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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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6) 다시는 이별 없는 영원한 만남이 시작되고

천국서 어머니 마리아 반갑게 맞아, 예수님·성모님 재회 묘사, 천사들은 손 모으고 기도, 죽음 이후 새로운 삶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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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크 스텔라 (Jacques Stella, 1596-1657), 천국에서 예수님과 성모님의 만남, 대리석 위에 유채, 콩데 미술관, 콩데, 프랑스.
 

 
이 작은 작품에는 천국에서 예수님과 성모님이 반갑게 재회하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뒤에는 세 명의 천사들이 이들의 재회를 바라보며 손을 모으고 경배하는 자세로 기도하고 있다. 이 작품은 캔버스가 아니라 대리석 위에 그려졌는데 돌의 자연스러운 문양은 하느님 나라의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을 더해 준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는 마지막 순간 까지도 이 땅에 홀로 남게 될 어머니 마리아에 대한 걱정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 혹독한 고통의 시간에 예수님은 어머니에게 제자를 아들로 삼으라 말씀하시고, 제자에게는 성모님을 자신의 어머니로 받아들이라고 말씀하신 후 비로소 숨을 거두셨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어머니와 그 곁에 선 사랑하시는 제자를 보시고, 어머니에게 말씀하셨다.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이어서 그 제자에게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하고 말씀하셨다. 그때부터 그 제자가 그분을 자기 집에 모셨다”(요한 19,26-27).


 
▲ 예수님과 성모님의 얼굴(부분).
 
 
부활 승천하여 이미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신 예수님께서는 지상의 생애를 다 마치고 천국에 들어오신 어머니 마리아를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예수님께서는 부활하셨을 때의 모습 그대로 깃발이 달린 승리의 십자가를 들고서 어머니께 다가가 손을 잡고 있다. 십자가 아래에서 눈물을 삼키며 아들의 죽음을 바라보아야만 했던 성모님도 예수님의 손을 잡고 끌어안으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완수하기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혀 죽기까지 충실했던 예수님과 한 평생 동안 오로지 하느님의 뜻을 묵묵히 따랐던 성모 마리아의 삶은 고통으로 점철되었으나 그들이 걸었던 길이 참되고 영생으로 이어졌다는 것을 이 작품에서 볼 수 있다.

얼마 전, 본당 교우의 새 집을 축복한 적이 있다. 그런데 집 주인인 노부인은 축복식이 거행되는 동안 계속 눈물을 흘렸다. 작지만 아름다운 집을 축복한 그날이 공교롭게도 남편이 세상을 떠난 기일이었기 때문이다. 그 부부는 오래전부터 함께 하느님을 믿으며 성실하게 살아 아담한 집을 장만하였지만 남편이 일 년 전에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집 축복식도 미루었던 것이다. 축복식이 끝난 후 부인은 눈물을 훔치며 하느님이 원망스러울 때가 너무나 많아 죄송스럽다고 하였다. 남편이 필사하다가 마치지 못한 성서 노트를 꺼내 보이고 쓰다듬으며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속으로 삭이고 있었다.

나는 사랑하는 배우자를 떠나보내고 슬픔에 젖은 그 부인에게 들려줄 위로의 말을 찾을 수가 없었다. 만일 내가 그 상황에 놓여있다 하더라도 왜 하느님께서 나에게 그런 고통을 안겨주셨을까 하고 원망했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저 세상으로 떠나보내야 하는 것은 고통 가운데서도 가장 큰 고통일 것이다. 비록 우리가 하느님 안에서의 영원한 안식과 삶을 믿는다 하더라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가? 우리가 당하는 고통 속에도 하느님은 계시고, 죽음 저편에도 하느님이 계셔 새로운 삶이 있다는 것을 말하였지만 그 부인의 눈물을 마르게 하지는 못하였다.

때가 되면 우리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이 세상을 떠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죽음이 우리 인간의 마지막 말도 아니고 종착지도 아님을 예수님의 부활안에서 신앙으로 고백한다. 이 세상과는 전적으로 다른 하느님의 나라에서 우리의 삶은 죽음 이후에도 새롭게 시작되고 그곳에서 우리가 그토록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만나리라는 희망을 간직하고 있다. 하느님 나라에서 예수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께서 다시 만나 이별 없는 영원한 만남을 갖듯이 우리들 역시 때가 되면 천국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 안에서 그리움을 삭이며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1-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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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께서 모든 악에서 너를 지키시고, 네 생명을 지키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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