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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속 불멸의 성인들] 40. 성 토마스

보지 않고는 믿지 못하는 토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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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라바조, <의심하는 성 토마스>, 1602~1603년 경, 캔버스에 유채, 107 x 146 cm, 포츠담 장수시 궁
 

화가들이 성 토마스를 그릴 때는 십중팔구 ‘의심하는 성 토마스’라는 제목으로 그린다. 그 이유는 성경에 기록된 잘 알려진 일화 때문이다. 예수님이 부활하신 후 제자들에게 나타나셨을 때 그 자리에 없었던 토마스에게 제자들이 부활하신 주님을 뵈었다고 하자 토마스가 말했다.

“나는 내 눈으로 그분의 손에 있는 못자국을 보고 내 손가락을 그분의 옆구리에 넣어 보지 않고는 결코 믿지 못하겠소.”

여드레 뒤 예수님이 오셔서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하고 인사하시면서 토마스에게 말씀하셨다.

“네 손가락으로 내 손을 만져 보아라, 또 네 손을 내 옆구리에 넣어 보아라. 그리고 의심을 버리고 믿어라.”

토마스에 관한 이 일화에서 ‘의심하는 성 토마스’라는 주제가 탄생했다. 화가들은 토마스를 그릴 때 부활한 예수님임을 확인하기 위해 갈비뼈에 손을 넣는 모습으로 즐겨 그렸는데 그중에 카라바조의 그림이 단연 유명하다.

주름투성이의 토마스가 검지 손가락을 예수님의 상처에 집어넣고 있다. 진정 십자가에 못 박혔을 때의 상처인지 손가락의 촉감만으로는 못 믿겠는지 두 눈은 뚫어질 듯 상처를 향해 있다. 자비로우신 주님은 옷깃을 열어 가슴의 상처를 내보이며 토마스의 손목을 잡으며 제자의 이 한심한 행위를 돕고 있다. 이들 뒤에는 다른 두 제자도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이렇게 손으로 눈으로 선생님의 상처를 확인한 후에야 토마스는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하며 주님의 부활을 믿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그제야 토마스를 향해 일침을 가하신다.

“너는 나를 보고야 믿느냐? 나를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사실 우리가 예수님을 직접 보았다면 주님을 믿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시는 주님을 믿는 것이 진정 어려운 것이다. 토마스는 나무라기보다는 가장 인간답고 솔직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카라바조는 예수님의 상처에 집어넣은 토마스의 손가락에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키기 위해 두 가지 장치를 하고 있다. 첫째는 등장인물들의 시선이다. 예수님과 토마스는 물론, 뒤의 두 제자들까지도 상처를 집요하게 바라보고 있어서 그림의 모든 시선이 한곳으로 집중하게 만들었다.

다른 하나는 빛이다. 이 그림의 특징은 빛과 어두움의 강렬한 대비다. 관객의 시선 집중이 필요한 곳에 화가는 강한 빛을 퍼부었다. 흰 옷을 입은 예수님의 몸, 이를 바라보는 세 제자의 시선은 빛으로 인해 강력한 호소력을 발휘한다. 빛의 효과를 강조하기 위해 화가는 배경에 시선을 빼앗을 어떠한 것도 그리지 않고 단색으로 어둡게 처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거기에 이마에 주름이 가득한 토마스의 얼굴, 대머리 제자, 찢어진 토마스의 소매 등은 이들이 추상적인 예수님의 제자가 아니라 실제로 살아 숨 쉬는 당대인의 모습으로서 그림을 실감나게 하는 요소이다.

이것이 바로 미술사에서 리얼리즘(사실주의)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연 카라바조의 명암 대비법으로 이후 렘브란트를 비롯한 바로크 시대 화가에게 카라바조는 따라야 할 규범이 되었다.


고종희 (한양여대 교수·http://blog.naver.com/bella4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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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0-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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