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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 서소문을 만나다] <4> 하느님의 종 21위 탄생지

신유박해 순교자 21위 ''하느님의 종'' 선정... 1801년 서소문 밖 형장에서 ''하느님의 종'' 등 31위 희생... 10위는 순교여부 검토 필요해... 기해,병인박해 순교자 44위는 이미 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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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소문 밖 행형장이 `교회사적 의미`를 띠게 되는 건 1801년이다. `조상제사 문제`를 빌미로 시작된 박해의 칼날은 교회로 향했고, 서소문 밖 형장은 수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자신의 신앙을 지키고 증거한 `거룩한 땅`이 됐다.


 
▲ 19세기 서소문 밖 네거리 지도.
 
 
 서소문 밖 형장에서 집행된 대규모 박해와 순교는 1801년(신유박해)과 1839년(기해박해)ㆍ1866년(병인박해)에 집중됐다. 서소문 형장에서 피를 흘린 84위 가운데 1839년과 1866년 순교자들은 44위가 이미 시성됐고, 나머지 40위는 신유박해 순교자와 희생자 31위 및 병인박해 순교자 9위 등이다. 이 40위 중 21위가 현재 한국교회가 1차 시복을 추진 중인 `하느님의 종`(Servus Dei)에 포함돼 있다.


   #1801년 신유박해 순교자 탄생한 `거룩한 땅`

 2009년 6월에 이미 교황청 시성성에 시복 서류가 접수돼 예비심사조서에 대한 `법적 유효성` 인정을 거쳐 현재 다음 단계로 성덕의 영웅성과 순교에 관한 심문요항(Positio)을 만들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역사위원회와 신학위원회 검토가 이뤄진다. 이들이 바로 순교자 124위와 증거자 1위(최양업 신부)로, 하느님의 종 125위 중 6분의 1에 해당하는 순교자가 이른바 `신유사옥`의 격랑을 겪으며 서소문 밖 형장에서 `의롭고 뜨거운 마음으로` 신앙을 증거했다. 그러기에 서소문 밖 형장은 조선 후기사를 가장 응축시켜 집약적으로 보여주면서도 역사적으로 꼭 기억해야 할 의미를 갖는 주요 교회사적지(事蹟址)다.


 서소문 밖 형장은 18세기 후반 조선사회의 변화를 상징한다. 이미 「정감록」과 같은 비결서 등장과 함께 민중종교운동과 천주교 신앙이 활발하게 일어났고 사상계에도 일대 변화가 일어났으며 정조는 이에 `문체반정(文體反正)`으로 대처하고 나섰다.

 연암 박지원의 패사소품체(稗史小品體)에 대응, 순정고문(醇正古文)으로 글을 쓰도록 하면서 명ㆍ청 소설 수입까지 금지했을 정도다. 천주교 신앙의 성행과 민중종교운동은 성리학 중심 지배이념에 대한 대안으로서 등장했기에 조정의 탄압을 불러왔다. 특히 `조상제사`를 지낼 수 없다고 선언한 교황청 공식 해석을 받아들여 끝까지 신앙을 지킨 천주교 신자들이 1801년에 처형되면서 서소문 밖 형장은 한국 교회사 전면에 등장한다.


 
▲ 서소문 근린 공원에 세워져 있는 서소문 순교현양탑 전경.
 
 이 과정에서 조선사회 신분제와 조상제사 등 미풍양속을 어지럽히는 집단으로 간주된 천주교는 극렬한 탄압을 받았고, 초기 교회 주요 지도자들이 참수된다. 대표적 인물이 한국교회 첫 영세자 이승훈(베드로)이었으며, 정약종ㆍ홍낙민ㆍ황사영 등 명망이 높은 양반과 중인, 평민, 비녀 등도 목숨을 바쳤다.

 
 신유박해 당시 서소문 밖 형장에서 순교한 31위 중 1차 시복대상자에 포함된 하느님의 종은 모두 21위다. 1801년 4월 8일 순교자 6위 가운데 최필공(토마스)ㆍ최창현(요한)ㆍ정약종(아우구스티노)ㆍ홍교만(프란치스코 하비에르)ㆍ홍낙민(루카)을 시작으로 5월 14일 순교자 6위 중 정철상(가롤로)ㆍ최필제(베드로)ㆍ윤운혜(루치아)ㆍ정복혜(칸디다), 7월 2일 순교자 9위 중 강완숙(골룸바)ㆍ최인철(이냐시오)ㆍ김현우(마태오)ㆍ이현(야고보)ㆍ김연이(율리아나)ㆍ강경복(수산나)ㆍ한신애(아가타)ㆍ문영인(비비아나), 10월 4일 순교자 2위 김종교(프란치스코)ㆍ홍필주(필리포). 12월 10일 순교자 3위 중 현계흠(바오로)이 하느님의 종에 포함돼 있다.

 이 가운데 최필공과 최창현ㆍ정약종ㆍ강완숙 등은 교회 지도자로서 두드러진 업적을 남겼으며, 정약종은 그 가운데서도 가장 대표적 인물이다. 1786년 세례를 받은 이후 선교사 주문모 신부와 함께 선교에 투신한 그는 평신도 단체인 명도회 회장으로 활동하며 조선교회의 핵심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무엇보다도 입교 뒤 양반으로서 자신의 기득권을 스스로 포기한 그는 신분이 낮은 상한(常漢) 또는 천민들과 함께하며 인간 존엄을 강조하던 천주교 교리를 삶에서 실천했다. 한글교리서 「주교요지」를 통해 한자를 모르는 평민들에게까지 복음을 전하는 데 크게 이바지했으며, 이 교리서는 초창기 한국천주교회 신학사상을 이해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귀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이승훈, 황사영 등은 1차 시복대상자서 제외

 나머지 10위 중 2위인 이승훈(베드로)과 황사영(알렉시오)은 각각 수원교구와 서울대교구에서 시복대상자 선정 작업을 하고 있다. 다만 초기 교회 형성에 크게 기여했으면서도 1791년 이후 신앙에 전심하지 않아 순교 여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승훈과 `반역자`라는 논란이 따르는 황사영의 경우는 하느님의 종 선정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나머지 8위는 이희영과 김백순ㆍ정인혁ㆍ이합규ㆍ김건순ㆍ황심ㆍ김한빈ㆍ옥천희 등으로, 이들은 교회의 순교개념에 교회사적ㆍ신학적으로 합치되는지 의문이 있는 인물들이다. 이들의 죄목은 `외국과 밀통한 사람들`로 알려져 있지만, 김건순(요사팟)과 같이 `처형된 천주교 신자` 혹은 `천주교 관계 참수자` 등 소극적 의미의 표현을 쓸 수밖에 없는 이들도 있고, 화공 이희영(루카)처럼 `배교자`도 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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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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