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가톨릭 문화산책] <16> 묵주기도와 함께하는 가톨릭미술(4)

예수의 세례, 성자임을 선포하고 새 생명과 구원 약속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조반니 벨리니(1430?~1516)의 작품 `그리스도의 세례`는 1501년께 제작됐다. 13세기 이탈리아 북부 베네토주 도시인 비첸차에 건립된 산타 코로나 성당 안에 특별히 그라지아니 가문을 위해 만들어진 소제대 제대화로서였다.

 이 제대화에는 사연이 있다. 예루살렘으로 성지순례를 떠난 비첸차 영주 잔바티스타 그라지아니 가르자도리가 요르단 강을 건너면서 위험한 순례를 무사히 마치면 자신의 수호성인인 요한 세례자를 위해 경당을 봉헌할 것이라 다짐한 게 계기가 됐다. 예루살렘에서 안전하게 돌아온 가르자도리는 맹세한 대로 요한 세례자를 위해 성당 내에 소제대 경당을 세우고, 그곳을 자신과 자신 가족의 무덤으로 쓴다.

 제대화는 예수가 요한 세례자에게 물로 세례를 받는 장면이다. 요르단 강에서 받은 예수의 세례는 자신이 하느님의 아들임을 온 이스라엘 백성에게 드러냄과 동시에 구세주로서 공생활을 선포하는 사건이다. 예수의 세례에 관한 기록은 4복음서에서 모두 다루고 있다. 이러한 성경의 내용을 주제로 한 그림에서는 일반적으로 두 손을 모은 예수와 조개껍데기나 접시, 혹은 맨손으로 뜬 물을 떨어뜨리는 요한 세례자의 모습이 그려진다. 또한 비둘기나 하느님 형상, 천사들과 군중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림 중앙에는 예수가 남루한 옷을 걸친 요한 세례자에게 세례를 받고 있다. 왼쪽에는 세 인물이 나무 아래에서 그 광경을 지켜본다. 요한의 어깨 뒤에는 초라한 집 앞에 서 있는 은수자가 보인다. 예수의 머리 위에는 비둘기가 날개를 수평으로 편 채 날고 있고, 그 위로는 양팔을 벌린 성부 하느님이 보인다. 배경은 성경에서 말하는 요르단 강이 아니라 바로 저녁 무렵의 비첸차 지방의 풍경이 묘사돼 있다.

 작품 : 조반니 벨리니 작, `그리스도의 세례`
           (400×263㎝, 1501년께, 이탈리아 비첸차 산타 코로나 성당)

 ● 빛의 신비 1단 : 예수님께서 세례받으심을 묵상합시다
 ● 묵상 단어 : 세례, 죽음, 구원




#하느님의 아들인 예수

 화면 중심부에 두 손을 경건하게 가슴에 모은 예수의 몸은 오른쪽 발에 무게 중심을 둔 콘트라포스트(Contrappost, 이탈리아어로 `대비된다`는 뜻) 자세를 취해 전성기 르네상스 시대 이상미를 나타낸다. 한 쪽 발로 서서 인체 중앙선을 S자형으로 그리는 인체 입상 형태로 그린 예수는 깊은 생각에 잠긴 모습이다. 팔짱을 끼듯 엇잡은 예수의 손과 요한 세례자가 잡은 그릇에서 떨어지는 물, 비둘기, 성부 하느님이 일직선 상에 자리잡고 있다. 이는 예수가 세례성사를 통해 하느님의 아들이자 하느님의 존재임을 암시하는 것이다.

 오래된 그림에서는 예수가 새로운 아담의 탄생이라는 의미로 거의 침수 상태의 나체로 표현되곤 한다. 하지만 이 그림에서 예수는 막 강에서 나온 것처럼 물 밖에 있으며, 허리에는 믿음의 색인 흰옷을 걸치고 있다. 예수의 인간 모습(강생의 신비)은 인간이 원죄로부터 인성 회복의 가능성을 갖게 됐음을 뜻한다.

 우리는 세례성사를 통해 새롭게 태어난다. "그리스도 예수님과 하나 되는 세례를 받은 우리가 모두 그분의 죽음과 하나 되는 세례를 받았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모릅니까?"(로마 6,3). 우리는 세례성사에서 예수의 죽음과 하나를 이루고, 예수가 죽은 뒤 사흘 만에 무덤에서 다시 살아난 것처럼 인간 부활도 약속된 것을 믿는다. 세례성사는 새로운 삶의 시작이다.

 또 예수가 세례를 받는 요르단 강은 구약의 두 가지 사건, 곧 출애굽 때 홍해, 여호수아와 이스라엘이 건넜던 요르단 강을 의미한다. 죽음을 넘어서는 새로운 구원의 시작임을 알려주는 것이다. 예수에게 요르단 강은 세례 후 공생활 동안 겪게 될 수난을 암시하는 장소이다. 그러나 수난과 죽음은 부활로 연결된다.

 #요한 세례자

 구약과 신약을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요한 세례자는 예수 머리 위에 물을 부어 세례를 주고 있다. 그는 유다 사막에서 은수자로 살았고, 30세가 됐을 때부터 요르단 강가에서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고 설교하며 회개의 세례를 베풀었다. 전통적으로 요한 세례자는 넝마 같은 짐승 가죽옷을 입고 흐트러진 머리 모양으로 표현된다. 요한 세례자의 상징물로는 갈대로 만들어진 십자가나 어린 양이 그려진다. 이 작품에서 요한 세례자는 왼손에 십자가와 "Ecce Agnus Dei", 곧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이라고 쓴 두루마리를 들고 있다. 예수 세례를 주제로 다룬 많은 작품에서 요한 세례자는 예수보다 조금 위에서 세례를 주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 작품 역시 요한 세례자는 예수보다 높이 서있다. 그러나 그는 가볍게 머리를 숙이고, 한쪽 무릎을 굽혀 예수에게 순종한다는 뜻을 드러낸다.

 #떡갈나무 아래 세 인물

 그림의 왼쪽에는 마므레의 상수리나무 곁에서 아브라함에게 나타나셨던(창세 18,1) 야훼를 상기시키듯 떡갈나무 아래에 세 인물이 보인다. 전통적으로 예수 세례 그림에서 인물 또는 천사의 현존은 세상 만물이 성자 예수께 경외감으로 경배드림을 나타낸다. 천사들은 고대의 존경을 표시하는 몸짓처럼 자신들의 겉옷으로 손을 감싸거나 예수께서 물에서 나오셨을 때 주님의 몸을 덮고자 옷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도 그려진다.

 이 작품에서는 베네치아 회화의 영향을 받은 벨리니의 색에 대한 감각답게 아름답고 우아한 세 인물을 서로 다른 색의 의상과 포즈로 묘사한다. 세 인물은 신학적인 삼덕, 곧 믿음과 소망과 사랑을 상징한다. 이들 중 두 인물은 예수가 요르단 강에서 세례를 받기 위해 벗어 놓은 옷을 들고 있고, 가운데 인물은 겸손하게 무릎을 꿇고 있다. 이 동작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 나머지 당신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보냈고, 하느님과 같은 본성이신 예수가 자신을 낮추고 완전히 비우는 케노시스(Kenosis, 자기를 비움)의 겸손을 실천했다는 것을 강조한다.

 #성부 하느님의 기쁨

 하늘에는 성령의 비둘기와 성부 하느님이 인자하신 아버지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세례 순간 성부 하느님은 마치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마르 1,11)고 말씀하시며 팔을 벌려 외아들의 현존을 기쁨으로 드러내는 듯하다. 성부 하느님과 성령의 비둘기, 예수 그리스도는 그림의 중심 세로축으로 삼위일체를 이룬다. 이러한 삼위일체 상징은 요한 세례자의 발 아래 토끼풀에서도 알 수 있다. 하나의 줄기에서 세 잎이 돋아나 삼위일체를 상징한다.
 
 #설교가 앵무새

 그림 전경에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붉은 털과 회녹색 날개의 앵무새는 일반적으로 설교가와도 같은 `웅변의 상징`을 나타낸다. 벨리니의 그림에



가톨릭평화신문  2013-05-12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28

잠언 4장 6절
지혜를 저버리지 마라. 그것이 너를 보호해 주리라. 지혜를 사랑하여라. 그것이 너를 지켜 주리라.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