 전달된다.
 
 작품 : 알브레히트 뒤러 작, `율법학자들 가운데 선 예수`             (65×80㎝, 1506년, 마드리드 티센-보르네미사 미술관)

 ● 환희의 신비 5단 : 마리아께서 잃으셨던 예수님을 성전에서 찾으심을 묵상합시다
 ● 묵상 단어 : 잃어버림, 찾으심, 기쁨



 

 #소년 예수의 가르침

 그림 중앙에 건강하게 윤기 흐르는 모발을 가진 12살 소년 예수가 있다. 주변에는 율법학자 여섯 명이 아무것도 없는 배경에 원형으로 배열돼 그려진다. 시선은 소년 예수의 얼굴에 초점이 맞춰 있다. "`너희는 내 얼굴을 찾아라`하신 당신을 제가 생각합니다. 주님, 제가 당신 얼굴을 찾고 있습니다"(시편 27,8).

 화면 전체를 지배하는 소년 예수는 마치 제자들에게 뭔가 설명하는 선생님처럼 손가락을 하나하나 꼽으며 자기 생각을 풀어놓는다. 예수의 슬기로움에 율법학자들은 놀라움과 호기심을 보인다. 예수와 같은 위치에서 쭈글쭈글하고 주름진 피부에 기이한 얼굴로 표현된 율법학자는 혼란스럽고 날카로운 인상이다. 이 율법학자의 심리는 거칠고 굽은 손마디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반듯한 논리로 자신의 생각을 하나하나 풀어놓는 소년 예수의 손동작과는 대조적이다.

 "사흘 뒤에야 성전에서 찾은 예수는 율법교사들의 말을 듣기도 하고 그들에게 묻기도 하고 있었다"(루카 2,46). 어린 예수를 잃은 부모는 슬픔에 빠져 사흘이나 찾아 헤매다가 성전에서 예수를 발견하고 기뻐한다. 잃었던 예수를 다시 찾았다는 데서 우리는 예수의 부활을 상기할 수 있다. "사람의 아들은 죄인들의 손에 넘겨져 십자가에 못 박히셨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셔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루카 24,7).
 
 #각기 다른 개성의 율법학자들

 율법학자들 얼굴은 활기찬 모습에서 무기력함과 우울함, 날카로움까지 각양각색이다. 젊고 깨끗한 예수 얼굴과는 대조적으로 튀어나온 턱과 두꺼운 입술, 깊게 팬 주름투성이의 예수 오른편 율법학자는 세상의 온갖 때에 찌든 모습이다. 그는 소년 예수의 말이 한낱 어린아이의 말에 불과하다는 듯 오히려 예수에게 무엇인가 말하려 한다. 그러나 예수의 손과 마주한 그의 손동작은 예수의 지혜로움 때문인지 불안해 보인다.

 이와 달리 다른 율법학자들은 소년 예수의 말에 감탄하며 경청하거나 그 말이 옳은지를 확인하려 한다. 왼쪽 아래 율법학자는 책을 완전히 덮고 예수의 말만 경청한다. 성경 구절이 적힌 종이를 머리에 붙이고 있는 것으로 미뤄 율법대로 살아가는 경건한 사람임을 알 수 있다. 권위를 가질 법한 위치의 이 율법학자는 소년 예수의 말에 푹 젖어 눈을 떼지 못한다. 소년 예수 역시 맑고 티 없는 눈빛으로 자신의 말을 듣는 율법학자와 시선을 마주하며 교감한다.

 오른쪽 아래 길고 흰 수염을 가진 노장의 율법학자는 성경을 펼쳐 들고 예수의 말을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맞은편 동료에게 눈길을 비춘다. 그의 얼굴에선 내성적이며 우울한 성격이 읽힌다. 이 율법학자의 우울한 빛과는 달리 왼쪽 위 율법학자는 젊고 날카로운 눈으로 성경을 뒤적이며 소년 예수의 말을 확인한다. 오른쪽과 왼쪽 구석에 있는 두 인물은 두려움과 경계의 눈빛을 띨 뿐 무관심한 표정이다.

 예수를 둘러싼 율법학자들은 율법의 전통과 토라를 따르지만, 예수의 가르침(Didaskalis)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의 말을 듣는 이들은 모두 그의 슬기로운 답변에 경탄하였다"(루카 24,47). 노장의 현인들은 놀라움과 경이로움, 두려움과 불편함을 드러낸다. 그러나 예수의 권한은 "새롭고 권위 있는 가르침이다"(마르 1,27). 과연 우리는 예수의 말씀에 어떤 표정과 동작을 취할 것인가?
 
 #마음의 동작, 손

 소년 예수의 손에서 율법학자들의 다양한 동작의 손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 손도 움직임이 헛되지 않다. 손 동작은 단지 감상자의 눈을 즐겁게 하거나 공간을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다. 동작은 등장 인물의 마음 상태를 명확히 드러낸다. 제각기 다른 표정과 손동작이지만 그들의 일치점은 인생 경험을 나타내는 손마디, 그리고 성경 내용과 성전의 신성한 공간을 신뢰하는 손이다.

 이 그림에는 얼마나 많은 손이 표현되어 있는가! 우리는 얼마나 복음적 봉사를 손으로 할 수 있을까? 인사하는 손과 안내하는 손, 포옹하는 손, 사랑하는 손 등 다양한 손 동작이 예수의 메시지와 일치할 때 비로소 `그리스도교적 행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음-머리-손과 예수의 말씀 간의 일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작품 : 렘브란트 작, `성전에 예수님을 봉헌함`
            (60×48㎝, 1631년, 헤이그 마우리츠호이츠 왕립미술관)

 ● 환희의 신비 4단 : 마리아께서 예수님을 성전에 바치심을 묵상합시다
 ● 묵상 단어 : 봉헌, 빛, 마음 속 생각

 


 빛은 태양이나 다른 어떤



가톨릭평화신문  2013-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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