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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모 신부의 아름다운 성화 아름다운 인생] (22) 하느님께서 저희에게 길을 보여주시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성전에서 아기 예수를 봉헌하다/ 성모 마리아·성요셉이 성전/ 방문해 기도하는 모습 담아/ 시메온이 아기 안고 주님 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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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전에서 아기 예수 봉헌, 유리화, 성모 마리아 경당, 노틀담 대성당, 파리, 프랑스.
 
 
‘성전에서 아기 예수 봉헌’에는 성모 마리아와 성 요셉이 성전을 방문하여 기도하는 모습이 담겨져 있다. 그들은 아기 예수가 태어난 지 40일이 지난 다음에 정결례를 거행하기 위해 예루살렘 성전으로 올라갔다. 구세주의 탄생을 학수고대하던 예언자 시메온은 한 손으로 아기를 안고 다른 손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하느님을 찬미하고 있다. 이들 곁에는 정결례의 제물에 사용될 비둘기 한 쌍을 들고 있는 사람이 묘사되어 있다.

이 작품은 프랑스 파리 노틀담 대성당을 아름답게 장식한 수많은 유리화 가운데 한 점이다. 이 유리화는 대성당의 제단 뒤편에 있는 ‘성모 마리아 경당’을 장식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이 경당의 유리화에는 마리아의 탄생부터 승천에 이르기까지 주요 장면이 세부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성전에서 아기 예수 봉헌’은 구세주의 탄생을 손꼽아 기다리던 시메온이 마침내 아기를 두 팔에 안고 부른 노래를 토대로 하여 만들어졌다.

“주님, 이제야 말씀하신 대로 당신 종을 평화로이 떠나게 해 주셨습니다.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보았습니다. 이는 당신께서 모든 민족들 앞에서 마련하신 것으로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며 당신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입니다.”(루카29-32)

지난여름, 주일미사 후에서 신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을 때 아들의 손을 꼭 잡은 노부부가 한 통의 편지를 주었다. 그 편지에는 아들의 앞날에 대한 걱정과 하느님의 은총이 그의 삶을 비추어지기를 바라는 내용으로 가득하였다. 그들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외아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심신 장애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사십을 바라보는 지금도 아이처럼 부모의 세심한 보살핌이 필요한 상태였다.

무정하게 흐르는 세월 앞에서 점점 약해가는 노부부는 자신들보다도 장차 홀로 남게 될 아들에 대한 걱정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다. 그들은 교회에서 운영하는 사회복지단체 여러 곳에 아들의 입소에 대해 알아보았지만 모든 곳으로부터 여의찮다는 소식을 들어 초조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의 고통을 드러낸 이 편지 때문에 신부님의 마음을 아프게 해드린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고 하였다. 하지만 노부부는 그처럼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하느님께 대한 희망을 간직하며 이렇게 편지를 맺었다. “하느님께서 저희에게 길을 보여주시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 길을 찾아보려 더욱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성모 마리아와 성 요셉이 아기 예수를 주님께 봉헌하기 위해 성전을 방문한 것처럼, 노부부도 장성한 아들의 손을 잡고 기도하기 위해 매 주일 성당을 찾아온다. 신앙심이 가득한 그들과 천진난만한 아들을 바라보며 이 가족이 염원하는 그 소박한 꿈이 실현될 수 있기를 간절히 고대한다. 성전에서 아기 예수를 두 팔에 받아 안고 하느님을 찬미하며 불렀던 시메온의 노래가 하느님께 희망을 두고 사는 이들 노부부의 입을 통해 다시 불려질 그 날을 기다리게 된다. “주님, 이제야 말씀하신 대로 당신 종을 평화로이 떠나게 해 주셨습니다.”(루카2,29)


 
▲ 성모 마리아 경당.
 
 
정웅모 신부(서울 장안동본당 주임)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2-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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