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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속 불멸의 성인들] ④ 성 예로니모

고종희·마리아·한양여대 조형일러스트레이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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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하는 예로니모, 거울처럼 재현
성인의 상징 사자·대리석 건축물·공작새 등
모든 풍경을 정확한 수학적 원근법으로 묘사
 
 

 
▲ 작품 해설 : 안토넬로 다 메시나, ‘서재에서 연구 중인 성 예로니모’, 45.7×36. 2cm, 패널에 유채, 런던, 내셔널 갤러리.
 
오늘날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들이 먼 옛날 그리스어로 쓰였던 성경을 한글로 편안하게 읽을 수 있게 된 것은 어쩌면 성 예로니모(341-420)의 덕일지도 모른다.

교황 보니파시우스 8세는 1298년 성 예로니모를 성 암브로시오, 성 아우구스티노, 성그레고리오 대교황과 함께 서방 교회의 4대 교부(敎父)로 선포하였다. 교부란 교회의 아버지란 뜻으로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교회 학자들을 가리킨다.

예로니모는 347년 이탈리아 북부의 스트리도니아라는 고을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12세 때 로마로 유학을 가서 당대의 뛰어난 학자 밑에서 라틴어, 그리스어, 수사학을 공부했다. 370년 수사가 되었으며, 374년에는 안티오키아로 건너가 4년간 은수생활을 했다. 화가들이 성 예로니모를 광야에서 돌로 가슴을 치며 참회하는 은수자의 모습으로 즐겨 그린 것은 이 때문이다.

은수생활을 마친 후에는 당시 알고 지내던 개종한 유다인으로부터 히브리어도 배웠다. 이제 유다어, 라틴어, 그리스어에 모두 능통하게 되었으니 번역가로서의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셈이다.

안티오키아에서 신부가 된 예로니모는 이후 여러 지역을 여행한 후 로마로 건너가 다마수스 교황의 비서관이 되었다. 다마수스 교황은 라틴 성경의 전형을 만들기 위해 예로니모에게 당시까지 나와 있던 라틴어 성경을 총 정리하라는 임무를 맡겼는데 그렇게 해서 마침내 완성된 것이 불가타(Vulgata)라 불리는 라틴어판 성경이다. 불가타란 대중적이라는 뜻으로 그리스어로만 읽을 수 있었던 성경을 보다 보편화된 언어인 라틴어로 읽을 수 있게 되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성 예로니모가 번역한 이 성경은 1942년 로마 가톨릭 교회의 공식 라틴어 성경으로 채택되었다고 하니 그의 영향은 오늘날까지 미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예로니모는 성경 번역자였을 뿐만 아니라 신학서, 역사서, 강론, 서간 등 많은 저서를 남긴 대학자였으며 이 때문에 르네상스 시대에는 인문주의 학자들의 수호성인으로 공경 받았다. 그가 공부하는 모습은 화가들이 즐겨 그리는 그림의 소재가 되었으며 그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은 아마도 안토넬로 다 메시나(Antonello da Messina, 1430-79)의 ‘서재에서 연구 중인 성 예로니모’일 것이다.

독자들은 이 그림을 바라보는 순간 뻥 뚫린 대형 아치 저 편에서 독서에 여념이 없는 한 남성을 보게 될 것이다. 주인공은 성 예로니모로서 추기경 복장을 하고 있다. 오른쪽 마루에는 웬 사자가 한 마리 어슬렁거리고 있는데 사자는 성 예로니모의 그림이라면 늘 등장하는 성인의 표징으로 그가 광야에서 은수 생활을 할 때 사자의 발에 박힌 가시를 빼준 후 평생 성인 곁을 떠나지 않았다는 전설에서 기인한다.

책상과 책장이 세트로 되어있는 이 멋진 가구는 아마도 화가가 살았던 르네상스 시대 한 인문학자의 서재를 재현해 놓은 것일 것이다. 액자의 틀을 대신하고 있는 화면 전경의 대리석 건축물과 공작새 등은 그것이 실제인지 그림인지 착각할 정도다.

눈을 실내로 옮기면 서가에 놓인 책들, 벽에 걸린 수건과 메모지, 빛과 그림자가 뚜렷한 정교한 대리석 바닥 장식, 새들이 한가로이 날아다니고 있는 창문 너머 풍경 등 이 모든 것이 한 점의 오차도 없이 정확한 수학적 원근법에 의해 그려져 있다. 사실묘사에 대한 화가의 집착은 가히 편집광적이라 할 만 하다. 이 무렵 회화란 자연을 거울처럼 정교하게 재현하는 것이었는데 메시나는 그것을 성취한 당대 최고의 거장 중의 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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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09-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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