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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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문화산책]<56>묵주기도와 함께하는 가톨릭미술(12.끝)

천상의 관 받는 성모 바라보며 천상세계에 대한 희망 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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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께서 당신에게 영원히 강복하셨습니다"(시편 45,3)

  작품 : 성모대관   라파엘로 작, 267×163㎝, 1502~1503년, 로마 바티칸 회화관

● 영광의 신비 5단 : 예수님께서 마리아께 천상 모후의 관을 씌우심을 묵상합시다

● 묵상 단어 : 신부(新婦), 천상의 관(冠), 영광

 
 
 
 성모 마리아는 고대부터 `하느님을 잉태하신 분`이라는 칭호로 공경과 신심의 대상이었다. 신자들은 어려움을 겪고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성모 마리아에게 간청했다. 특히 황제 테오도시우스 2세가 소집한 431년 에페소 의회에서 `하느님의 어머니`인 마리아에 대한 교회 입장이 공식화된 후 성모 마리아께 대한 공경은 놀라울 만큼 발전했다. 또한 성모 마리아의 죽음과 승천에 관한 교부들의 언급과 대중 사이에 퍼져있던 신심이 그리스도교화하면서 성모 탄생과 주님 탄생 예고(성모 영보), 성모 승천 등은 축제로 자리 잡는다. 12세기에 이르러서는 성모 마리아가 심판자 그리스도 앞에서 도움을 청하는 대중을 위해 빌어주는 자비로움, 그리고 곧바로 효과적으로 도와주시는 분으로 널리 찬양받는다.

 12세기 이후 성모 마리아 공경은 `성모 대관` 도상으로 절정을 맞는다. 성경은 성모 대관에 대해 전하지 않지만, 구약의 에스테르기를 통해 대관 장면을 떠올릴 수 있다. "임금은 다른 어떤 여자보다도 에스테르를 사랑하게 되어, 그는 모든 처녀보다 임금의 귀여움과 총애를 더 많이 받았다. 임금은 에스테르의 머리에 왕관을 씌우고 그를 와스티 대신 왕비로 삼았다. 임금은 대신들과 시종들을 위하여 큰 잔치를 베풀었다. 이렇게 `에스테르의 잔치`를 벌이고, 모든 주에 면세를 베풀며 임금답게 풍성한 선물을 내렸다"(에스 2,17-18). 에스테르는 마리아의 예형론(Trpologie)적 인물로 간주된다. 시편의 "제왕의 딸들이 당신의 사랑을 받는 여인들 사이에 있으며 왕비는 오피르의 황금으로 단장하고 당신 오른쪽에 서 있습니다"(시편 45,10)와 요한 묵시록의 "태양을 입고 발 밑에 달을 두고 머리에 열두 개 별로 된 관을 쓴 여인이 나타난 것입니다"(묵시 12,1)에서도 성모 마리아의 대관 장면에 대한 예형론적 근간을 찾을 수 있다.

 이 작품은 라파엘로가 페루지아에 머물던 시기에 성 프란치스코 알 몬테 성당을 위해 그렸다. 성모가 임종 후 무덤으로 옮겨지고 그 후 하늘에 올라 천상 모후의 관을 예수께 받는 장면이다. 작품 구성은 상하로 이등분돼 있지만, 내용상으로는 구분할 수 없는 관계다. 성모는 자기 아들에게 왕관을 받고 예수의 영적 신부가 된다. 중세 전통에 따르면, 모자 간인 예수와 성모의 관계는 예수는 삼위일체에 의해 하느님과 같다는 바탕을 두고 영적으로 결합한 부부 간으로 생각됐다.
 
 천상의 광경을 지켜보는 사도들

 장례식을 마친 뒤 성모 시신은 예루살렘 무덤으로 옮겨진다. 성모 마리아는 육신의 순결함으로 육체가 무덤 안에서 부패하는 고통을 겪지 않게 됐고, 그녀의 영혼은 육체와 결합했으며, 무덤에서 다시 나와 무수한 천사의 호위를 받으며 `천상의 신부 방`으로 들어갔다.

 사도들은 성모의 죽음에 몹시 슬퍼했으나, 하늘에 올라 천상의 관을 받는 광경을 지켜보는 그들의 모습에는 경외감이 감돈다. 지상에 남아 있는 사도들은 이 놀라운 사건에 우왕좌왕하는 기색이 없다. 라파엘로의 색채에서 찾아볼 수 있는 부드럽고 감미로운 색조로 가장 아름다운 천상 모습을 지켜보는 사도들의 매우 온화하고 정적인 모습이 표현돼 있다. 사도들은 지상 생활을 마친 뒤 성모와 같이 영원한 천상 공간으로 들어가길 염원하는 듯 그들의 시선은 하늘을 향하고 있다.
 
 성모의 허리띠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황금 전설(Legenda Aurea)」을 보면, 사도 토마스는 사도들 가운데 성모 임종 당시 맨 마지막에 도착했다. 성모 마리아는 이미 무덤으로 옮겨져 천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하늘로 올라간 상태였고, 이를 보지 못한 토마스는 그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때 성모가 옷에 둘렀던 깨끗한 허리띠가 그대로 토마스의 손에 떨어진다. 그는 비로소 성모의 몸과 영혼이 진실로 하늘로 올려졌음을 깨닫는다. 그래서인지 `성모 승천`과 `성모 대관` 도상에서 종종 사도 토마스의 의심과 연결해 성모 허리띠가 등장하곤 한다.

 이에 앞서 토마스 사도는 주님 부활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도 주님의 옆구리 상처에 손을 넣어보고서야 주님 부활에 대한 자신의 의혹을 거둔다. 이렇듯 토마스는 눈으로 보고 만질 수 있는 표징으로 자신의 믿음을 확인한다.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요한 20,29).

 꽃으로 장식된 빈 무덤

 그림 중앙에 약간 사선으로 위치한 빈 무덤은 예수 부활을 연상케 한다. 화가는 무덤에서 하늘로 오른 성모의 경이로운 사건을 강조하고자 아름다운 꽃으로 빈 무덤을 장식하고 있다. 지상의 꽃들은 하늘에 오른 성모를 향해 활짝 피어 있다. 이 꽃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백합과 장미꽃인데 모두 성모 마리아와 관련이 있다. 백합은 마리아의 순결을, 장미는 그녀의 고통과 사랑을 의미한다. 바로 지상의 여인으로 성모가 보인 순결함과 사랑, 고통에 대한 보답은 천상에서 주님에게 천상 모후의 관을 받는 은총이다.
 
 성모를 위한 축제

 과연 하늘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상하 이중으로 구분된 그림 상부에는 예수가 그의 어머니에게 관을 씌우고 있다. 하늘에 오른 성모는 예수에게서 관을 받는다. 고대로부터 왕관은 승리를 상징하는 월계관, 부와 권력을 상징하는 금과 보석으로 장식된 관, 그리스도교적 의미를 가진 관으로 나눠 볼 수 있다. 그리스도교적 의미의 관은 세속의 힘과 영광뿐 아니라 대관의 의미도 지닌다. 관을 바치는 것은 공경의 표시와 겸손의 의미다. 성모에게 관을 씌우는 것은 그녀에게 바치는 영광과 공경의 표시이고 마리아의 승리의 상징인 것이다.

 사실상 성모 마리아의 행적은 성모 승천 이후로 끝난다. 하지만 성 예로니모의 기록에 따르면, 성모는 하늘로 오른 직후 성부의 옥좌에 모셔졌다. 많은 화가는 이 내용을 바탕으로 성모 승천 다음에 성모의 대관식 장면을 그리곤 한다. 성모는 주님 탄생 예고 때처럼 겸손한 모습으로 천상의 관을 받고 있다. 사람의 딸로 태어난 성모가 천상 옥좌에 앉는 영예를 얻게 된 것이다. 라파엘로의 작품에서 성모 마리아와 그리스도가 서로 마주보고 있다. 이는



가톨릭평화신문  2014-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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