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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속 불멸의 성인들] 47. 사도 요한 Ⅰ

예수 죽음·부활 그린 작품에 빠짐없이 등장, 우측 붉은 옷 입은 금발의 젊은 남자 ''사도 요한'', 르네상스 회화 선구자 마사초 작품 대형 제단화의 일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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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해설 : 마사초, 〈십자가에 못박힌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 막달레나, 요한〉, 1426, 목판에 템페라, 83×63 cm, 나폴리, 카포디몬테 미술관.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신 장면을 그린 성화는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예수님 주변에 대체로 많은 군중이 운집해 있는 경우이다. 이 경우 예수님이 매달려 있는 십자가를 중심으로 화면 왼쪽에는 아들의 죽음 앞에서 기절한 성모님과 그녀를 부축하고 있는 두, 세 명의 여인들과 마리아 막달레나가 등장하며, 이들과 함께 빠짐없이 등장하는 붉은 옷을 입은 젊은이가 있는데 그가 바로 사도 요한이다. 그리고 십자가 오른쪽에는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박은 로마 병사들과 백인대장 등이 등장한다.

다른 하나는 소수의 주요 인물만이 등장하는 경우이다. 이 경우 화면 왼쪽에는 슬퍼하는 성모님이 등장하고 오른쪽에는 사도 요한이 등장한다. 때로 이들 두 사람 사이에 마리아 막달레나가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형식은 중세부터 바로크 시대에 이르기까지 십자가에 못박힌 그리스도 성화의 전형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들 세 인물들이 등장하는 것은 성경의 기록에 따른 것으로 요한 복음의 저자인 사도 요한은 예수님이 처형당하는 순간, 목숨이 끊어지는 순간, 그리고 부활의 순간을 성경에 생생하게 기록한 장본인이다.

요한은 예수님이 숨을 거두시기 직전 자신에게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라고 말씀하셨다면서 이후 자신의 집에서 성모님을 모셨다고 적고 있다. 예수님과 요한이 얼마나 각별한 관계였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한 예수님이 부활하신 주일날 마리아 막달레나로부터 예수님의 무덤이 열려 있다는 소식을 듣고 베드로와 자신이 달려갔는데 빨리 달린 자신이 먼저 무덤에 도착했으나 베드로가 도착하기를 기다려 먼저 무덤에 들어가게 한 후 자신도 따라 들어가서 아마포만 개켜져있는 빈 무덤을 보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성경에서 요한은 자신을 요한 혹은 1인칭으로 지칭하지 않고, 다른 제자, 혹은 직접 본 사람이라는 식으로 3인칭의 형식을 빌려 표현하고 있다.

이처럼 예수님의 각별한 제자였으며 주님이 세상을 떠나기 전의 마지막 순간과 부활 현장을 생생하게 지켜보았다는 이유로 그리스도의 죽음과 관련한 성화들 이를테면 십자가에서 내리는 장면이나, 무덤으로 옮기는 장면, 매장 장면 그리고 무엇보다도 부활 직후를 그린 그림에 사도 요한은 빠짐없이 등장한다.

마사초(Masaccio)의 이 제단화는 예수님과 주요 인물로 구성된 전형적인 십자고상이다. 중앙에는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님이 있고, 그 발 아래 두 손을 들어 절규하는 금발의 여인 마리아 막달레나가 보인다. 십자가 아래의 막달레나는 늘 이렇게 온몸으로 슬픔을 표현하는 여인으로 그려졌으며 긴 금발은 그녀의 상징이다.

왼쪽에 푸른 옷을 입은 여인은 성모 마리아이며 여러 사람이 등장할 때의 성모님은 보통 아들의 죽음 앞에서 혼절하여 부축을 받고 있는 모습이지만 이렇게 소수 인물만 등장할 때에는 이 그림에서처럼 두 손을 모아 절규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화면 오른쪽 금발의 젊은이는 사도 요한으로 등장 이유는 앞서 설명한 대로이다.

이 그림은 르네상스 회화의 선구자인 마사초의 작품으로 열점 이상의 그림으로 구성된 대형 제단화의 한 부분이다. 마사초는 그리스도가 죽음을 맞은 순간의 슬픔을 성경의 주요 인물을 통해 가장 생생하게 보여주고자 했으며,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님의 신체가 왠지 어색하게 보이는 이유는 원래 이 그림은 보는 이의 시각 위쪽에 위치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고종희 (한양여대 교수·http://blog.naver.com/bella4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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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0-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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