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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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이 만난 사람] 건축환경연구소 광장 김원 대표

건축 통해 사람들에게 기쁨과 행복 선사해야/ 새 시대 건축과 도시의 우선 과제는 환경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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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예술적인 면모를 담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예술이 될 땐 삶의 터전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건축은 예술이 아니다. 건축은 생활이며, 어떻게 사는가에 관한 철학이자 인문학의 결과이다.

이것이 김원(안드레아·70) 건축가가 ‘건축’을 대하는 태도다. 그는 “건축이란 순간적인 영감으로 만들어내는 예술작품이 아니라, 생활을 하고 인생을 경험해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건축가 중에는 이른바 ‘조숙한 천재’가 없다고도 덧붙인다.

일시적인 감동이 아닌, 그곳에 사는 이들이 정신·신체적으로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창조하는 사람, 이번 호 ‘가톨릭신문이 만난 사람’의 주인공은 김원 건축가이다. 한국의 대표 건축가로 손꼽히는 그는 건축뿐 아니라 환경과 국제원조 등과 관련한 사회문제에 관해서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사회적 리더로 자리매김한 인물이다.



■ 누구나 기도하는 곳, 작은 경당

최근 공주 황새바위 순교성지(대전교구) 무덤경당이 처음 설계대로 다시 지어졌다. 이를 누구보다 기뻐한 이는 바로 김원 건축가였다.

이 무덤경당은 김원 건축가가 지금까지 설계한 건축물 중 가장 작은 공간이다. 15㎡ 작은 방 하나짜리 크기. 설계의 시작은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규모 성지 개발은커녕 성당을 지을 엄두도 못내던 시골본당 사제는 순교자 현양 기념물 하나라도 세우고자 하는 작은 바람을 안고 어렵사리 그를 찾아왔다. 서울 한강본당 공사를 막 끝낸 건축가는 그 뜻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고 구불구불 지방도를 달려 수없이 성지를 오갔다. 설계비를 받기는커녕 공사까지 건축가가 도와야할 형편이었다. 공사가 어려운 이유는 셀 수 없이 많았다. 하지만 사제와 신자들의 열정은 그 위에 있었다. 건축가는 “돈이 없다는 이유로 꼬질꼬질하게 보이는 건물을 짓지는 말자”고 다짐했다. 머릿속엔 이미 프란치스코 성인의 작은 기도방이 그려져 있었다.

“아쉽게도 당시 경당을 설계대로 짓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신자들은 ‘직접 시멘트를 반죽해 지으며, 이다음에 돈이 모이면 꼭 돌을 사서 경당을 새 단장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그 다짐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30여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빛을 보게 되다니, 원 설계와 뜻을 기억해준 신부님과 신자들, 정말 감사합니다.”

■ 사는 이들이 건강한 곳

김원 건축가, 그의 건축사는 개인만의 이력이 아니라 대한민국 현대 건축사와 그 맥을 같이한다. 국립국악당, 독립기념관 독립봉, 조정래 태백산맥 문학관, 독립기념관 독립봉, 코엑스 등 수많은 대한민국 대표 건축물들의 그의 손을 거쳐 갔다. 서울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서울관구와 대구관구, 전교가르멜수녀원, 나주 순교성지 기념경당, 한강성당, 광주가톨릭대학교,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 증축 등 교회건축의 설계자로서도 화려한 이력을 선보인다. 최근엔 수원교구 신리성지 설계도 끝냈다. 이만하면 개인 가정집에서부터 대규모 기념관에 이르는 수많은 건축물들을 관통하는 그의 건축 철학이 궁금할 만하다.

그가 말하는 건축가의 역할은 의외로 간단하지만, 다른 건축가들에게선 찾아보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그는 “건축이란 그곳에 사는 사람들, 그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그곳에서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전제다. 또한 집을 정 붙이고 사는 곳이 아닌 사고파는 물건으로 인식하면서부터 삶의 내용과 가치관이 심각하게 왜곡됐다고 지적한다.

“좋은 집이란 사진발을 잘 받아 신문·잡지 등에 실리거나 세상을 놀라게 할 이색적인 것이 아니라, 사는 이들의 몸은 건강하게, 마음은 편안하게, 머리는 지혜롭게 해주는 행복한 공간이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가 담기는 장소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 건축가는 목소리 최대한 낮춰야

또한 이른바 감동을 주는 일은 명백히 말해 건축가의 몫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건축가는 화려한 작품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것을 만들고 그 분위기는 생활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집을 설계할 때 건축가는 자기주장과 목소리를 최대한 낮추고 겸손해져야 한다고 전한다. 즉 그가 말하는 좋은 건축가란 생활인이 스스로 창의적인 생활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사람이다.

이러한 의식은 교회건축물을 설계할 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는 성당이나 교회 내 시설 등을 지을 때는 더욱 더 자신의 주장을 내려놓고 기도하며, 신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전한다. 교회를 찾는 수많은 이들의 바람을 다 포용할 순 없어도, 자신을 먼저 비우면 가장 깨끗하고 가장 조용하고 가장 기도하고 싶은 곳을 그려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런 성당을 한 번 지어보고 싶다’거나 ‘이런 성당은 설계하면 이름이 날만한데’ 등의 자기생각은 교회건축가가 가장 먼저 버려야할 것이라고 못 박는다

교회건축에 있어서도 인생 경험은 중요한 밑거름이기에, 새 성당을 짓고 건축기금을 모으는 일에 너무 젊은 신부들을 내모는 것도 지양해야할 교회모습이라고 토로한다. 집을 잘 짓는 것에만 빠져있다 보면, 그 과정 안에서 많은 이들이 상처받는 경우를 이미 비일비재하게 보았던 터다.

■ 환경문제는 새 시대 건축과 도시의 최우선 과제

더불어 환경에도 관심을 두지 않을 수가 없었다. 김원 건축가는 환경에 깊은 관심을 두고 현장에서 발로 뛰며, 환경 수호를 실천한 실천가이다. 무엇보다 환경을 생각하다보니 건축을 바라보는 시각이 보다 넓어졌다고 말한다.

설핏 건축가와 환경운동가는 개발과 보존의 대비만큼 상반되는 역할로 보인다. 그러나 김원 건축가는 현대건축을 둘러싼 반환경적 요인을 제거하고 대안을 내놓는 것 또한 건축가로서 실천해야할 환경운동이라고 전한다. 환경운동 하기가 과거 민주화운동보다 어렵다고도 평가받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그야말로 굳은 의지가 필요한 역할이기도 하다.

그가 건축가이자 환경운동가로서 가진 근본 태도는 환경에 최소한의 부담을 지우자는 것이라고. 나아가 사는 곳 그 자체보다 환경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자신의 건축사무소의 명칭을 ‘건축환경연구소’로 바꾼 것도 이러한 뜻을 배경으로 한다.

“건축은 근본적으로 반환경적인 요소들을 갖고 있습니다. 우선 집을 지으려면 건축물이 서는 면적의 몇 십 배에 이르는 땅을 파헤치게 돼 그곳에 살고 있는 각종 동식물과 미생물들이 생명과 생활터전을 잃게 되는 무자비한 파괴의 결과를 낳습니다.”

사실 건축가가 반환경적인 요소들에 대해 터놓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그는 “환경문제는 이 시대 건축과 도시의 최우선 과제”라며 “우리는 이 땅을 잠시 빌려 쓴다는



가톨릭신문  2012-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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