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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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속 불멸의 성인들] 36. 성녀 루치아 (2)

성인 남자도 소떼도 아무도 성녀를 끌어내지 못했다, 노란 옷에 붉은 망토 입고 월계관 쓴 루치아, 머리 위 성령 강림… 외부 힘에서 성녀 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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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해설 : 로렌초 로토, <재판관 앞에 선 성녀 루치아와 소에 묶인 성녀>, 1532, 패널에 유화, 각자 32X69cm, 재시, 시립 미술관
 

자신이 받을 재산을 가난한 이들에게 모두 주어버린 루치아를 보고 그녀의 약혼자는 분개하여 그녀를 고발하였다. 재판관은 끌려온 루치아에게 이교신을 숭배할 것을 강요했다. 당시 로마제국에는 무수한 신들이 있었고 황제도 신으로 모셨다. 그리스도 교인들이 박해를 받은 이유는 하느님을 믿었기 때문이 아니라 하느님 외 다른 신을 믿지 않았고, 황제 숭배를 거부하였기 때문이었다.

재판관 앞에서 루치아는 논리적이면서도 확고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가난한 이들을 찾아가서 그들을 돕는 일이야말로 주님께서 좋아하시는 일입니다. 나는 이미 재산을 가난한 이들에게 모두 나누어 주었기 때문에 가진 것이 없어 베풀 것이 없고 하느님께 살아있는 나를 제물로 바칠 따름입니다.”

재판관은 자신이 황제의 법을 지키고 따라야 하는 총독임을 분명히 했다.

“당신은 황제의 법을 지키세요. 저는 하느님의 법을 지키겠습니다. 당신이 황제를 거역하지 않듯이 나도 하느님을 거역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상관에게 잘 보이기를 원하듯이 나도 그리스도를 기쁘게 해 드리고픈 열망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루치아는 당당하게 맞섰다.

“너는 네 재산을 부패한 자들에게 다 써버렸다. 그러니 네 말은 창녀의 말과 다르지 않다.”

재판관은 더 이상 루치아를 설득할 수 없자 그녀를 매음굴에 보내 사내들로 하여금 목숨이 끊어질 때까지 몸을 탐하라는 명을 내렸다.

젊은이들은 루치아를 취할 생각에 신바람이 났으나 그녀를 재판정에서 한 발자국도 끌어낼 수가 없었다. 다른 이들 역시 같은 시도를 했으나 똑같은 현상이 벌어졌다. 재판관은 사내들을 불러서 루치아의 팔다리를 묶어서 끌어내려 했으나 허사였다. 사람의 힘으로 안 되자 소떼를 몰고 와서 끌어내려 했으나 역시 꿈쩍도 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화가 난 재판관 파스카시오는 그녀 주위에 송진과 끓는 기름을 뿌린 후 불을 붙여 태워 죽이려 했으나 불에도 타지 않자 마침내 긴 칼로 그녀의 목을 찔렀다.

칼에 찔리고도 숨이 끊어지지 않았던 루치아는 그리스도의 성체를 모신 후에야 마침내 눈을 감았다. 많은 군중이 그녀의 죽음을 지켜보았으며 순교한 바로 그 장소에 성녀를 기념하는 교회가 세워졌는데 이 때가 그리스도교인들을 박해하기로 유명했던 디오클레지아누스 황제 통치 시절인 310년이었다.

이번 주에 소개하는 로토의 이 그림들은 지난주에 소개한 ‘재판관 앞에 선 성녀 루치아’ 제단화의 아래쪽에 위치한 보조 그림으로서 제시(Jesi)라는 도시의 성 플로리아로 수도원에서 1523년 주문하여 1532년 완성하였다.

화면 왼편에는 루치아의 약혼자가 재판관 파스카시오 앞에 서서 그녀를 고발한 죄목을 말하고 있다. 노란색 옷에 붉은 망토를 두르고 월계관을 쓰고 있는 루치아의 뒤에는 초록색 커튼이 있고 그 뒤에는 재판관과 담판을 벌이는 성녀가 다시 그려져 있으며, 이어서 성녀를 밧줄에 묶어 매음굴로 데려가기 위해 데려온 소떼와 군중의 모습이 보인다. 그녀의 다리는 밧줄에 묶여 소와 연결되어 있는데 소가 아무리 끌려 해도 루치아가 꿈쩍도 하지 않는 것은 바로 그녀 위쪽에 강림한 성령의 덕임을 화가는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아래의 그림에서는 도심 한복판에 끝없이 이어지는 소 떼와 군중을 그려놓았는데 화가는 거룩한 순교 장면을 당시 베네치아 화가들의 관심사였던 풍경화로 풀어내는 재치를 보여주고 있다.


 
▲ 작품해설 : 로렌초 로토, <소떼들>, 1532, 패널에 유화, 각자 32X69cm, 재시, 시립 미술관
 
 
고종희(한양여대 교수·http://blog.naver.com/bella4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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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0-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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