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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속 불멸의 성인들] 42. 아빌라의 데레사

죽음의 화살 앞에서 환희에 찬 성녀, 얼굴 표정·옷 주름 사실적, 바로크 미술 특징 잘 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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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잔 로렌초 베르니니, ‘성녀 데레사의 법열’, 1644년경, 이탈리아 로마, 산타 마리아 델라 빅토리아 성당.
 

맨발의 가르멜 수도회 설립자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1515~1582)는 1515년 3월 28일 스페인 아빌라의 한 귀족 집안에서 9남매 중 셋째로 태어났다. 성녀에 관한 어린 시절의 일화 중에 그녀가 성인들의 생애에 유독 관심이 많았고, 성인들의 순교 이야기에 감화를 받아서 자신도 무어인들에게 순교를 당하겠다면서 오빠와 함께 가출하였으나 큰아버지가 발견하여 다시 집으로 데려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녀는 또한 집의 정원에 움막을 지어놓고 은둔자처럼 생활했다고 하니 어려서부터 남다른 데가 있었던 것 같다.

청소년이 되면서 문학을 좋아했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으며 옷, 보석, 향수도 좋아했다고 한다. 또래의 귀족 청소년들이 누렸던 것을 그녀도 누린 셈인데 성녀는 훗날 자서전에서 이 시기를 엄하게 비평했다.

13세에 어머니가 세상을 떴고, 부친은 딸의 교육을 위해 그녀를 아고스티누스 수녀원으로 보냈다. 이 무렵 또래의 소녀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결혼을 하는 것과 수녀원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이곳에서 6년간 교육을 받은 후 19세에 아빌라에 있는 강생 가르멜 수녀원에 들어가 수녀가 되었다.

그녀는 가르멜 수녀원에 들어가 1년 동안 지내면서 수녀원 생활이 외부인의 출입이 자유롭고, 외출도 쉽게 할 수 있는 등 규율이 느슨한 것을 보고 많이 실망을 했다. 이 무렵 데레사는 병이 들어 부친이 딸을 집으로 데려왔다. 집에서 요양하는 동안 프란체스코 데 오순나의 ‘영적 알파벳의 제3부(La terza parte dell’Alfabeto spirituale)’라는 기도에 관한 책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이 책은 명상과 영적 기도의 안내서로서 데레사로 하여금 신 앞에서 스스로의 영혼을 여는 것이 중요함을 깨닫게 해주었다.

건강이 극도로 악화되어 회복하는 데에 3년이 걸렸지만 회복과 함께 정신적 기도생활도 느슨해졌다. 그녀는 이 기간을 “기도하는 것이 너무 어려워 오로지 기도가 끝날 시간만을 기다렸다”고 회상했다. 성녀에게도 이처럼 어려운 시기가 있었다는 것은 우리 같은 범인에게는 위안이 되는 일이다.

성녀 데레사를 주제로 한 미술작품 중에서 바로크의 거장 잔 로렌초 베르니니의 작품이 유명하다. 이 작품은 맨발의 가르멜 수도회에 소속된 로마의 산타 마리아 델라 빅토리아 성당을 위해 제작한 것이다. 여기서 성녀 데레사는 천사가 화살로 심장을 찌르려는 순간 환희에 차 있는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데레사 성녀가 쓴 ‘천주 자비의 글’이라는 제목의 자서전에서는 신비로운 체험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이 책 23~31장에서는 신비적 체험, 고통, 황홀경, 내심의 말씀, 심장의 꿰뚫림에 대해서 기록하고 있는데, 미술 작품에서 화가나 조각가들이 성녀를 묘사할 때 가장 많이 활용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바로크 시대의 거장답게 베르니니는 성녀의 얼굴 표정이 과장되었다 싶을 정도로 리얼하게 표현했으며, 흘러내리는 옷 주름은 이 작품이 차가운 대리석으로 만들었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게 흘러내린다. 천사가 화살로 성녀의 가슴을 막 찌르려 하는데 성녀는 벌써 내적 신비함의 절정에 달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실은 이 표정 때문에 당대 대중의 비난을 사기도 한 작품이다. 그러나 바로크 미술의 특징이 바로 이 같은 감정의 폭발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바로크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고 있다.


고종희(한양여대 교수·http://blog.naver.com/bella4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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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0-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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