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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16) 마리아의 정원을 더욱 아름답게 꾸며준 주목 한 그루

인류구원 위해 겪을 예수의 희생 묵상/ 아기 예수 안고 있는 마리아 모습 담아/ 가시 즐겨먹는 방울새 예수 수난 표현/ 세 천사는 삼위일체이신 성자를 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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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드레아 델라 롭비아(Andrea della Robbia, 1435-1525), 성모자와 세 천사, 테라코타 채색, 루브르 박물관, 파리, 프랑스.
 

성모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이 작품은 안드레아 델라 롭비아가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렌체에 살았던 롭비아 가문의 사람들은 도자로 다양한 종류의 성물과 장식물을 즐겨 제작하였다. 그들이 만든 도자 성물은 대리석이나 나무로 만들어진 것보다 가격이 낮았기 때문에 널리 보급될 수 있었다. 그 결과 귀족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예술품을 쉽게 구하여 실내나 정원을 장식하곤 하였다.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성모자와 세 천사’도 원래는 피렌체의 어느 집 가정을 장식하였을 것이다. 마리아는 아기 예수가 설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으며 간신히 일어선 예수는 앞을 바라보고 있다. 아기가 손에 쥔 방울새는 장차 예수가 겪게 될 수난을 상징한다. 방울새는 엉겅퀴나 가시를 즐겨 먹기 때문에 예수의 수난을 묘사하기 위해 즐겨 등장한다. 마리아는 아기 예수를 안고 있으면서도 장차 그가 인류 구원을 위해 겪게 될 희생을 묵상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성모자의 머리 위에 있는 세 천사는 아기 예수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 가운데 성자라는 것을 알려준다.

‘성모자와 세 천사’의 테두리는 각종 잎과 솔방울, 귤, 모과 등으로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다. 이 장식물들은 교회의 창문과 같은 아치 형태로 되어 있어서 성모자의 성스러운 분위기를 한층 더해 주고 있다. 각종 잎과 과일들은 마리아 정원의 아름다움과 풍요로움을 보여준다. 성모 마리아를 표현한 성화에는 작은 정원이 자주 등장한다. 이 정원은 마리아처럼 하느님의 말씀에 언제나 귀를 기울이고 그 말씀을 따라 올곧게 살면 마음 안에 아름다움이 활짝 핀다는 것을 알려준다. 성모 마리아의 성화에 등장하는 이 정원을 ‘마리아의 정원’이라 한다.

현재 사목하고 있는 서울 장안동성당에도 ‘마리아의 정원’이 있다. 성모상 옆에 있는 작은 정원에는 소나무와 단풍나무, 느티나무와 벚나무, 향나무와 주목, 맥문동과 영산홍 등 여러 식물이 자라고 있다. 풀과 나무들은 계절에 따라 꽃과 향기를 피우며 창조주이신 하느님을 온 몸짓으로 찬미하는 듯하다. 지난달에는 오래된 느티나무의 병든 곳도 치료하고 밖으로 뻗은 나뭇가지들도 잘라주며 화단을 정돈하였다.

화단 정돈이 거의 끝나갈 무렵에 작업을 하였던 정원사가 자신의 정원에 있던 주목 한 그루를 가져왔다. 수령이 20년 이상이 된 그 주목은 높이가 2m 정도이고 계란처럼 생긴 형태도 아름다웠다. 정원사는 오래전부터 그 주목을 가족들과 함께 키우며 즐거웠다고 하였다. 그러나 그 주목을 자신과 가족들만 보는 것이 너무 아까워 언젠가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곳에 기증하리라 생각했다고 한다. 우리 성당의 정원을 정돈하면서 바로 이곳에 주목을 심으면 많은 신자들이 즐겨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나무를 가져온 것이다.

정원사가 기증한 주목은 오래전부터 정원을 지키고 있던 다른 나무들과 사이좋게 지내며 잘 자라고 있다. 그 앞을 오가는 신자들도 새로 이사 온 주목을 바라보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워하고 있다. 벌써 정원의 터줏대감처럼 자리 잡은 주목을 바라보면 그 너머에 있는 정원사의 모습이 떠오른다. 자신의 정원을 아름답게 꾸며주었던 그 나무를 가족뿐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나무를 캐온 그 정원사의 따뜻한 얼굴이 아른거린다.
  

 
▲ 성모자와 세 천사(부분).
 
 
정웅모 신부(서울 장안동본당 주임)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1-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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