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3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성지 서소문을 만나다] <6> 서소문근린공원은 지금

옛 순교 형장에 칼 형상화한 순교현양탑 "우뚝"... 스스로 신앙 받아들이 순교자와 만나는 정신적 보화... 지난해 2만 6000여 명 순례한 국내 최대 순교터... 지상엔 공원 조성했지만 지하엔 주차장과 재활용 집하장 등 설치해 매연과 악취로 곤욕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 서소문 순교 현양탑의 야경.
 
 
   다소곳이 겨울을 떠나보낸 서소문 근린공원에선 꽃샘추위 투정이 제법 매섭다.

 그런데도 화사한 봄옷 차림의 직장인들은 갑작스럽게 불어온 칼바람에 아랑곳하지 않고 공원을 거닌다. 잘게 부서지는 봄 햇살에 까르르, 그 빛나는 청춘과 웃음소리가 눈부시다.

   #높이 속은 칼 3개, 그리고 물과 자갈

 이제 공원에서 순교 흔적은 서소문 순교현양탑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175.21㎡(53평) 비좁은 부지에 세워진 순교현양탑은 박해시대에 가장 대표적 형틀이던 `칼`을 기본 상징으로 삼았다.

 죽음과 박해를 상징하는 큰 칼을 중심으로 좌우에 1개씩 모두 3개의 칼을 배치하고 칼 윗부분의 원형 형틀에서 7개 선이 흘러내림으로써 죽음을 통한 하느님의 은총, 곧 믿음과 희망, 사랑의 승리를 표현했다. 중앙에 있는 큰 칼의 한가운데는 박해 현장을 청동 조형물로 형상화했으며, 십자가의 죽음을 중심으로 갖가지 참혹한 순교 현장을 묘사했다.

 또 형장의 참혹한 순교 조형물 아래에 "복되어라, 의로움에 굶주리고 목마른 사람들!"이라는 마태오복음서 5장 6절(200주년기념성서) 말씀을 기록함으로써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조형물 아래엔 `생명`에 대한 그리스도교의 최대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물과 `익명성`을 상징하는 자갈을 배치했다. 이름 없이 죽어간 신앙선조들이 한국교회 밑거름이 됐음을 은유한 것이다. 높이 솟은 칼과 그 조형적 형태가 반사되는 수면을 타고 흐르는 물이 투명한 판유리를 타고 부서져 내림으로써 생명의 환희와 신비를 고조시킨다.

 순교현양탑은 이처럼 자발적으로 신앙을 받아들여 교회를 세우고 믿음을 실천하고 증거한 평신도 순교자들의 예지와 용맹, 결단의 순교지인 서소문 순교형장의 교회사적 의미를 드러냄으로써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과 순교자들의 만남이 이뤄지는 현대 한국천주교회의 정신적 보화가 되고 있다. 목숨을 바쳐 신앙을 증거한 신앙선조들과의 만남은 절망과 죽음ㆍ불의를 희망과 생명ㆍ의로움의 메시지로 환치시킨다.

 이처럼 한국 근대사에서, 천주교회사에서 큰 의미를 지니는 서소문 순교현양탑은 수많은 순례자들이 찾는 성지 중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평일엔 30~60여 명, 주말엔 단체 방문이 줄을 이어 300여 명에서 1000여 명이 찾는다. 특히 여러 본당에서 예비신자 교리반 프로그램에 성지순례를 넣어 예비신자들이 많이 찾는다. 지난 한 해 동안 2만 6000여 명에 이르는 신자들이 서소문 순교성지를 찾았는데, 절두산 성지 연간 순례자 10만 여명에 비하면 적지만, 순례자 수로 성지의 의미가 퇴색되는 건 결코 아니다.

 본래 1984년 12월에 세워졌던 순교현양탑은 중림동 약현성당 경내로 옮겨지고, 1998~99년에 조광호(인천가톨릭대 조형미술대학 교수) 신부 등의 참여로 세워진 순교현양탑은 자리를 옮겨 다시 세워졌다. 순교현양탑을 세우기에 앞서 공원 아래에 지하 4층 시설이 들어서면서 예전 순교현양탑이 헐리는 비운을 맞게 된 것이다.

 공원은 서울시 중구 의주로2가 16 일대 1만 7340㎡(5245.35평) 부지에 자리하고 있다. 지상만 보면 공원답다. 500m에 이르는 공원 내 산책로를 따라 광장과 분수, 등나무 파고라, 벤치, 앉음벽, 시계탑 등 조경ㆍ휴양ㆍ운동ㆍ교양ㆍ편익ㆍ관리시설이 들어서 있다. 특히 점심식사 직후엔 젊은 직장인들로 붐비는 아름다운 공원으로 탈바꿈한다.


 
▲ 새벽부터 꽃 도내로 분주했던 서소문 근린공원 내 지하 1층 꽃시장은 오전으로 접어들며 한산해졌다.
 

 
▲ 서소문 근린공원 지하 2층엔 중구 관할구역에서 수거한 생활폐기물이 한데 쌓여있다.
이 폐기물은 기계로 압축해 마포자원회수시설로 보내 소각한다.
 


가톨릭평화신문  2012-03-18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5. 13

잠언 27장 17절
쇠는 쇠로 다듬어지고 사람은 이웃의 얼굴로 다듬어진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