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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속 불멸의 성인들] 34. 성녀 마르가리타 2

극적인 명암 대비로 강렬함 더해, 옷을 성녀 몸에 달라붙게 그린 ‘젖은 옷 기법’, 용의 입 속을 초현실적으로 묘사… 재미 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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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성녀 마르가리타와 용, 1518, 178×122 cm, 패널에 유화, 프랑스 파리, 루브르미술관.
 

마르가리타가 로마제국의 속국을 다스리던 올리브리오라는 총독의 눈에 띄어 이교도로 개종하라는 명령에 응했다면 총독의 아내가 되어 세속의 영화를 누렸겠지만 성녀는 모진 고문에도 굴하지 않고 그리스도교인임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스도교를 배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고문을 당한 다음날 마르가리타는 또다시 재판관에게 불려가 이교도 신들을 숭배할 것을 강요당했으나 이를 계속 거부하자 사령관은 그녀를 불로 지지고 고통을 배가시키기 위해 찬물에 담그는 등의 모진 고문을 가했다. 그러나 기적이 일어나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어야 할 성녀는 물속에서 온전한 모습으로 나왔다.

이를 본 사람들이 얼마나 두려움에 떨었을지 상상할 수 있을 것 같다. 더 이상 성녀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 두려웠던 올리브리오는 그녀를 참수케 했다. 순교 전 성녀는 자신과 자신을 고문했던 이들을 위해 기도했으며,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분만할 여인들을 위해서도 기도했다. 하늘에서 기도에 대한 응답이 들리자 성녀는 일어나 사형 집행인에게 이제 자신의 목을 칼로 치라고 말했다. 사형 집행자는 단칼에 성녀의 목을 베었고, 하늘에서 순교의 월계관이 내려와 그녀에게 씌워졌다.

라파엘로는 성녀 마르가리타를 주제로 두 점의 그림을 그렸는데 그중 한 점은 오스트리아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고, 다른 한 점은 이 작품으로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 두 점 모두 1515년경 그리기 시작하여 1518년경 완성했다. 이 작품은 메디치 가문 출신인 교황 레오 10세가 메디치 가문이 프랑스 왕가와 혼인 관계를 맺게 되자 프랑스의 왕 프랑수아 1세에게 선물하기 위해 라파엘로에게 ‘성녀 마르가리타와 용’을 주제로 작품을 주문한 것이다.

이 작품에서도 마르가리타는 아름다운 처녀로 용과 함께 그려졌다. 마르가리타를 용과 함께 그린 이유는 그녀가 감옥에 갇혔을 때 자신이 싸우고 있는 적, 즉 사탄의 모습을 보여 달라고 하느님께 기도하자 거대하고 흉악한 용이 나타났는데 마르가리타가 성호를 긋자 곧바로 사라졌다는 일화에서 비롯한다.

성녀 마르가리타는 이 작품에서 손에 순결을 상징하는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있다. 마치 물에 빠진 듯 옷이 몸에 달라붙게 그렸는데 이는 기원전 4세기경 유행했던 이른바 ‘젖은 옷 기법’에 따른 것이다.

이 작품은 라파엘로가 죽기 2년 전에 제작한 작품으로, 38세라는 짧은 생애를 살았던 이 대가의 당시 회화적 관심사를 엿볼 수 있어 흥미롭다. 그것은 어둠 속에서 물체가 빛을 받았을 때의 색채 변화를 실험한 것으로써 빛과 어둠의 강렬한 대비를 보여주고 있다. 라파엘로의 이전 작품들이 밝고 조화로운 형태와 색채를 통해 전성기 르네상스의 이상적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면 이 시기 작품은 이 같은 극적인 명암 대비를 통해 보다 강렬한 표현에 집중하고 있으며 생의 마지막 양식적 변화를 보여준다. 입을 딱 벌리고 있는 용의 입속이 사실적이다 못해 초현실적이라는 느낌을 줄 정도로 세밀하면서도 익살스럽게 표현되어 있어 그림의 재미를 더해준다. 이 작품은 라파엘로가 이전의 객관적 조화나 아름다움에서 벗어나 보다 개인적인 내면의 세계를 표현하는 쪽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라파엘로는 워낙에 유명해 그의 작품은 대부분 많이 알려져 있으나 ‘성녀 마르가리타와 용’을 비롯한 그의 후기 작품은 그동안 국내에 거의 소개가 되지 않았는데 이번에 소개할 기회를 갖게 된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고종희(한양여대 교수·서양미술사)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0-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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