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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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베트남 소수부족 선교현장을 가다<2> 세당족 닥작 데레사본당과 요셉공소 선교현장

공산화 이겨내고 150년 이어온 끈질긴 신앙의 힘... 국경 산속 마을 세당족 신자 수백 명 미사 참례... 성당 신축에 앞서 굶주린 이웃 위해 나눔에 주력... 기쁨나눔 도움으로 제빵공장과 기숙사 건립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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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붕 없는 공소에서 봉헌한 감동 미사

 코발트 블루빛 하늘이 아슴푸레 내다보이는 주일 어둑새벽. 인적이 끊긴 꼰뚬시내를 가로질러 국경으로 떠났다.

 라오스와 불과 10㎞ 남짓 떨어진 산속 마을 큰길에서 차를 샛길로 돌렸다. 길목엔 플라스틱 간이 의자를 손에 든 소수부족들이 하나둘 눈에 띄었다. 하나같이 헝클어진 머리칼에 추레한 옷차림, 땟물이 줄줄 흐르는 모습이다.

 이들이 향하는 길목을 따라 마을에 도착하니 넓은 공터가 나타난다. 꼰뚬교구 최북단에 있는 라오스 국경 소수부족 공동체인 닥작 데레사본당 관할 닥나이 마을 요셉공소다. 길고 뾰족한 지붕이 인상적인 전통 가옥 곁에 20~30명쯤 함께할 수 있는 공소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공소 건물은 그대로 비워둔 채 공소 신자들은 경당 정문 앞에 넓은 차양을 치고 제대를 차렸다.

 주위를 둘러보다보니 하나둘씩 공소에 모여든 신자들이 금세 수백 명으로 불어났다. 윰(루이스, 76) 공소회장에 따르면, 공소 신자는 670여 명이라는데 그보다 훨씬 많은 듯하다. 40㎞ 가량 멀리 떨어진 마을에서도 미사에 참례하러 걸어온다고 한다. 공산화 이후에도 굳게 신앙을 지켰다는 세당족과 제족 등 소수부족들은 자신이 들고온 간이 의자를 마당에 놓고 그 위에 걸터앉는다. 1860년대부터 이어져온 은근한, 그렇지만 끈질긴 신앙의 힘이 가슴 벅찬 감동으로 물밀듯 밀려온다.


 
▲ 세당족 주일학교 학생들이 주일 미사를 봉헌한 뒤 전통공연을 갖고 있다.
 

 그 때 어디선가 낮은 북소리와 함께 전통악기 연주가 들려오고 그 앞에 전통복장을 한 소녀들이 춤을 추며 입당한다. 그 뒤를 따라 사제단이 들어서고, 입당과 함께 신자들의 비음 섞인 특유의 성가 소리가 매혹적으로 울러퍼진다.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는, 그렇지만 역시 보편교회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미사가 시나브로 이어진다.

 민족들의 언어로 미사를 봉헌하도록 허용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결정이 얼마나 탁월했는지 세당족어 미사 전례는 그대로 보여준다. 보통은 대축일에만 시연한다는 세당족 주일학교 학생들의 민속전례무가 미사에 함께한 한국 사제들과 수도자들, 평신도 후원자들의 눈길을 쏙 빼앗는다.

 기쁨나눔 상임이사 염영섭(라우렌시오, 예수회) 신부는 "지난 1월 요셉공소 미사에 함께하며 큰 감동을 받고 꼭 다시 와서 미사를 집전하고 싶었는데 5개월 만에 함께하게 돼 무척 행복하다"며 "늘 하느님을 찾고 사랑하는 그 마음을 잘 간직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미사를 마친 뒤 여섯 살 막내를 손에 잡고 있던 세당족 엄마 이훌루앗(엘리사벳, 39)씨를 만났다. 미사에 참례하기 위해 30분 정도 걸어왔다는 그는 "농사거리도 많지 않고 가정형편이 여의치 못해 다섯 자녀를 모두 공부를 시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면서도 "학교공부도 중요하지만 교리를 배우며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는 자녀들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한다.

    
 #"주님께서 부르시면 가겠습니다."

 요셉공소에서 차로 30~40분 걸려 닥작 데레사성당에 이르렀다. 역시 조립식으로 지은 간이 성당, 간이 사제관이다. 성당 옆 창고엔 굶주리는 소수부족들에게 나눠줄 쌀과 밀가루, 식량이 얼마간 쌓여있다. 창고와 성당 사이 하늘을 양철 지붕으로 가린 식당에선 본당 신자들이 베트남 쌀국수 `퍼`를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 면에 따라, 육수에 따라 수십 종류로 나눠지는 쌀국수를 접하다보니 그 맛과 다양성에 반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쌀국수마저 먹지 못하는 이웃을 위해 데레사본당은 성당 신축에 앞서 나눔에 더 주력하고 있다. 기쁨나눔과 함께 미화 1만 500달러를 들여 성당 경내에 건립을 추진 중인 제빵공장도 그 일환이다. 해마다 5~8월 우기 때면 식량이 없어 굶주리고 심지어는 영양실조에 걸리는 소수부족들에게 값싸게 빵을 공급하거나 무료 급식을 하기 위해서다.

 그 곁엔 남자 기숙사 2개 동을 세울 예정이다. 190㎡(628평) 규모의 다소 작은 기숙사는 기쁨나눔 지원으로 현재 건립 중이지만, 304.75㎡(1005평) 규모로 다소 큰 기숙사는 아직 후원자가 확보되지 못해 신축공사가 미뤄지고 있다.

 본당 건너편 남자 기숙사는 너무 낡아 더 이상 쓸 수 없는 지경이지만, 소수부족 4400여 명만으로 꾸려가는 본당 살림은 열악하기 짝이 없어 제빵공장과 기숙사 건립은 진척이 자꾸만 늦춰지고 있다.

 여자 기숙사는 새로 지었다. 거기에 사는 이헐리엣(마리아, 17)양은 "집은 가깝지만 섭리회 수녀원에 가는 게 꿈이어서 기숙사에서 공동체 기도도 바치고 성소도 키우고 있다"며 "아직까지는 확신이 들지는 않지만 주님께서 부르시면 가겠다"고 털어놓는다.


 
▲ 소수부족 출신 소녀들이 재봉틀을 돌리며 봉제기술을 익히고 있다.
뒤쪽에 있는 섭리회 수도자들이 봉제기술을 가르쳐주고 있다.
 

 한센병 환우들과의 나눔도 데레사본당이 주력하는 복지활동이다. 성당 신자들 가운데 한센병환우 가정은 모두 16가정. 가정형편이 모두 어려워 주기적으로 쌀과 조미료, 식용유, 간장, 생선, 젓갈, 소금, 설탕 등을 지원해주고 있다.

 이같은 닥작본당의 나눔활동을 위해 기쁨나눔에선 1t 탑차를 지원했다. 이 탑차는 지원물자 나눔은 물론 본당 신자들 중 환우 수송, 주일학교 학생들 이동 등에 아주 긴요하게 쓰이고 있다고 한다.

 닥작 데레사본당 주임 쟌반부(도미니코) 신부는 "소수부족 복음화는 우리 힘만으로는 힘에 부친다"며 "기쁨나눔 후원을 통해 보편교회의 연대를 실감하고 있고 큰 힘을 얻고 있다"고 전한다.



가톨릭평화신문  2012-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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