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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문화산책] <23> 영화(5) 더 헌트 - 뒤틀린 소통의 관계

군중 심리에 가려진 ''진실'' 알아보는 헤안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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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헌트(2012, 덴마크)
 감독 : 토마스 빈터베르그
 상영 시간 : 115분
 장르 : 드라마(15세 관람가)


 
 인간은 끊임없이 소통한다. 한순간도 소통하지 않고는 살 수 없다. 침묵도 하나의 언어로 뭔가를 계속 소통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구두로, 몸의 언어로 소통하며 이웃과의 관계, 공동사회 전반과 관계를 맺으며 관계에 생명력을 부여한다. 소통이 없는 관계는 이미 생명을 포기한 관계이며 죽은 집단의 사회다. 살아있는 소통은 상대방을 읽어내는 것이자 건네지는 말에 대한 경청이다. 소통은 상대방을 인식하고 신뢰하는 타자 중심의 관계를 형성케 한다. 이것이 진정성을 동반하는 소통이며 생명을 살리는 소통이다. 사랑에 메말랐던 어린 아이의 즉흥적 거짓말이 한 사람을 이웃으로부터 매장시키는 `뒤틀린 소통`의 관계를 다룬 영화 `더 헌트` 속으로 들어가 보자.

 #줄거리

 이혼 후, 고향으로 내려온 유치원 교사 루카스는 새 여자 친구를 사귀며 아들 마커스와 함께하는 행복한 삶을 꿈꾼다. 그러던 어느 날 루카스의 친구 딸 클라라의 사소한 거짓말이 들불처럼 소문으로 번지며 루카스는 유치원 원장과 마을사람들로부터 의심과 함께 누명을 뒤집어쓴다. 그것도 아동 성추행이라는 누명이었다. 루카스는 마을 사람들의 눈총과 집단 따돌림, 폭력을 견뎌내며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한 외로운 싸움을 시작한다.

 #아이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신화

 루카스는 유치원 교사다. 원생들과 허물없이 놀아주고 대소변까지 닦아주는 이성적이고 따뜻한 감성을 지닌 균형 잡힌 사람이다. 루카스의 절친한 친구 테오의 다섯 살 된 딸 클라라는 부부싸움이 잦은 가정에서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외롭게 지낸다. 자기 생각에 자주 몰두하는 상상력이 풍부한 클라라는 가끔씩 길을 잃기까지 한다. 친절한 루카스는 그녀를 유치원과 집으로 데려다준다. 이런 루카스 아저씨에게 클라라는 애정을 품고 있다. 어느 날 클라라는 하트(♡) 모양을 만들어 루카스의 코트 주머니에 몰래 넣어두고 루카스에게 입맞춤을 한다. 루카스는 부드럽게 클라라를 타이른다. 하트는 엄마에게 주거나 만든 사람한테 돌려주고 입술 뽀뽀는 엄마, 아빠에게만 하는 거라고 분명한 가르침을 준다. 거절당한 클라라는 원장에게 루카스가 자신에게 하트를 선물했고 루카스의 성기를 봤다고 거짓말을 한다. 이는 클라라 오빠들이 보여준 남성 성기 사진을 떠올리며 말한 것.

 유치원 마당을 나오던 루카스는 아이들 놀이공에 뒤통수를 맞는다. 뭔가 심상치 않음을 예고하는 상징적 장면이다. 원장은 `아이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신화적 믿음에 사로잡혀 루카스의 성추행을 의심한다. 루카스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가족과 마을, 학교 전체에서 진솔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 일방적 단죄의 상황에 휘말린다. 원장은 이 거짓된 사건을 교사와 학부모들에게 확대시키고, 자신의 정당성을 증명하고자 클라라를 아동심리전문가와 인터뷰하게 한다. 심리전문가가 추궁하는 질문에 클라라는 어린아이로서의 불안과 억압충동을 느끼며 "그랬던 것 같아요. 모르겠어요…"하며 그저 고개를 끄덕임으로 반응한다. 어리지만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의 영악한 태도가 섬뜩하다.

 원장은 이 사건을 더 부풀려 성학대를 당했다고 단정한 뒤 다른 피해자가 있는지를 살핀다. 언제나 사회는 선과 악이 묘한 충돌을 일으켜 진실을 가리는 때가 많다. 중요한 사안일수록 그런 어리석음을 범한다.

 하지만 인간은 군중심리에 휘말려 진실을 보지 못한다. 특히 어린이, 또는 통념적인 약자 편에 동조하기 마련이다. 진실은 그 뒤에 숨겨질 때가 종종 있다. 그것도 선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유치원을 찾아가던 날 아침, 햇살은 루카스의 얼굴을 환하게 비춘다. 루카스의 진실을 입증해 주는 상징적 햇살이다.
 
 #친구들이 뭐 이래, 친구도 아냐!

 인간이 의사소통을 하는 데 비언어적 몸짓과 얼굴 표정, 눈 등은 많은 진실을 말해준다. 클라라의 아버지 테오는 맹세코 아무짓도 하지 않았다는 루카스의 말을 믿지 않고, 오히려 딸은 거짓말이라곤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며 루카스를 몰아부친다. 그러던 어느 날 클라라는 "아저씨는 잘 못 없어. 내가 바보 같은 말을 했는데, 이젠 다른 애들까지 이상한 말을 하고 있어"하고 혼잣말로 중얼거리지만, 엄마는 아이 말을 흘려듣는다. 인간은 들려오는 많은 말뿐 아니라 움직임에서 드러나는 많은 것을 관찰하고 사유하지 않는다.

 아들 마쿠스의 외침 속에 진실한 메시지가 들어 있다. "친구들이 뭐 이래요. 친구도 아냐!"

 철저히 아동 성범죄자로 내몰려 고립과 막막함, 슬픔이 배어나는 루카스의 얼굴이 압권이다. 인간은 저마다 자신의 잘못에는 관대하고 타인의 작은 잘못에 대해선 엄격히 단죄한다. 여럿의 잘못된 판단과 증언으로 한 사람을 희생양으로 만들기는 순식간이다. 더구나 군중의 힘이 결집될 때는 더 깊고 큰 상처를 남긴다.


 
▲ 손을 잡고 친절하게 클라라를 유치원에 데려가는 루카스.
 



가톨릭평화신문  2013-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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