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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속 불멸의 성인들] 28. 성 요셉

예수 탄생 경배하는 백발 ‘요셉’, 15세기 말 최고의 화가이자 라파엘로의 스승인 페루지오 작, 아기 예수 중심 대칭 구조… 본질 표현하기보다 장식에 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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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페루지노, 예수 탄생, 264 x 225cm, 페루자, 환전소.

성 요셉은 예수의 양부이자 성모님의 남편으로 마태오 복음과 루카 복음에서 요셉에 대한 언급을 찾아볼 수 있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은 마리아의 약혼자 시절인데 두 사람이 약혼만 했을 뿐 같이 살기 전에 마리아가 잉태한 사실이 드러났다.

“마리아의 남편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었고, 또 마리아의 일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지 않았으므로, 남 모르게 파혼하기로 작정하였다. 요셉이 그렇게 하기로 생각을 굳혔을 때, 꿈에 주님의 천사가 나타나 말하였다.

‘다윗의 자손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라. 그 몸에 잉태된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마리아가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그분께서 당신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실 것이다.’

잠에서 깨어난 요셉은 주님의 천사가 명령한 대로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였다.”

요셉에 대한 가장 상세한 기술이 바로 마태오 복음의 이 부분이다. 이후 요셉은 성 가정이 이집트로 피신할 때, 그리고 회당에서 예수가 사람들을 가르칠 때 “목수의 아들”이라고 언급한 부분에서 등장하며 이 구절들은 비록 충분치 않지만 요셉의 성품과 직업을 추측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즉 그가 친절하고 자비로운 사람이었으며, 또 꿈에 나타난 천사의 말에 따라 아기예수와 마리아를 데리고 이집트로 피신을 한 것으로 보아 하느님의 뜻을 따르려는 경건한 사람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요셉은 성화에서 성 탄생, 동방박사의 경배, 이집트로의 피신, 회당에서 율법 학자들과 토론하는 소년 예수의 장면에서 등장하며, 대부분 나이가 지긋한 초로의 노인으로 그려졌다.

페루지노(Pietro Perugino, 1446~1523)의 성 탄생에서 등장하는 요셉 역시 흰 머리에 수염이 하얀 노인으로 묘사되었다. 페루지노는 15세기 말 이탈리아 중부의 움브리아 지방에서 활동한 최고의 화가였으며, 무엇보다도 라파엘로의 스승으로 유명하다. 이 그림은 페루자의 한 환전소(College of Exchange)의 벽에 그려진 벽화 중의 한 장면이다.

갓 태어난 아기예수에게 부모인 성 요셉과 마리아 그리고 목동들이 경배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하늘에 서 있는 세 천사는 “GLORIA IN EXCELSIS DEO”(하늘에는 신의 영광)을 노래하고 있다. 아기 예수를 중심으로 대칭으로 자리를 잡은 인물들은 각자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표현되었으나 너무도 질서 정연하여 오히려 어색해 보인다. 건축물 뒤로는 아름다운 전원 풍경이 펼쳐져 있고, 중경에는 양치는 목동들의 모습도 보인다.

고전적 모티프로 장식된 배경의 아치형 건축물은 그 아래에 소와 말이 그려진 것으로 보아 마구간임을 알 수 있는데 사실 이런 호화스러운 마구간은 베들레헴 땅 어디에도 없었을 것이다. 예수님이 태어난 곳은 어엿한 가정집도 아니고 초라한 마구간이었으니 비좁고, 더러운 곳이었을 터이나 그림에서는 아름답게 미화되었다.

이는 화가가 주제의 본질을 표현하기보다는 당시 유행했던 고전 모티프를 그림으로써 장면을 아름답고 우아하게 장식하는 데에 더 큰 관심이 있었음을 말해준다. 이는 화가의 취향이기도 했겠지만 그림을 주문했던 후원자들의 취향을 반영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아기예수에게 집중되고 있는 등장인물들의 경건한 모습과 전체 배경의 웅장함과 화려함이 그림을 지배하고 있다. 고요함과 성스러움 그리고 귀족적 장식성은 페루지노 말기 회화의 특징으로 이 작품은 그 같은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고종희·한양여대 교수·서양미술사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09-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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