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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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쉼터] 이주민들의 자활을 위한 집, 안산 엠마우스 자립의 집

이주민 가정마다 처한 어려움에 맞게 복지혜택 베풀며 진정한 자립 돕는다/ 가장 잃은 이주민 여성 등에 일터 제공/ 운영은 ‘참 고마운 가게’ 들의 후원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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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립의 집에 사는 자키린씨가 박선화 수녀를 끌어안으며 눈물 흘리고 있다.
 
 
‘00의 집’이라고 하면, 복지혜택을 받는 비슷한 대상이 한 군데 모여 사는 단기 쉼터의 형태를 대부분 떠올린다. 하지만 수원교구 이주민센터 안산 엠마우스(전담 김창해 신부,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 ‘자립의 집’은 한 가족이 둥지를 튼 평범한 가정일 뿐이다. 이주민들의 진정한 자립(自立)을 위한 자립의 집, 이 가정들의 수가 벌써 다섯 손가락을 채웠다.



■ 자립을 위한 보금자리, 자립의 집

이혼과 별거, 폭력, 질환 등 다양한 이유로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이주민들을 위해 안산 엠마우스는 2012년 2월부터 ‘자립의 집’ 운영이라는 길을 선택했다. 가정마다 처한 어려움에 맞게 복지혜택을 베풀고, 그들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스스로 일어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각각의 가정들에게 안산 엠마우스는 ‘자립의 집’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집들의 운영은 이주민을 돕겠다고 나선 ‘참 고마운 가게’들의 후원금을 모아 충당했다.

자립의 집에 살고 있는 이주민들의 모습은 참으로 다양하다. 자녀들은 넷인데다가 남편은 당뇨합병증으로 생계를 이어갈 수 없는 파키스탄 부부의 가정, 한국인 남편과의 불화로 이혼한 여성과 아이만 남은 가정, 이혼한 것은 아니지만 잦은 구타로 이혼과 다를 바 없이 살아가고 있는 가정 등이다.

파키스탄 부부의 가정의 경우만 해도 안산 엠마우스 박선화(데레사) 수녀가 시청에 찾아가 기초생활수급비를 올리고, 새 보금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해 보증금 1000만 원을 지원하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당시 부부의 자녀들은 오래된 지하실 생활로 네 명 모두 피부병에 걸려있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한국인 남편과의 이혼과 별거 등으로 가장을 잃은 이주민 여성들에게는 일터를 마련해줬다. 박 수녀는 남편과의 대화에도 직접 나서 상황을 개선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경제관념이 없어 빚까지 떠안고 사는 이들을 위해 통장 관리까지 도맡아 해주고 있다.

“돈 문제가 가장 골치 아팠어요. 경제관념이 없다보니까 돈을 다 써버린다거나, 고국에 보낸다거나, 고리대금을 쓴다거나 계속 악순환인거에요. 돈의 가치를 깨닫고 쌓여가는 통장의 돈을 보면서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일차 목표였어요.”

그의 특별한 진심은 곧바로 이주민들에게 전해졌다. 이주민들이 ‘내 집 마련’과 ‘자녀 잘 키우기’ 등의 꿈과 희망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는 조그맣지만 쾌적하고 따뜻한 ‘자립의 집’이라는 보금자리가 있고, 일에 대한 스스로의 보람도 느낄 수 있다. 박 수녀가 말했다.

“계속해서 자립의 집을 늘려가고 싶은데 생각보다 쉽지는 않네요.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참 고마운 가게에 계속해서 가게와 기업들이 가입해주고 계시고, 교구 이주사목위원회에서도 도움을 주셔서 조금씩 이주민의 자활을 위한 토대를 마련해가고 있어요.”

■ 꿈을 가진 자키린씨와의 만남

‘자립의 집’ 공간에 살고 있는 자키린(32)씨를 찾았다. 안산 엠마우스 인근 빌라 102호에 사는 그는 불룩한 배를 안은 채 빨래를 개고 있는 중이었다. 아이는 9살, 자키씨는 임신 6개월이다. 필리핀에서 시집와 한국인 남편과 헤어진 후 안산 엠마우스가 마련해준 자립의 집에서 아들과 함께 살며 출산을 준비 중이다.

“자키, 화장실에 물이 잘 안 빠지네. 주인집 아저씨한테 이야기해요. 전화하면 고쳐주실 거야. 다른 거 뭐, 또 불편한 것 없어요?”

박선화 수녀가 친정엄마처럼 함께 빨래를 개며 자키씨에게 하나하나 일러준다. 자립의 집 마련부터 가구·가전은 물론, 보건소에서 철분제를 타오고, 아기를 낳기 위한 고운맘카드 발급 문제까지 일일이 박 수녀와 안산 엠마우스 담당자들의 손을 거쳤다. 박 수녀와 함께 빨래를 개는 자키씨에게 자립의 집에서 다시 꿈이 생겼느냐고 물었다.

“올해 아기 잘 낳았으면 좋겠고, 일도 계속 잘 했으면 좋겠어요. 아들이랑 아가랑 잘 보살피면서 사는 것이 제 소원이에요. 열심히 저축해서 내 집 마련하는 것도 꿈이고. 이런 이야기하면 행복하지만 또 슬퍼져요. 나 울리지 말아요.”

그의 눈이 금세 붉어졌다. 그동안의 세월을 들려주는 눈물이다. 자키씨가 앉은 곳 건너편에는 가지런히 놓인 성물과 그와 아들이 좋아하는 푸우 인형들이 놓여있다.

박 수녀가 다가와 휴지를 건네며 그의 배를 쓰다듬고, 뱃속의 아기에게 ‘안녕’하며 인사한다. ‘딸처럼 나를 대해주는 수녀님이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며 ‘그래도 한국은 나의 운명’이라고 말하는 그의 뱃속 아기가 그처럼 선한 눈망울을 갖고 태어날 날이 머지않았다.


 
▲ 자키린씨의 집에 놓인 성물과 그와 아들이 사랑하는 푸우 인형.
 

◆ 안산 엠마우스는

수원교구 이주사목위원회가 설립한 이주민센터. 수원·안양·발안·평택·광주 등 지역별 엠마우스들과 함께 운영되고 있으며, 주로 결혼이민여성과 다문화가정 등을 돌보고 있고, 참 고마운 가게, 자립의 집, 토요공부방 등을 진행하고 있다.

※문의 031-493-8513~4 안산엠마우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3-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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