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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스테인드글라스 이야기] (12) 독일 현대 스테인드글라스의 살아있는 전설 요하네스 슈라이터(Johannes Schreiter, 1930~ )

생명력 넘치는 살아있는 선들의 모습‘감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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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에리 부아셀과 마크 앵거스의 뒤를 이어 필자가 독일에서 세 번째로 만난 작가는 유럽 현대 스테인드글라스의 거장인 요하네스 슈라이터이다.

늘 책에서만 접했던 슈라이터와 그의 작품을 직접 만나게 되는 것은 스테인드글라스 연구자로서 무척 가슴 설레는 일이었다.

그의 작업실을 방문해도 좋다는 편지를 받고 그동안 궁금한 점들을 질문으로 작성하며 그의 생애와 작품에 대해 다시 한 번 살펴봤는데, 드로잉, 콜라쥬, 스테인드글라스 등 방대한 그의 작업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의 작품에 표현된 자유분방한 선들이 어떻게 표현될 수 있었는지 알고 싶었다.

요하네스 슈라이터는 1930년 독일과 체코의 접경 지역인 에르츠비르게(Erzgebirge)의 부흐홀츠(Buchholz)에서 태어나 뮌스터, 마인츠, 베를린에서 수학했다. 그는 1960년 찰츠부르크 국제 비엔날레에서 금메달을 수상했고 1963년부터 1987년까지 프랑크푸르트 쿤스트아카데미에서 교수로 재직했으며, 이후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명예 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0년 이후부터는 영국, 미국, 캐나다, 아프리카, 뉴질랜드, 호주, 일본, 브라질, 인도 등 세계 곳곳에 초청돼 많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기도 했다. 현재 그는 독일 랑엔(Langen) 시에 거주하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슈라이터를 만나기 위해 랑엔 시를 찾았을 때, 아내와 함께 기차역으로 마중을 나온 슈라이터를 처음 마주한 나는 책에서의 이미지와는 달리 마음 좋은 할아버지와 같은 그의 모습을 보고 긴장했던 마음을 조금은 편안히 할 수 있었다.

슈라이터 부부는 친절하게도 2박3일 랑엔 시에 머물며 그의 작업실과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이 전시된 미술관 그리고 인근에 설치된 그의 작품들을 찬찬히 볼 수 있도록 배려해줬다. 그는 또 스테인드글라스를 연구하는 필자에게 격려의 말을 전하며 그의 작품 연구에 필요한 자료들을 손수 챙겨주기도 했다.

슈라이터의 작업실은 그의 깔끔한 성격을 반영하듯 모든 것이 잘 정리정돈 돼있었다. 그리고 그의 작업실 어디에서도 색유리 조각이나 공구를 발견할 수 없었다. 오직 수없이 반복되는 그의 선 드로잉들과 지금까지 실행됐고, 현재 진행 중인 스테인드글라스 프로젝트의 축소된 디자인과 실물 크기의 디자인들이 그의 작업실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에게 실제로 유리에 그림을 그리거나 작업도 하는지 묻자 놀랍게도 그는 디자인만 할 뿐 직접 유리에 작업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자신보다 유리에 작업이 더욱 능숙한 장인들이 있는데 왜 직접 하느냐며 오히려 내게 반문했다. 대신 그는 마치 설계도면을 방불케 하는 정교한 실물 크기의 밑그림을 직접 제작해 공방으로 넘기고 작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색 맞춤이나 선 교정 등 작가의 의도대로 작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참관하는 일은 소홀히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와 같은 그의 작업 방식은 20세기 이후 화가들의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이 이전과 어떻게 차별화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슈라이터는 유리를 자르거나 유리에 그림을 그리는 대신 언제 어디서든 연필을 손에 놓지 않고 그의 감정이 실린 선들을 반복해서 그리고 있었다. 그의 아내는 “요하네스의 모든 바지 주머니에는 몽땅 연필이 들어있다”며 얼핏 보면 붓 가는대로 그냥 그린 것 같은 그의 선들이 쉽게 나온 것이 아님을 알게 해줬다. 그리고 그의 살아있는 선들이 창 위에서 빛과 만나 그 생명력을 더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 정수경씨와 독일 현대 스테인드글라스의 살아있는 전설 요하네스 슈라이터.
 
정수경(카타리나·인천가톨릭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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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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