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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속 불멸의 성인들] 54. 성 베네딕토 Ⅲ

샘이 솟게하고 독살 물리쳐, 규칙서 상징하는 책과 노동 상징하는 곡식 든, 성인의 노년시절 모습, 르네상스 거장 만테냐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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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딕토(약 480~547)는 수비아코로 돌아와서 여러 가지 기적을 행하였으며 그의 명성을 듣고 많은 수도자들이 몰려들어 무려 12개의 수도원이 세워지게 되었다. 이들 수도원 중 두세 곳은 높은 바위 산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물을 길어오는데 어려움이 컸다. 이에 수도자들이 수도원을 옮기자고 요청했다.

어느 날 밤 베네딕토는 한 젊은 수도자를 데리고 산으로 올라가서는 오랫동안 기도를 드린 후 돌덩어리 세 개를 땅 위에 두었다. 다음날 아침 데리고 갔던 수도자에게 놓여진 돌을 치우고 땅을 파면 주님께서 그곳에 샘이 솟게 해주실 것라고 말했다. 수사들이 그곳에 가서 돌을 치우고 파 보니 과연 웅덩이에 물이 고여 있었다.

베네딕토 성인에 관한 또 하나의 일화를 소개하자면 피오렌초라는 수도자가 있었는데 하루는 빵에 독을 묻혀서 베네딕토에게 보냈다. 성인은 평소 먹이를 주던 까마귀에게 빵을 주며 말했다.

“주님의 이름으로 이 빵을 들어 아무도 해치지 않는 곳으로 던지노라.”

까마귀가 날아가자 성인은 “이것을 집어서 멀리 버려라”라고 말했다.

까마귀는 3일 뒤 돌아와서 예전처럼 음식을 받아먹었다. 피오렌초는 성인 독살에 실패한 것을 알게 되자 이번에는 제자들의 영혼을 죽이기로 마음먹었다. 그리하여 수도원의 정원에 수도자들의 육체적 열망이 타오르도록 7명의 미녀들을 데려와서 노래하고 춤추게 했다.

이 광경을 본 성인은 제자들이 유혹에 빠질까봐 걱정이 되어 그들을 다른 곳으로 데려가려 했다. 발코니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피오렌초는 제자들이 떠나는 것을 보고 크게 기뻐했으나 발코니가 무너지면서 즉사했다.

마우로라는 제자가 베네딕토에게 “돌아오시오. 당신을 괴롭히던 자가 사망했소”라며 기쁜 소식을 알렸다. 소식을 들은 성인은 비록 악인이라 하지만 한 인간의 죽음을 제자가 기뻐하는 것을 보고는 몹시 슬퍼하며 마우로로 하여금 회개하게 했다.

이후 베네딕토는 오늘날까지도 수도원으로 유명한 몬테카시노로 거처를 옮겼다. 그곳에서 그는 아폴로 신전을 개조하여 성당을 세웠고, 몬테카시노의 수도원에는 많은 제자들이 몰려왔다. 베네딕토는 그곳에서 생활하며 그 유명한 베네딕토 규칙서를 썼다.

베네딕토 성인은 자신이 사망할 날을 예언했으며, 죽기 7일 전 무덤을 열어둘 것을 명했다. 이 말을 마치자 열이 나고 아팠으며, 7일 후에는 기도소로 데려가 달라고 하여 성체를 영했다. 그리고는 제자들의 도움을 받아 팔을 벌려 하늘을 향해 양팔기도를 올렸으며, 기도 중에 영면했다.

이 장면을 두 제자가 지켜봤는데 한 사람은 방에 있었고 다른 사람은 멀리 있었다. 그들은 망토로 덮인 빛이 베네딕토의 방에서 동쪽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보았는데 그것은 주님의 사랑을 받은 베네딕토가 하늘로 올라가는 길이었다고 한다. 베네딕토는 그 자신이 아폴로 제단을 헐고 만든 세례자 요한의 기도소(오라토리움)에 묻혔다. 그때가 서기 518년이었다.

베네딕토 성인은 프란치스코, 안토니오, 도미니코 성인과 더불어 수도회를 창설한 중요한 인물이지만 명성에 비하여 그를 소재로 한 그림이 의외로 많지 않다.

북부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거장인 안드레아 만테냐가 그린 이 그림 속의 베네딕토 성인은 흰 수염의 노인 모습으로 그려졌다. 베네딕토 수도회의 검은색 수도자 복장을 하고 있으며, 한 손에는 규칙서를 상징하는 책을, 다른 한 손에는 수도원에서 행해지는 수도자들의 노동을 상징하는 곡식 다발을 들고 있다.


고종희(한양여대 교수·http://blog.naver.com/bella4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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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0-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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