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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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쉼터] 8남매의 우당탕탕 신앙일기

“아이들에게 물려줄 건 주님사랑뿐이죠”/ 아이들과 부대끼며 하느님 은총 절감/ 가족들이 함께 기도하며 신앙심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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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온 집안이 우당탕댄다. 한창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삽시간에 티격태격. 한쪽에서 끝이 났다 싶으면 어느 틈엔가 또 다른 방에서 투덜거리며 실랑이가 이어진다. ‘이런’하며 쫓아갈라치면 어느새 아이들은 까르르 웃으며 데굴데굴 구르곤 한다. 8남매의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오늘도 셋째 하진이가 냉큼 일어나 창문부터 닫아걸었다. 행여 이웃들에게 소음피해가 갈까 염려스러운 마음에서다.

그래도 저녁 8시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거실에 둘러앉는다. 온가족이 함께하는 묵주기도 시간. 이웃신자가 선물해준 30단 묵주는 서로 돌리려고 난리를 피우는 바람에 아이들 손에서 이미 조각조각이 나버렸지만, 기도에 대한 열의만큼은 한결같다. 주일 저녁에는 성경묵상과 체험발표 시간도 정기적으로 갖는다. 서로의 체험과 속내를 나누는 가운데, 바쁜 일상에 치여 잘 알지 못했던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부족한 부분도 채워간다. 저녁기도의 끝, 가족끼리 서로 축복해주는 시간은 하루일과의 절정이다. 네살배기 막내가 가장 먼저 안수해달라며 가족들 앞에서 넙죽 엎드린다.

신앙생활의 중심은 가정이며, 부모는 첫 교사이다. 하느님께로부터 자녀라는 ‘최고의 선물’을 받은 부모는 자녀들에게 신앙이라는 ‘최고의 선물’을 줄 수 있다.

최보향(안나·47·대전 도룡동본당)·전문석(레미지오·50)씨 부부는 하느님께로부터 큰 선물을 여덟 번이나 받았다. 그 선물은 민아(안나·21), 민지(카타리나·19), 하진(사무일·17), 하윤(베르나르도·15), 하상(바오로·13), 하경(요한비안네·8), 민경(아녜스·6), 하민(마르티노·4)이라는 열매로 빛을 내고 있다. 8남매와 그 부모가 좌충우돌 꾸려가는 일상, 그 시간은 매순간 신앙일기가 되고 있다.


 
▲ 저녁 8시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거실에 둘러앉아서 온가족이 함께하는 묵주기도 시간을 갖는다.
 
 
사람들마다 늘 비슷한 질문들을 던진다. 한 가족이 다 같이 차에 탈 수 있는지. 한 식탁에 모두 앉을 수 있는지. 대가족이 몰려다니면 이상한 눈으로 보지 않는지…. 게다가 아이들은 새로운 학기를 시작할 때마다 뜻밖의 어려움과 마주한다. 학교에서 내어 주는 가족소개서란은 심지어 주일학교용조차도 칸 수가 다섯 개뿐이란 것.

“우리 가족은 열 명인데 누굴 빼고 칸을 채우지?”

하느님 뜻에 맞갖게 살고자 한 최보향·전문석씨 부부의 뜻은 단 한 명도 빠트리지 않고 한 품에 감싸 안게 했다. 거창하게 가족계획을 세우거나 큰 뜻이 있어 받아들인 일은 아니었다. 사실 임신 사실을 확인할 때마다 충격에 휩싸였다. 남들 이목에 힘겨운 시간도 보냈고 매일 몸과 마음이 지쳐 눈물 흘리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가운데 하느님의 큰 은총을 새삼 절감해간다고.

아이들은 매일이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큰 딸 민아부터 위의 자녀들은 일찌감치 철이 들어야만 했다. 자신도 어린데 동생들까지 돌보는 일이 버겁기도 했고, 항상 소란스러운 집안 분위기가 싫어 반항하기도 했다. 가족성경암송대회까지 하는 아빠의 신앙교육에 항변한 아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각양각색 개성을 가진 8남매는 어느 틈엔가 신나는 신앙생활에 빠져 있다. 누구도 기도와 미사참례 시간에 소홀하는 일은 없다. 오히려 복사와 성가반주 등의 전례봉사와 소년쁘레시디움 활동 등으로 주말을 더욱 분주하게 보낸다.

큰딸 민아씨는 “가족들과 정해진 시간에 기도해야 하는 것이 어린 시절에는 싫기도 했지만, 그 경험 덕분에 지금은 혼자서도 늘 하느님과 함께하는 삶을 살아가는 힘을 얻었다”고 강조한다.

“주변에서 가족이 많다는 이유로 무조건 화목한 줄 알 때는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친구들과 대화하다 보면 정말 우리 집이 화목한 가정이구나라는 것을 느끼며 부모님께 감사드리게 돼요.” 셋째 하진군의 말이다.

아빠 전씨가 생각하는 삶의 가장 큰 과제는 자녀들의 신앙교육이다. 8남매를 한꺼번에 돌보다 보면 아침기도를 하지 않으면 학교를 보내지 않기도 하고, 피곤해하고 귀찮아하는 아이들을 다그치기도 해 늘 마음 한쪽에 미안함이 고여 있기도 하다.

“저희 부부는 하느님께 이 아이들을 선물로 받으며 교육을 위탁받기도 한 것입니다.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물려줄 것은 하느님의 사랑밖에 없지요. 이들에게 하느님의 뜻을 알려주지 않으면, 저희는 이 세상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과 같습니다.”

더불어 엄마 김씨는 오늘도 세상 밖으로 뛰어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며 되뇌인다.

“아빠엄마가 너희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언제까지나 기억해주렴. 1/8의 사랑이 아니라 온전히 하나로 완성된 사랑이란다.”



가톨릭신문  2012-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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