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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53) 어린이의 작은 눈에는 맑고 푸른 큰 하늘이 담겨 있다

어린이들을 사랑하시는 예수님/ 어린이들과 작고 힘없는 사람들/ 우선적으로 축복해주심을 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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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영심(1946~ ), “어린이들을 사랑하시는 예수님”, 유리화, 1994년, 애덕의 집, 벽제, 경기.
 
 
유리화가 최영심(1946~)은 애덕의 집에 신·구약의 주요 장면을 몇 점의 유리화로 제작했다. 애덕의 집에 있는 여러 장애인들은 샬트르 성 바오로회 수녀님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 작고 보잘것없는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끌어안으신 예수님의 사랑이 그곳에서 헌신하는 수도자들과 봉사자들을 통해서 장애인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유리화 ‘어린이들을 사랑하시는 예수님’은 애덕의 집의 성당을 장식한 아름다운 유리화 가운데 한 점이다.

가운데 서 계신 예수님께서는 한 아이를 양팔로 감싸주며 사랑 가득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예수님께 안긴 아이도 평화로운 표정을 지으며 그분을 쳐다보고 있다. 그 앞의 엄마들은 품에 아기를 안고서 예수님의 축복을 기다리고 있다. 예수님 뒤의 제자들은 다양한 표정을 지으며 주님 품에서 행복한 표정을 짓는 아이를 바라보고 있다. 이 작품은 예수님께서 어린이뿐만이 아니라 아이처럼 작고 힘없는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사랑해 주셨다는 것을 알려준다. 왜냐하면 그들도 모두 하느님 아버지의 모상을 닮게 창조된 소중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유리화 ‘어린이들을 사랑하시는 예수님’과 관련된 성경 내용은 마태오 복음에서 찾아볼 수 있다. 어느 날 제자들이 예수님께 하늘나라에서 누가 가장 큰 사람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예수님께서는 어린이 하나를 불러 그들 가운데 세우신 후에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가 회개하여 이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이 어린이처럼 자신을 낮추는 이가 하늘나라에서 가장 큰사람이다. 또 누구든지 이런 어린이 하나를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마태 18,3-5)


 
▲ 예수님께 안긴 아이가 평화로운 표정을 지으며 그분을 쳐다보고 있다.
 
 
지금 장안동 성당의 마리아 정원과 요셉 정원에는 새싹이 앞다투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정원 한쪽에 서 있는 커다란 벚나무는 며칠 전부터 수만 송이의 하얀 꽃을 피워 성당을 아름답게 꾸며주고 있다. 또한 주말이면 성당 마당은 새싹 같은 어린이들의 놀이터로 변화되고 그 놀이마당은 어느새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와 해맑은 웃음으로 가득 찬다. 엄마의 품에 안겨 잠든 아기는 성당에 와서도 꿈나라에서 미사에 참석하고, 겨우 입을 뗀 아기들은 미사 중에 계속 “아멘! 아멘! 아멘!”하면서 하느님께 찬미의 노래를 부른다.

며칠 전 평일 저녁미사의 집전을 위해 소성당에 들어가는데 신발장 부근에 목발이 하나 놓여 있었다. 목발을 짚으면서까지 미사 참례를 위해 성당에 온 열심한 신자가 누구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사 봉헌을 위해 제단 앞으로 입장하면서도 나는 신자들의 얼굴이 아니라 발만을 쳐다보았다. 제단 가까이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붕대를 감은 작은 발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미사 후에 나는 성당 문밖에 있던 목발을 들어 작은 발의 주인공에 전해 주었다. 초등학교 5학년인 박 프란체스카는 우리 성당의 복사인데 며칠 전에 넘어지는 바람에 발을 다쳐서 목발을 짚었던 것이다. 목발에 의지하며 지냈던 프란체스카는 드디어 다음날이면 붕대를 풀고 목발 없이도 걸을 수 있게 됐다며 배시시 웃었다. 다시 걸을 수 있도록 해 주신 예수님께 감사드리기 위해 미사에 참석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하느님이 돌보아주시지 않았다면 더 크게 다쳤을 거예요. 그리고 이렇게 빨리 낫지도 않았을 거예요!”

엄마의 손을 잡고 뒤뚱거리며 성당 마당을 오가는 아기들과 목발을 짚고 평일 미사에 참석한 프란체스카의 해맑은 모습을 보면서 왜 예수님께서 어린이들을 그토록 사랑하셨는지 그 이유를 조금은 깨달을 수 있었다. 어린이의 작은 눈에는 맑고 푸른 큰 하늘이 담겨 있다. 어린이들의 순진무구한 모습 안에서 손상되지 않은 하느님 아버지의 모상을 자주 발견하게 된다. 또한 하느님께 온전히 의탁하는 아이들의 순진한 신앙을 바라보면서, 점점 이 세상의 것에 의지하는 나 자신의 혼탁한 신앙을 반성하게 된다.


정웅모 신부 (서울 장안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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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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