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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문화산책] <19>건축(4) 나르텍스, 구원을 바라며 정화하는 장소

거룩한 곳으로 가기 전 거치는 참회의 장소, 열린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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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느님을 찬미하기 위해 하느님의 집 안에 있는 거룩한 영역, 곧 회중석에 들어서려면 잠시 멈추고 문과 회중석 사이에서 나를 정화하는 장소를 거쳐야 한다. 성당의 문은 이쪽과 저쪽, 안과 밖을 구분하는 곳이다. 이 문이 열리면 거룩한, 그래서 두려운 저쪽을 향하며 구원을 향한 희망을 준비하는 장소가 나타난다. 그래서 새 성전이 봉헌될 때 주교는 성당 문턱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 문턱을 넘어서는 모든 이가 여기에서 구원과 축복, 도움과 위로를 얻을 것입니다." 이를 두고 종교학자 반 델 레우는 "사람이 제일 처음 하는 거룩한 행위는 정화"라고 말한 바 있다. 오늘날에는 성당 안쪽 문에 둔 성수대가 거룩한 영역에 들어가기 위한 이러한 정화 행위를 표현해주고 있다.

 본래 초기 그리스도교와 비잔틴 바실리카나 성당 앞에는 사람들이 모이는 중정이 있었는데, 그 성당 정면에 붙어 있는 중정의 아케이드는 성당의 입구도 된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탐브로지오(Sant` Ambrogio) 성당 정면에 붙은 열려 있는 중정의 아케이드가 그렇다. 그러던 것이 성당 앞 중정이 없어지면서 로마의 산타 아그네제(Santa Agnese) 성당처럼 그 안에 옆으로 긴 공간이 하나 더 나타나게 됐다. 이렇게 생긴 입구와 회중석 사이에 있는 부분을 나르텍스(narthex)라고 불렀다. 나르텍스가 건물 안쪽에 있으면 에소나르텍스(esonarthex), 바깥쪽에 있으면 엑소나르텍스(exonarthex)라고 불렀다.



 
▲ 베즐레 수도원 성당(프랑스).
 


 
▲ 산탐브로지오 성당(이탈리아 밀라노).
 


 
▲ 성 미카엘 대천사 성당의 나르텍스에 있는 십자가 형태 세례대(미국 오하이오).
 
 
  솔로몬 성전은 3개의 방으로 돼 있었는데, 그것은 각각 세속의 세계, 새로운 지상의 낙원, 하느님의 나라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솔로몬 성전 동쪽에는 현관인 울람(ulam)이 있고, 그 현관과 성소 사이에 있는 첫 번째 방을 통해 성소(hekal)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방과 성소 사이는 벽으로 완전히 분리된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성전과 그 앞마당을 엄격하게 분리했다. 현관에 두 기둥을 세우고 오른쪽 기둥은 야킨, 왼쪽 기둥은 보아즈라 했고, 그 기둥 꼭대기에는 나리꽃 모양으로 만든 것을 얹었다(1열왕 7,21-22). 이것을 보면 초기 그리스도교 교회의 나르텍스는 울람과 성소 사이에 있는 `세속의 세계`를 이어받은 것이다.

 로마네스크 성당에서는 서쪽 정면 좌우에 높은 탑을 두었으므로 이 앞부분의 아래쪽은 나르텍스로 사용됐다. 이곳은 기둥이 많아서 어두웠기 때문에 밝은 안쪽 회중석과 제대와는 크게 구별됐다. 1000년 무렵부터는 성당 서쪽에 아트리움을 두지 않게 되면서 나르텍스는 성당을 특징짓는 서쪽 현관 쪽으로 발달했다. 클뤼니(Cluny)나 베즐레(Vezelay) 수도원 성당에서는 나르텍스가 13세기까지 사용됐다. 그러던 것이 고딕 건축에 들어와서는 나르텍스가 사라졌다. 그 대신에 그 자리에 세 개의 출입구가 생겼고, 그때부터 벽 없이 기둥으로만 열려 있는 곳을 포치(porch, 현관)라고 부르게 됐다. 나르텍스와 포치가 서로 혼동돼 설명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따라서 나르텍스는 아직 적당한 번역어가 없지만, 그렇다고 `현관`이라고 번역할 수는 없다.

 세례를 받아 주님의 말씀을 듣고 주님의 몸을 영하는 이들은 회중석(nave)에 모일 수 있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아직 세례를 받지 못했을지라도 주님의 말씀을 듣고자 하는 예비신자들은 단지 주님의 몸을 영하지 못할 뿐이지 당연히 회중석에 앉을 수 있다. 그러나 초기 그리스도교 교회나 비잔틴 교회에서는 세례를 받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성당 안에서 구분됐다. 예비신자나 회개하는 자들은 말씀 전례가 끝나면 회중석에서 나가 있었는데, 나르텍스는 이들이 나가 서 있는 장소였다.

 또 나르텍스에서는 세례를 줬다. 세례대는 오늘날에도 성당의 바깥쪽 또는 안쪽 입구에 종종 놓이는데, 미국 오하이오의 성 미카엘 대천사 성당에서는 나르텍스에 십자가 형태의 세례대를 뒀다. 때문에 이미 세례를 받은 사람은 이 장소에서 세례로 거듭난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다. 동방 정교회에서는 성주간의 소시간경과 같은 참회예절을 회중석이 아닌 나르텍스에서 거행하기도 하며, 러시아 정교회에서는 전통적으로 장례식을 이곳에서 한다. 이곳에서는 구마도 이뤄졌고 초도 살 수 있었다.

 이렇듯 나르텍스는 전통적으로 참회와 갱신의 장소였다. 나르텍스는 대개 폭이 길고 깊이가 얕으며, 회중석과는 낮은 벽이나 스크린으로 구분돼 있었다. 이곳은 각 사람이 전례를 더 잘 준비할



가톨릭평화신문  2013-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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