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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속 불멸의 성인들] 30. 세례자 요한 2

‘빛’ 이용, 맑고 깨끗한 느낌 표현, 물로 세례를 주고 있는 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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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 〈그리스도의 세례〉, 1440년경, 목판 위에 템페라와 유채, 167×116 cm, 런던, 내셔널 갤러리
 

프란체스카 ‘세례 받는 그리스도’

“회개하여라.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

세례자 요한이 성경에 기록되기 시작한 것은 광야에서 살던 그에게 하느님의 말씀이 내린 이후이다. 그는 이때부터 요르단 부근의 지방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를 촉구하며 물로 세례를 주었다.

요한은 낙타털로 된 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 띠를 둘렀으며, 메뚜기와 들꿀을 먹고 살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화가들은 세례자 요한을 털옷을 입고, 가꾸지 않은 거친 수염과 헝클어진 머리 모양의 중년의 남성으로 그리곤 했다.

세례자 요한의 존재와 임무를 밝혀주는 것은 아래의 성경 구절일 것이다.

“나는 너희에게 물로 세례를 준다. 그러나 나보다 더 큰 능력을 지니신 분이 오신다.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릴 자격조차 없다. 그분께서는 너희에게 성령과 불로 세례를 주실 것이다.”

이런 요한에게 예수님이 찾아오셔서 요르단 강에서 세례를 받으셨다.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의 ‘세례 받는 그리스도’는 요한이 종지에 물을 떠서 예수님의 머리에 붓고 있는 모습이다. 그림의 정 중앙에 정면으로 선 예수님은 두 손을 공손히 모아 세례를 받고 있는데 거의 전라에 가깝게 그려진 것은 인체에 대한 화가의 관심사를 보여주는 것이다. 요한은 옆모습으로 그려졌으며 두 사람의 키가 비슷하기 때문에 팔을 번쩍 들어 그리스도의 머리에 물을 붓고 있다.

그는 누런 털옷을 입고 있으며 허리에 띠를 두르고 있어서 성경의 구절에서 한 치도 벗어남이 없다. 예수님 옆에 있는 기둥처럼 단단해 보이는 나무는 예수님을 중심으로 세례자 요한과 팽팽한 균형을 이루며 르네상스 회화 특유의 좌우 대칭의 원칙을 충족시키고 있다.

이들 아래쪽의 맑은 물은 시냇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요르단 강이다. 이처럼 맑고 깨끗한 풍경은 이전에는 거의 볼 수 없었던 것으로 빛에 대한 화가의 관심사를 잘 보여주며, 화면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이 맑은 대기가 강물에 풍덩 빠진 것처럼 투명하게 그려진 모습은 사소해 보이지만 사실은 당시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신선한 발상이다.

요한의 뒤쪽에서 막 옷을 벗고 있는 젊은이는 예수님 다음에 세례를 받을 자로서 이 같은 제3의 인물은 성경에는 없지만 그림에 재미를 더해주는 화가의 상상력의 소산이다. 화면 왼쪽에 그려진 세 천사는 예수 세례 장면에 흔히 등장하는 천사들로서 보통은 젖은 예수의 몸을 닦을 수건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졌지만 여기서는 마치 고대의 3미신(美神)처럼 아름다움을 뽐내는 모습이 사뭇 정겹다.

예수님의 머리 위로 내려오고 있는 비둘기는 예수 세례 장면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으로 그리스도가 세례를 받고 물 위로 올라오자 하늘이 열렸으며,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라고 전했다는 비둘기 모양을 한 하느님의 영이다.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는 15세기 중반에 활동했던 가장 중요한 대가의 한 사람으로서 특히 빛의 표현과 원근법에 능했다. 화면 전체를 지배하는 얼음처럼 차가운 공기와 하늘에 떠 있는 뭉게구름조차도 입체적으로 보이게 그려낸 것은 이 화가의 주특기라 할 사실 묘사 능력과 원근법의 표현 덕택일 것이다.


고종희·한양여대 교수·서양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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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0-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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