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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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속 불멸의 성인들] 51. 고스마와 다미아노Ⅱ

성인 생애 드라마처럼 아름답게 그려. 성 마르코성당 제단화 성 모자 향해 무릎 꿇은 ‘고스마와 다미아노’ 자연 묘사미 두드러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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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베아토 안젤리코, 〈성마르코의 제단화〉, 1438-40, 220×227cm, 피렌체, 성 마르코 수도원.
 

고스마와 다미아노는 그리 많이 알려진 성인이 아니다. 이들이 가장 널리 알려진 시기는 15세기 이탈리아 피렌체에서였다. 역사적인 예술 후원자 가문인 메디치의 수호성인이 바로 고스마와 다미아노였기 때문이다.

메디치는 의사라는 뜻이다. 조상이 의사라는 이유로 메디치라는 이름을 갖게된 이 가문에서 두 성인을 수호성인으로 모신 것은 당연했다. 고스마라는 이름은 당시 메디치 가문 통치자의 이름이기도 했다. 1430년경 피렌체의 성 마르코 수도원의 재건축을 추진하고, 그곳의 수도원장이자 화가였던 안젤리코에게 수도원 전체를 그림으로 장식하게 한 사람의 이름이 바로 고(古) 고스마(이탈리아 발음은 코시모)였다. 자신의 이름이 성인과 동명(同名)이다 보니 특별히 더 공경한 것이다.

여기에는 정치적인 목적도 있었다. ‘피렌체의 국부(國父)’라는 칭호를 얻은 피렌체의 실질적인 최고 통치자였던 정치인 고(古) 고스마는 일개 상인 가문이었던 메디치 가문을 피렌체 최고의 명문 가문의 반열에 올려 놓았다. 자신과 이름이 같은 고스마 성인이 시민들에 의해 공경을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자신에 대한 호감도 역시 올라간다는 점을 코시모는 노렸던 것이다.

이로부터 1세기 후인 16세기 초 고스마 1세라는 이름을 가진 또 한 명의 메디치 가문 인물이 피렌체의 통치자가 되었을 때 고스마 성인을 주제로 한 제단화들이 또 한 번 붐을 이룬다. 이때는 한술 더 떠서 성인의 얼굴에 아예 군주의 얼굴을 그려 놓기도 했다. 성인과 통치자의 이미지를 일치시키려 한 것이다. 성화는 이처럼 때로는 고도의 정치적 선전 수단으로 쓰였다.

1438년 완성된 이 그림은 성 마르코 수도원에 딸린 성당 제단화의 중앙 그림이다. 이 성당에는 고스마와 다미아노에게 헌정된 제대가 있었는데 안젤리코는 ‘성 마르코의 제단화’를 제작하여 제대 위에 설치했다. 이 그림의 아래에는 10여 점의 작은 그림들이 있는데 모두가 고스마와 다미아노의 일화를 주제로 하고 있다.

이 그림들은 당시에 화가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책 ‘황금전설’을 토대로 그려졌다. 다만 황금전설에는 고스마와 다미아노의 이야기가 주가 되고 있으나 안젤리코의 그림에서는 다섯 형제를 모두 등장 시키고 있는 점이 다르며, 성인의 생애를 마치 드라마를 찍듯이 재미있고 아름답게 그려냈다.

이 같은 그림이 10여 점 이상이 모여서 하나의 제단화를 이뤘으니 그 규모와 화려함이 대단했을 것이다. 이 제단화는 중앙에 성모님과 아기 예수가 개선문처럼 생긴 옥좌에 앉아 있고, 그들의 좌우에 천사와 성인들이 둘러 서 있으며, 앞 쪽에 두 사람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데 한 사람은 성 모자를 향하고 있고 다른 한 사람은 관객을 향해 있으면서 얼굴에 간곡한 표정을 담고 있다. 바로 고스마와 다미아노로서 관객을 성 모자에게 인도하는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림 앞 쪽에는 카펫이 정교하게 그려져 있고, 뒤에는 정원의 나무들이 보이며, 앞면 정 중앙에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신 ‘십자고상’이 그려져 있다. 그림 속의 그림인 셈이다.

이 두 성인은 신자들을 갓 태어난 예수님께 인도하면서 동시에 예수님이 인류의 구원을 위해 죽으셨음을 보여주고 있다. 하나의 그림 속에 정치적, 신학적 의미를 담고 있으면서도 원근법과 자연의 묘사라는 회화적 야심까지 표현한 안젤리코 최고의 걸작에 속하는 작품이다.


고종희(한양여대 교수·http://blog.naver.com/bella4040)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0-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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