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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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속 불멸의 성인들] ⑩ 성 세바스티아누스

인체의 아름다움 과학적으로 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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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안토넬로 다 메시나, ‘성 세바스티아누스’, 캔버스에 유채, 171×85.5 cm, 드레스덴, 국립 미술관.
 

벌거벗은 건장한 남자가 나무 기둥에 묶인 채 몸 군데군데 화살을 맞고 서 있다. 바로 성 세바스티아누스다. 요즘 말로 얼짱에 몸짱인 이 젊은이는 팔등신의 전형으로 화살에 맞아 고통스러워하기는커녕 인체의 아름다움을 뽐내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화가에게 있어서 성 세바스티아누스는 이처럼 아름다운 남성 누드를 공식적으로 그릴 수 있는 최고의 기회였다.

안토넬로 다 메시나(1430-79)의 이 작품은 소실점을 주인공의 무릎 아래로 둠으로써 인체가 화면을 압도하는 기념비적인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빛은 인체의 입체감을 섬세하게 드러내 보이고 있으며, 화창한 빛을 가득 받고 있는 배경은 베네치아 시내의 풍경으로서 멀리 바다가 보이며 건물 옥상에는 베네치아 특유의 굴뚝들이 보인다. 정확한 원근법에 의해 그려진 바닥재, 누워서 자고 있는 병사, 화면 오른쪽의 원통 등은 극단적 단축법(사물을 입체적으로 그리는 회화기법)의 압권이라 할 만하다. 화가의 뒤쪽으로 펼쳐진 푸른 하늘은 화가가 직접 관찰한 듯 청명하다. 안토넬로의 작품이 보여주고 있는 이 과감한 원근법적 구도, 이상적인 인체의 표현, 빛에 대한 인식 등은 15세기 르네상스 회화가 정점에 다다르고 있음을 말해준다.

성 세바스티아누스는 프랑스의 나르본에서 출생하여 밀라노에서 교육받고, 살았다고 한다. 그의 충직함은 황제 디오클레지아누스를 사로잡아 황제의 최측근 경호원이 되었다. 독실한 그리스도인이었던 세바스티아누스는 감옥에 드나들 수 있었던 직업상의 특권을 이용해 감옥에 갇혀 있던 그리스도교 신자들을 보살펴주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교인들을 박해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던 황제는 “너는 나를 가장 가까이서 보필했는데 나와 내 신들을 배반하였도다!”라며 그를 광장에 묶어 활로 쏘아 죽이라고 명했다.

사형이 집행되었을 때 소나기가 퍼붓듯 그의 몸은 화살로 뒤덮였다고 한다. 그가 죽은 줄 알고 군인들이 자리를 뜨자, 한 여인이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왔다가 아직 목숨이 붙어 있는 것을 알고는 극진히 간호하여 꺼져가는 생명을 살려 놓았다.

성 세바스티아누스는 며칠 후 황제에게 나타났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세바스티아누스가 나타나자 황제는 몹시 놀라서 “이 자는 얼마 전 사형 당했던 그 세바스티아누스가 아닌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세바스티아누스가 대답했다.

“그리스도의 종들을 박해하는 당신을 꾸짖기 위해 그리스도께서 나를 살리셨소.”

황제는 마지막 피 한 방울이 남을 때까지 몽둥이로 쳐서 처형하라고 명했다. 그렇게 세바스티아누스는 마침내 순교를 당했고 시신은 하수구에 버려졌다.

안토넬로의 그림에서도 볼 수 있듯이 성 세바스티아누스는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들에 의해 특별히 많은 사랑을 받았다. 화가들은 세바스티아누스가 로마제국의 젊은 군인이었다는 사실과, 화살에 맞아 사형을 당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토대로 그렸는데, 여기에 하나를 더 보태어 주인공의 알몸이 훤히 드러나는 누드로 그렸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예술가들이 인간의 육체를 과학적이면서도 아름답게 그리기 위해 인체의 생김새, 비례 등에 특별한 관심을 가졌다. 그렇다 보니 활 맞은 세바스티아누스를 기둥에 묶어 놓고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보여주는 것이 당시 화가들의 지상 과제였다. 안토넬로의 이 작품은 그 중 최고의 걸작에 속한다.

고종희·한양여대 조형일러스트레이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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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09-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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