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특집] 베트남 소수부족 선교현장<4> 부온마투옷교구 커피 재배 소수부족들

베트남 최대 커피 생산지... 농민들은 여전히 가난... 1857년 파리외방전교회 선교사들이 커피 종자 보급... 에데족 3000여 명 오염된 약수터 샘물 식수로 써... 에꺼마 본당, 가축 길러 사회복지 및 주일학교 운영비로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부온마투옷으로 가는 길은 멀다. 제2차 인도차이나전쟁 격전지이자 전략요충지였던 플레이쿠시를 떠나 남쪽으로 다섯 시간에 걸쳐 180㎞를 달리자 베트남 최대 커피생산지 닥락성 부온마투옷시가 나타났다. 베트남 커피 생산량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커피 농사를 많이 짓는 커피 고장이다. 2011년 기준으로 브라질에 이어 세계 2위 커피생산국답게 고산지대에 커피농장이 줄지어 나타난다. 지난해 3월엔 세계 커피박물관까지 세웠다.

 베트남에서 커피농사가 시작된 것은 1857년의 일. 당시 가난한 농촌의 참상을 보다 못한 파리외방전교회 선교사들이 커피 종자를 들여와 남부 농민들에게 보급하면서 재배되기 시작했다. 이 커피가 중부지역 고지대 부온마투옷을 로부스타(Robusta) 품종 세계 최대 생산지로 만들었다. 인스턴트 커피 원료로 쓰이는 로부스타종 연간 생산량은 60∼70만t에 이른다.

 커피 재배의 주역은 역시 다수부족인 낀족이지만, 에데족과 미농족ㆍ스티엔족ㆍ잘라이족 등 소수부족들도 커피 농사에 뛰어들고 있다. 척박한 화전을 일구며 소박하게 살던 산악부족들은 도시 인근에 자리를 잡고 상당수 커피 농가로 변신했다. 그렇지만 커피농사를 짓든, 짓지 않든 소수부족은 대부분 가난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생산된 커피 수익 대부분은 다국적 기업에 돌아가기 때문이다. 커피열매 100알을 생산하면 1알 값만 커피 농부들에게 돌아간다고 봐야 할 정도다.


 
▲ 에당족이 주로 사는 아쿠톤 마을을 가로지르는 큰 길가 양옆엔 커피밭이 끝도 없이 펼쳐진다.
커피나무를 실은 채 경운기를 끄는 베트남 농부의 모습이 한가로워 보인다.
 
 
 #커피만큼 쌉싸래한 가난의 일상

 에데족 마을로 접어들었다. 큰 길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커피 밭이 펼쳐진다. 길가에 설핏 민가가 눈에 띄다 사라지고 다시 마을이 나타난다. 아쿠톤 마을이다.

 뙤약볕 아래 커피나무에 다가서니 체리처럼 생긴 초록색 열매가 달려 있다. 꽃이 진 자리에 생겨난 커피 열매는 6∼9개월이 지나면 점차 붉은 색으로 변하며 익는다. 체리와 닮아 `커피 체리` 혹은 `커피 베리`라고 불리는 커피 열매에선 금세라도 쌉싸래하고도 진한 커피 향이 번져 나오는 듯하다.

 커피농사를 주업으로 삼는 에데족 마을은 여느 베트남 농가와 하나도 다를 게 없다. 널따란 커피밭 사이로 햇볕에 그을린 소수부족들이 허리를 굽히고 농사를 짓느라 여념이 없다. 커피는 병충해에 약해 손이 많이 간다.

 그런데 에데족에겐 다른 마을과 다른 게 하나 있다. 바로 모계사회라는 점이다. 경제권을 여성이 쥐고 있고, 여성을 중심으로 대를 이어간다.

 찌는 듯한 더위를 안고 한 농가에 들어가니 100살을 넘겨 자신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마리아 할머니가 일행을 맞아준다. 그 아래로 딸 아두온(55)씨와 손녀 아윤(23)씨, 7개월 된 딸 요엘까지 4대로 이어진 모계가족이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거실에서 마리아 할머니 가족과 함께 커피농사와 살아가는 얘기를 들다보니 채 10분도 되지 않았는데 찜질방에 들어온 듯 땀이 줄줄 흘러내린다. 낡고 허름한 살림살이와 조악한 침대ㆍ얇은 이불ㆍ열악한 주거환경이 어둠 속에 고여 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개선되지 않는 삶, 그리고 가난에 대한 절망이 전해져오는 듯하다.

 이런 소수부족들의 가난을 개선하고자 티엔당 예수성심본당은 주택개량사업과 함께 생활환경 개선 사업, 중고의류 나눔 등 복지활동을 펴고 있다. 때론 이를 닦고 목욕하는 방법을 포함해 위생교육까지 해야 한다.

 식수는 최근 에데족에 가장 큰 현안이다. 주민 3000여 명이 이용한다는 샘물이 갈수록 오염돼 가기 때문이다. 식수에 빨래ㆍ설거지ㆍ목욕까지 하니 오염되지 않을 수 없을 듯했다. 수질검사는 해봤을까 싶게 웅덩이는 흙탕물 투성이다. 그런데도 이 샘물을 식수로 쓰는 허네오(마리아)씨는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라 깨끗하다"고 말한다.

 티엔당본당에선 이 샘물 주위에 콘크리트 옹벽을 치고 식수와 생활용수를 분리해 쓰도록 하고자 정비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재)기쁨나눔에 샘물 정비사업에 지원을 해줄 것을 요청하는 제안서를 보내온 상태다. 미화 3만 5000달러(한화 약 4000만 원)에 이르는 재원 확보가 과제다.


 
▲ 티엔당 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하는 에당족 신자들.
 

 
▲ 3000여 명에 이르는 아쿠톤 마을의 유일한 식수원.
산에서 내려오는 샘물을 대나무관에 연결해 받아 식수와 빨래물, 설거지물, 목욕물로까지 쓴다.
 


가톨릭평화신문  2012-07-08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5. 2

마태 5장 8절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