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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쉼터] 2012 이웃종교 스테이 -제주도 성지 · 면형의 집 순례

“다른 종교 존중·배려하는 마음 커졌어요”/ 종교간 이해의 폭 넓히고자 올해 첫 시행/ 이웃종교 성지 등에 머물며 체험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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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는 자기 회개가 많다고 들었어요. 잘 모르지만 한 번 체험해보고 싶었습니다.”(권아라·27·한국기독교선교 100주년기념교회)

“천주교의 순교 역사를 다시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비록 믿는 형식은 다르지만 불교와 비슷한 점도 많은 것 같습니다.”(홍지연·37·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지도위원장)

육지에서는 장마전선이 오르내리고 있었지만 제주도에서는 사흘 내내, 하루 종일 따가운 햇볕 아래 거센 바닷바람이 불어댔다. 때로는 서에서 동으로, 때로는 남에서 북으로….

천주교를 비롯한 불교 개신교 등 7대 종단 지도자들로 이뤄진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대표회장 김희중 대주교)가 다양한 이웃종교 신자들이 함께한 가운데 6~8일 제주도 일원에서 개최한 ‘천주교 스테이’에서는 붙잡을 수도, 볼 수도 없는 바람의 움직임보다 더 큰 깨달음의 바람이 사람들 사이를 휘젓고 다니는 듯했다.

KCRP가 종교간 이해의 폭을 넓히고 상생의 문화를 확산시켜 나가기 위해 올해 처음 마련한 ‘이웃종교 화합주간’ 행사의 일환으로 연 ‘이웃종교 스테이’는 이웃종교의 성지와 수도원 등에 머물며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종교 체험 프로그램으로 시간을 더해갈수록 참가자들 사이에 깊은 인상을 심어주는 듯했다. 다른 종교 전통에서는 쉬 접하기 힘든 피정이라는 장에서 만난 다양한 종교 신자들은 2박 3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이웃종교의 참맛에 조금씩 빠져들었다.

■ ‘바람은 불고 싶은 데로 분다.…영에서 태어난 이도 다 이와 같다’(요한 3,8)

다양한 종교의 옷을 입은 순례자들의 첫 여정은 제주중앙주교좌성당을 거쳐 제주에 복음의 씨앗을 뿌린 ‘제주의 사도’ 김기량(펠릭스 베드로) 순교자의 순교 현양비를 찾는 것으로 본 궤도에 올랐다.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대불련) 회원들과 순례지를 찾은 조용석(30·대불련 간사)씨는 “천주교 문화를 처음 접해본다”면서 “천주교가 어떻게 제주도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었는지 생각할 부분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이어 1901년 신축교안 때 희생된 무명 순교자들이 묻혀 있는 황사평성지를 찾아 제주도에서 처음 천주교 순교 역사와 마주했다.

회사에 휴가를 내고 이번 행사에 참가한 구정현(29·불교)씨는 “황사평성지를 둘러보며 불교와 죽음관이 달라 신기하게 다가왔다”면서 “이웃종교의 다양한 역사를 접하면서 내가 믿는 종교를 돌아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황사평성지.
 
첫날 순례를 마무리 한 일행이 여정을 푼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가 운영하는 피정센터 ‘면형의 집’은 참가자들에게 또 다른 감상을 불러일으켰다.

‘면형의 집’ 원장 정성훈 신부는 ‘고뇌에서 벗어나는 길, 용서’를 주제로 한 특강으로 참가자들이 세속에서 오랜 세월 쌓아온 묵은 때를 벗겨냈다.

“파괴적 집착에서 벗어나 용서하기로 결심할 때 비로소 치유의 과정이 시작됩니다.”

“이웃종교에 대한 이해를 갖고 있을 때 자신의 뿌리를 더욱 튼튼히 다질 수 있습니다. 나라는 틀을 넘어서 이웃을 알려고 노력하는 것이 나를 성장시키고 의미있는 삶을 살게 하며 우리 모두를 살찌게 합니다.”

성령의 바람이 함께하는 듯 공감의 이야기가 이어질 때마다 곳곳에서 큰 주억임이 일었다.


 
▲ ‘면형의 집’ 원장 정성훈 신부 특강.
 
■ 신기한, 그리고 편안한

둘째 날 제주의 바닷바람에 일찌감치 눈을 뜬 순례자들은 바람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피정센터 뜨락을 거닐며 바람이 안겨다주는 생명의 숨결을 만끽하는 모습들이었다.

오전 7시, 40여 명의 순례자들은 수도복을 입은 수도자들과 성당에서 첫 아침을 맞았다. 난생 처음 함께한 미사, 개신교 신자도 불자도 이내 가톨릭 전례가 주는 경건함과 편안함 속으로 빠져들었다. 당황하는 기색 없이 성가를 함께 부르는 목소리에서는 조금의 떨림이나 주저함도 없었다.


 
▲ 미사 참례.
 
자매가 함께 행사에 참가한 권아주(29·한국기독교선교 100주년기념교회)씨는 “천주교 전례의식에 처음 참가해보는데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영성과 향기가 묻어나는 것 같다”면서 “편안함이 느껴지는 가운데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돼 좋다”고 말했다.

백서사건의 주역인 황사영(알렉시오)의 부인으로 제주도에 귀양 왔던 정난주(마리아)의 묘가 있는 ‘대정성지’로 향하는 순례자들의 발걸음에서는 기대감마저 느껴졌다.




가톨릭신문  2012-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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