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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19) 어린 아이의 눈에 사제는 예수님처럼 보이고

하느님 집을 찾아서 기도하는 성가정/ 예수·마리아·요셉으로 구성된 성가정 가족들이, 성전 방문하는 모습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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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가정의 성전 방문’, 유리화, 13세기, 생트 샤펠성당, 파리, 프랑스.
 
 
‘성가정의 성전 방문’은 생트 샤펠성당의 내부를 장식한 수많은 작품 가운데 한 점이다. 생트 샤펠성당은 프랑스 파리의 중심부에 있는데 규모는 작지만 내부 전체가 13세기의 화려한 유리화로 장식되어 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빛을 받아 아름답게 드러나는 유리화를 바라보면 마치 천상의 공간에 머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성가정의 성전 방문’은 예수, 마리아, 요셉으로 구성된 성가정의 가족들이 성전을 방문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사제 앞에 어린 예수가 묘사되어 있고 그 뒤에 성모 마리아와 성 요셉의 모습이 표현되어 있다. 성가정은 하느님의 집인 성전을 방문하여 기도하며 하느님의 뜻을 찾고 그 가르침을 따라 충실히 살았다. 하느님께 대한 신앙 안에서 “아기는 자라면서 튼튼해지고 지혜가 충만해졌으며,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루카 2,40).

가족 모두가 하느님의 말씀 안에서 올바르게 살았던 성가정은 모든 그리스도인 가정의 모범이 된다. 주일미사에 참례하기 위해 가족들이 함께 손을 잡고 성당에 나오는 모습을 보면 세상의 그 어떤 것보다도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을 바라보면 일찍이 나자렛에서 꾸며졌던 예수, 마리아, 요셉의 아름다운 성가정이 떠올려지곤 한다.

11월 말에 일주일간의 사제 연례 피정을 마치고 성당으로 돌아 왔다. 많은 신자들이 손을 잡아 주며 따스한 마음으로 맞아주었다. 어떤 신자는 본당 신부가 없으니 성당이 텅 비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며 반색하였다. 그러나 수많은 신자 가운데서도 나를 가장 반갑게 맞이해 준 사람은 4살 된 미카엘라였다.

피정 기간에는 내가 집전하던 주일 교중미사를 보좌 신부님께서 맡아주셨다. 아이는 미사 중에 그 모습을 바라보며 “엄마, 예수님이 바뀌었어요! 예수님이 바뀌었어요!”라며 울먹였다고 한다. 그런 아이가 피정을 마치고 돌아와 내가 다시 교중미사를 집전하는 모습을 보자 눈이 빛나기 시작한 것이다. 미사 후에는 토마 사도가 부활한 예수님을 다시 만나 반가워한 것처럼 연신 생글생글 하며 내 곁을 맴돌았다.
 

 
▲ ◀ 생트 샤펠성당의 유리화.
 

 
내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산골의 본당 신부님은 읍내에 사셨고 마을 언덕에는 작은 공소가 있었다. 주일이면 동네 사람들이 모여 공소 예절을 거행하고 음식과 정담을 나누었다. 신부님은 성탄과 부활 시기에 두 번 정도 공소를 방문하여 미사를 집전하고 고해성사를 주셨다.

나는 어른들 틈새에서 파란 눈의 외국 선교사 신부님을 신기하게 바라보곤 하였다. 어린 내 눈에 비친 그분은 단순히 신부님이 아니라 사랑 가득한 예수님이셨고 또한 자비로운 하느님이셨다. 지난 주일에 내 곁을 맴돌던 아이를 바라보며 나도 어린 시절에 만났던 파란 눈의 본당 신부님 주변을 다시 맴돌고 있다.


정웅모 신부(서울 장안동본당 주임)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1-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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