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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4) 어머니의 얼굴을 바라보며 빛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성모 마리아 품에서 따사로움 만끽, 모든 신앙인 어머니로서 우리 위해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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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드레아 델라 롭비아(Andrea della Robbia) 자비로우신 성모 마리아, 1490년경, 테라코다, 300x250cm, 성모 마리아 성당, 아레조, 이탈리아.
 

도자 벽화 ‘자비로우신 성모자상’은 이탈리아의 중세 도시 아레조에 있는 한 성당의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작은 골목길 옆에 있는 이 성당은 성모 마리아께 봉헌이 되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성당 내부의 한쪽 벽면에 이 성모자상을 꾸몄다. 이 작품은 아치 형태의 상단과 직사각형 형태의 하단으로 나뉘어졌으며 배경의 푸른색은 흰 도자 벽화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하늘의 색깔인 푸른색은 천국이나 천상의 진리를 상징하며 하늘을 품에 안으신 성모 마리아를 꾸미기 위해 즐겨 사용되었다.

상단에는 천사들이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의 머리 위에 황금색 관을 씌워주고 있다. 또한 천사들은 마리아의 겉옷을 들어 보호의 장막처럼 만들고 있다. 넓게 펼쳐진 성모의 옷자락에는 여러 성인 성녀들이 마리아의 보호를 간청하며 기도를 올리고 있다. 마리아의 양쪽에는 천국의 열쇠를 든 성 베드로와 성 베네딕토가 서 있다. 위에는 성부 하느님을 상징하는 양팔과 성령 하느님을 상징하는 비둘기가 대관식 중인 성모 마리아를 향해 내려오고 있다.

하단에는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예수님의 시신을 관에 담는 모습이 담겨져 있다. 예수님의 오른쪽에 있는 성모님은 아들의 죽음을 바라보며 슬픔의 눈물을 흘리고 있으며, 왼쪽의 사도 요한은 양손을 모으고 간절한 기도를 바치고 있다. 성모 마리아는 한평생 동안 언제나 하느님의 말씀을 삶의 첫 자리에 두고 사셨다. 성령으로 아기 예수를 잉태한 순간부터 예수님의 공생활과 십자가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예수님과 함께 동고동락하셨다. 신앙에 충실한 성모 마리아를 하느님께서 잊지 않으시고 거두어 영광스럽게 해 주시는 모습이 이 작품 안에 묘사되어 있다.

한 달쯤 전 서울 장안동성당 관할 구역에 있는 시립 아동상담소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은 가정이나 부부 문제로 집에 머물 수 없는 100여 명의 아이들이 수녀님과 교사들의 따뜻한 보호를 받으며 지내는 곳이다. 상담소 개소 기념일을 맞아 그곳 아이들과 수녀님, 교사와 봉사자들이 작지만 아름다운 음악회를 개최하였다.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시간을 보냈을 아이들이었지만 천진난만한 표정과 목소리는 천사들처럼 아름다웠다.

그 가운데서 열 살쯤 되는 한 소녀의 얼굴은 노래하는 동안 해맑은 웃음과 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노래를 마치고 제자리로 돌아간 다음에도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그 소녀의 입가에서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음악회가 끝난 다음에서야 소녀가 왜 그처럼 행복한 미소를 지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 소녀의 어머니가 어린 동생을 데리고 음악회에 찾아와 뒷자리에 앉아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소녀는 합창을 하는 동안 그토록 그리워했던 어머니와 사랑하는 동생을 보고 방글 방글하였던 것이다.

사랑하는 어머니의 얼굴을 바라보며 빛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자비로우신 성모자상’에 등장하는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의 얼굴도 행복함으로 빛나고 있다. 어린 예수는 아무런 옷도 입지 않았지만 어머니의 품에서 따사로움을 만끽하고 있다. 이제 성모 마리아는 아기 예수의 어머니일 뿐만 아니라 모든 신앙인의 어머니로서 우리를 보호해주시며 천상에서 우리를 위해 하느님께 전구해 주신다. 우리를 위해 끊임없이 기도해 주시는 모든 신앙인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를 바라보면 우리의 얼굴도 그 소녀처럼 기쁨의 빛으로 가득찰 것이다.


 
▲ 성모자상(부분)
 

 
▲ 예수님의 시신 앞에서 슬퍼하는 마리아(부분)
 

 
정웅모 신부(서울 장안동본당 주임)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1-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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