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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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톨릭 문화산책] <21> 묵주기도와 함께하는 가톨릭미술(5)

하느님 인간의 결합 상징하는 혼인잔치, 포도주로 기쁨 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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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한복음에 따르면, 예수와 마리아, 사도들은 카나의 혼인 잔치에 초대를 받는다. 한창 잔치가 흥겨운 중에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는 아직 잔치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포도주가 떨어진 것을 알고 아들에게 알린다. 이에 예수는 하인에게 정결례에 쓰는 돌로 된 여섯 개의 항아리에 물을 채우라 하고, 그것을 퍼서 잔치를 주관하는 사람에게 가져가라 말한다. 하인들은 예수가 시키는 대로 했는데, 항아리에 부은 물이 모두 포도주로 변한다.

 이 작품은 조토 디 본도네(Giotto di Bondone, 1266~1337)가 예수의 첫 번째 기적인 카나의 혼인 잔치를 그린 것으로, 사실적 묘사가 탁월하다. 일반적으로 교회 미술에서 `최후의 만찬`이나 `카나의 혼인잔치`를 주제로 다룬 장면은 대개 수도원 식당을 장식하기 위해 많이 그려지곤 한다.

 그러나 조토가 제작한 `카나의 혼인잔치`는 스크로베니 경당에 그려진 프레스코화 중 한 장면이다. 이 경당은 이탈리아 파도바 갑부였던 엔리코 스크로베니(Enrico Scrovegni)가 고리대금업자였던 아버지 레지날도의 속죄를 지향으로 성모 마리아께 봉헌한 것으로 예수와 성모 마리아와 관련된 이야기로 구성돼 있다. 장면은 세 단으로 나뉘어 있는데 `카나의 혼인잔치` 장면 위에는 마리아와 결혼하기를 원하는 젊은 구혼자들이 묘사되어 있고, 그 아래에는 죽은 예수를 안고 비탄에 잠겨 있는 마리아가 표현돼 있다. 표현된 인물 형상은 분명하게 구획된 실내 공간에 배치돼 그림의 이야기 전달을 넘어 심리 상태를 섬세하게 드러내고 있다.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요한 2,5)

 작품 : `카나의 혼인잔치`, 조토 디 본도네 작
             (1304~06년께, 이탈리아 파도바 스크로베니 경당)

 ● 빛의 신비 2단 : 예수님께서 카나에서 첫 기적을 행하심을 묵상합시다
 ● 묵상 단어 : 결합(혼인), 믿음, 영광




 
▲ 이탈리아 파도바의 스크로베니 경당엔 조토 디 본도네가 1304년에서 1306년사이에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이 프레스코화로 그려져 있다.
 

#신랑 예수와 신부 마리아

 향연 식탁의 왼쪽에는 예수와 신랑이, 화면 중앙에는 왕비처럼 위엄있게 신부가, 그 옆에는 마리아가 앉아 있다. 잔치에 포도주가 떨어지자 마리아는 아들에게 혼주를 도와 달라고 요청한다. 비록 예수는 아직 자신의 때가 이르지 않았지만, 마리아는 "무엇이든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하고 하인들에게 이른다. 예수는 마리아의 극진한 믿음 때문에 포도주가 떨어진 혼인잔치에 첫 기적을 보인다. 믿음이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키는 기적을 만든 것이다. `도와줄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성모의 얼굴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그녀의 표정은 믿음으로 가득하다. 왼쪽에서 예수는 물 항아리를 향해 손을 들어 축복하는 동작을 취하고 있다. 이는 마치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실 때 모습을 연상시킨다. 하느님은 당신 아들을 많은 사람이 모인 잔치에서 예수가 성자이며 구세주로 이 땅에 왔음을 증거하고 계신다. "예수님께서는 처음으로 갈릴래아 카나에서 표징을 일으키시어,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셨다. 그리하여 제자들은 예수님을 믿게 되었다"(요한 2,11).
 
 #신성한 결합

 카나의 혼인잔치를 주제로 다룬 그림들에서 신랑과 신부를 화면에 중점을 둔 것은 14세기 초부터다. 이전에는 물이 포도주로 변하는 기적에 초점을 둬 물 항아리를 부각하거나, 신랑 신부는 아예 등장하지 않기도 했다. 조토의 작품에서 신부는 그림의 중앙에 마치 황후처럼 앉아 있고, 신랑은 예수의 옆쪽에 깍지를 낀 채 신부와 떨어져 앉아 있다. 하지만 그는 멀리서라도 신부를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무엇인가 신부에 대한 각오를 다짐하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이제 그림은 포도주 기적과 신기한 일에만 관심을 두기보다는 신랑과 신부의 신성한 결합을 부각하고 있다.

 #`좋은 포도주`를 마시는 사나이

 그림 오른쪽 앞 부분에 흰 옷을 입은 하인은 막 새 술독에서 나온 포도주를 항아리에 따른다. 그 뒤에 불룩한 배에 붉은 옷을 입고 서 있는 사람은 포도주 맛에 감복했는지 술잔을 내려놓지 못하고 바라만 본다. "과방장은 포도주가 된 물을 맛보고 그것이 어디에서 났는지 알지 못하였지만, 물을 퍼 간 일꾼들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과방장이 신랑을 불러 그에게 말하였다. `누구든지 먼저 좋은 포도주를 내놓고, 손님들이 취하면 그보다 못한 것을 내놓는데, 지금까지 좋은 포도주를 남겨 두셨군요`"(요한 2,9-10).

 성경 내용에 따라 조토는 정결례에 필요한 물을 담기 위해 준비된 여섯 개의 항아리를 원근법적으로 앞줄과 뒷줄의 크기 차이를 통해 공간의 깊이를 나타낸다. 여기서 6이란 숫자는 메시아가 오기 전의 여섯 시기를 상징한다. 아담에서 노아, 노아에서 아브라함, 아브라함에서 다윗, 다윗에서 바빌론 유배, 바빌론 유배에서 요한 세례자, 요한 세례자에서 세상 끝날까지다. 일곱 번째, 즉 완전한 수를 상징하는 시기는 메시아의 도래를 뜻한다.
 
 #그리스도와 교회의 혼인

 성 베르나르도는 `아가에 대한 강론`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신랑으로, 교회를 신부로 보고 그리스도와 인간의 사랑을 설명했다. 그는 그리스도와 교회의 혼인 관계는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것, 즉 우리 영혼이 그리스도의 신부가 되는 `영적 혼인`으로 봤다. 아가서에서 신랑 신부의 입맞춤(아가 1,1-4)은 성령을 불어넣는 입맞춤으로, 그리스도와 하나 되기를 원하는 열망이다. 그리스도와 교회(마리아)와의 혼인 축가로 생각했다. 교회



가톨릭평화신문  2013-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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