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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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문화산책]<58> 영화(12,끝) 요한 23세

새 시대를 연 요한 23세 교황, 그 인간적 삶을 엿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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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한 23세(PAPA GIOVANNI XXIII, 2002년)
 감독 : 조르지오 카피타니(Giorgio Capitani)
 제작국가 : 이탈리아
 등급 : 전체
 상영시간 : 1부 102분ㆍ2부 106분
 장르 : 드라마

 사순시기 절정인 주님 수난 성지 주일과 성 주간이 멀지 않다.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님은 인간들이 사는 땅에 태어나 평범한 인간으로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적응하며 사셨다. 그리고 인간들 손에 넘겨져 매질 당하고 십자나무 위에 못 박혀 모든 이의 구원을 위해 돌아가셨다. 복자 교황 요한 23세의 삶을 조명한 이 영화는 요한 23세를 통해 또 다른 예수를 만나게 한다. 요한 23세 교황은 오는 27일 성인 반열에 오른다. 인간미 넘치는 그의 삶이 던져주는 에피소드와 사랑, 사목 정신을 눈여겨보자.
 
▲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 기간 중 베네치아로 돌아갈 날을 계산하는 론칼리(왼쪽에서 두 번째) 추기경.
 줄거리
 1958년 베네치아 대주교 안젤로 론칼리(Angelo Giuseppe Roncalli) 추기경은 로마에서 소환 연락을 받는다. 론칼리 추기경은 베네치아로 돌아올 왕복 기차표를 들고 로마로 떠난다.

 가난한 시골 농가에서 태어난 그는 공부하기를 좋아했지만 아버지는 시간만 나면 안젤로가 집안일을 돕도록 했다. 당시 생활고에 허덕이던 마을 사람들은 미국으로 이민을 가는 일이 종종 있었는데, 마을 사람들을 축복을 해주는 본당 신부와의 대화를 통해 안젤로는 가난한 시골의 신부가 되고픈 꿈을 품게 된다.

 교황 비오 12세의 서거로 모든 추기경이 바티칸에 모인다. 교황 물망에 오른 추기경들은 라테라노 대성전 사제관에 짐을 풀었지만, 론칼리 추기경은 낡은 수도원에 여장을 푼다. 바티칸에서 오랜 만에 재회한 오타비아니 추기경은 보수적인 이탈리아인을 교황으로 추대하도록 그를 설득하지만, 론칼리 추기경은 진취적이고 개방적인 사고를 지닌 몬티니(후에 바오로 6세 교황) 대주교를 추천한다. 드디어 교황 선출을 위한 투표가 시작되고, 오타비아니 추기경을 중심으로 한 이탈리아 추기경들은 프랑스에 표를 주지 않기 위해 론칼리 추기경을 적극 밀게 된다.

 "내 몸을 관에 맞춰보시지"

 영화는 베니스 대주교 론칼리의 비서가 황급히 주교관을 나와 마을로 뛰어 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평화로운 마을에 비둘기들이 날아다니고, 대주교를 발견한 곳은 마을 한가운데 있는 아카데미아다. 푸근한 할아버지 론칼리 추기경은 석관에 누워 조각가에게 말한다. "이 안은 좁을 것 같아. 좀 더 넓게 만들 수 있어요." 더 넓히면, 옆면이 얇아져 깨질지도 모른다는 조각가의 말에 "내 몸을 관에 맞춰보시지. 옆으로 누워보던가." 이는 그의 전 생애를 특징짓는 융통성이자 적극적 적응력을 암시하는 상징으로 묘사된 장면이다.

 추기경들은 새 교황을 선출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의견을 나누기 시작한다. 프랑스 추기경들은 론칼리 추기경을 지지하지만, 보수적인 이탈리아 추기경들은 론칼리 추기경의 비밀 개인 서류를 열어본다. `1901년 베르가모에서 교회 권위를 손상시키는 행동을 했음. 사회주의와 기타 불온한 사상에 동조했음`이라는 기록 문서를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장면이 오버랩되면서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주 베르가모 대주교 비서 시절의 장면으로 바뀐다.

 극심한 착취에 시달리는 노동자들, 파업과 폭동의 한 가운데서 그들을 지지하는 대주교를 목격하게 되는데 론칼리는 노동자들 속에서 소리 지르던 젊은 엄마 로사가 갓난아기와 함께 경찰에 연행되는 것을 보고 어떻게든 그녀를 구해주려고 경찰청장을 찾아간다. "로사는 어리고 아무것도 몰라요. 어린 아기가 있잖아요.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세요." 하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다. 그는 노동자 대열에 서서 외치거나 그들을 부추기지는 않는다. 가능한 방법으로 충돌을 피하고 대화로 풀어갈 협력자를 찾아간다.

 보수적 이탈리아 추기경들은 이탈리아인끼리 뭉치자며 설득한다. 하지만 론칼리 추기경은 "나는 하느님의 뜻을 따를 뿐입니다. 하느님 섭리에 맡길 뿐입니다"고 답한다.

 장면은 다시 론칼리의 과거 교황대사 시절을 오버랩시킨다. 지혜롭고 현명하게 위험 상황에 대처한 사건들이 펼쳐진다. 1930년대 터키 주재 교황대사 시절의 일화다. 터키 대통령은 모든 종교 사제들에게 사제복 착용을 금하지만, 그는 이에 항거하지 않고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선 수용해야지" 하며 사제들에게 양복으로 갈아입게 한다. 늘 상황에 순응하며 적응하는 그였다.

 터키에서의 이스탄불 기차 사건 또한 잊지 못할 일화다. 유다인들을 트레불링카의 학살수용소로 보내기 위해 무장한 군인들이 기차를 포위하고 있는 삼엄한 긴장 속에서 그는 기지를 발휘해 독일 대사와 비밀 협상을 벌인다. 가톨릭 신자 순례객이라는 공문을 작성해 유다인들을 구해준 사건은 긴박한 상황속의 기적이나 다름없다.

 1945년 프랑스 교황대사로 있을 때 일이다. 드골 장군은 가톨릭에 반감을 품고 주교들을 추방하려 한다. 만나주지도 않는 드골 장군을 그는 인내와 끈기로 설득시키려 하지만 실패하자, 교황대사관에 파리 최고의 요리사를 초청해 호의를 얻는 유연하고 재치 있는 지혜로 외교에 성공한다.
 
 "이렇게 됐네!"

 가난한 시골 신부가 되고 싶었던 론칼리! 교황 선출을 위한 열두 번이라는 지루하고도 긴 투표 기간 중 베네치아로 돌아갈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그는 하루에 세 번 선거하자는 제안을 할 정도였다. 교황이 된 후 그는 비서관들에게 "결국 이렇게 됐네!" 하며 멋쩍게 웃는다. "주님 왜 접니까? 제게서 무엇을 원하시는지도 당신은 아십니다.… 주님께서 절 택하셨으니 당신만 신뢰합니다. 주님께서 믿어주셨으니 저 요한은 최선을 다해 당신 뜻을 따르겠습니다" 하고 다짐한다. 그의 심중은 늘 하느님의 뜻과 평화를 소중하게 간직했기에 그의 외침은 평화 자체였다. 회칙 「지상의 평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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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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