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가톨릭신문이 만난 사람] 16년간 몸담아온‘양업고등학교’를 떠난 전임 교장 윤병훈 신부

“특성화된 인성교육으로 자발적 학습 분위기 형성”/ 산악등반·봉사활동·상담 프로그램 등 전개/ 특성화 교과로 기쁨을 얻는 학습 동력 얻어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생명을 짓고, 생명을 기르며 아이들을 가르치던 한 젊은 교사는 생명이 보여주는 성장과 수확의 기쁨에 행복했다. 어린 생명의 성장 과정에서 오는 희열은 자연스레 생명의 가치를 일깨웠다. 그리고 그 젊은 교사는 생명의 가치를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하는 것이 좋았다.

지난 1월 28일부로 16년간 몸담았던 ‘양업고등학교’를 떠난 전임 교장 윤병훈 신부(청주교구 산남동본당 주임)가 사제가 되기 전 이야기다. 당시 윤 신부는 일반학교 농업 교사로 재직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윤 신부는 재배와 사육을 통해 생명이 가져다주는 소박한 기쁨을 인간에 대한 교육의 범주 안에서 더욱 확산시켜 나가겠다는 꿈을 키웠다. 그 꿈은 곧 성소로 이어졌다.

“농업 교사 시절,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성장과 성숙의 과정을 지켜보며 생명을 가꾸는 법을 배워나갔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재배나 사육을 넘어 인간에 대한 교육을 바탕으로 더욱 심오한 가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성소를 꿈꾸게 됐어요.”

윤 신부가 한국교회 첫 대안학교인 ‘양업고등학교’를 지금에 이르기까지 성장시킨 것도 사제이기에 앞서, 생명을 키워내는 농부의 마음 위에 학생들과 가까이에서 생활해온 오랜 교직 경험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다.



■ 교사 그리고 사제

1983년 사제품을 받은 윤 신부는 청주교구 교현동본당 보좌신부로 사목생활을 시작함과 동시에 충북 음성 매괴고등학교 윤리교사로 일하게 됐다. 사회에서의 교직 생활이 사제가 되고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이후 윤 신부는 음성본당, 교현동본당 등 본당 주임을 맡으며 윤리교사의 직분을 계속했다.

오랜 시간 교직 생활과 함께 경력이 쌓여가면서 관리자로 발돋움해 가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본 윤 신부는 “일반학교 교육현실에서 사제가 학교의 관리자 교장으로서 진학률과 입시 경쟁에 매달리는 모습은 사제의 직무와 어긋난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이에 윤 신부는 교감 자격연수를 선택했다.

1995년, 교감 자격연수 기간 동안 윤 신부는 학교 밖을 방황하는 7~10만여 명의 학생들을 떠올렸다.

“당시 학교 안에서 바르게 자라야할 우리 학생들이 학교 밖을 선택한 것은 학교 교육의 문제임을 환기시키는 여론이 뜨거웠습니다. 이를 계기로 학교 밖 학생들을 위한 학교를 세워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지요. 연수를 마치자마자 당시 교구장 정진석 추기경님을 찾아뵀고 제 의지를 말씀드리게 됐습니다.”

윤 신부는 바로 교육청 교육감을 만났다. 학교 밖 학생들을 돕고자 하는 마음은 서로 같았다. 윤 신부는 학교 설립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1998년 교구 설정 40주년을 맞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양업고등학교’ 설립이 결정됐다.


 
▲ 윤병훈 신부와 학생들.
 

■ 자유 그리고 방종

학교를 세우고 학교 밖 학생들과 함께 살면서 그들을 바라보는 교육 방침에 대한 논란이 생기기도 했다.

“지시, 명령 등 외적 통제가 기준이 되는 학교를 만들자는 쪽과 학생들에게 자유를 주고 내적 통제에 맡기자는 쪽이 논란이 됐지요. 결국 외적 통제를 견디지 못하고 학교 밖을 선택한 학생들에게 자유를 주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어요. 스스로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기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싶었습니다.”

자유가 주어졌지만 자유를 적절히 활용할 줄 모르는 이들에게 자유는 방종에 가까웠다. 무단결석, 음주, 흡연, 불량 이성교재 등, 자유의 개념은 ‘아무렇게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리 정도로 해석된 지 오래였다.

“전혀 준비가 되지 않은 학생들에게 자유의 교육적 의미를 전달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자유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내적 통제에 이를 수 있도록 하는 데는 기다림이 필요했어요.”

윤 신부와 ‘양업고등학교’ 교사들은 학생들을 포기하지 않았다. 학교를 세운 뒤 7~8년간은 기다림이 계속됐다. 어느새 학생들도 스스로 바뀌기 시작했다. 심리학자이자 교육학자인 윌리엄 글라서의 선택이론과 현실요법을 적용 학생들의 부정적인 행동을 꾸짖기보다 먼저 그 이유를 찾고 도움을 주기 위한 방안을 생각했다.

“예를 들어, 학교나 가정에서 담배를 피우는 학생에게 ‘넌 조그만 놈이 담배냐!’며 윽박지르기보다 담배를 왜 피우게 됐는지를 묻고, 담배를 끊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도와주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인간적으로 무시를 당해왔다고 느끼는 학생들에게 이러한 관심이 자신의 존재감을 인식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을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 인성, 지성, 영성교육


 
▲ 윤병훈 신부는 학생들의 부정적인 행동을 꾸짖기보다 먼저 그 이유를 찾고 도움을 주기 위한 방안을 생각했다.
 
초등학교 수준의 학습과정에 있는 아이들에게 고등학교의 지식을 가르친다면 이해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상황은 교실을 어렵고, 따분하고, 견디기 힘든 곳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학생들을 이해하지 못한 지식교육은 교실붕괴를 낳고, 교실 붕괴는 학교 붕괴로 이어지는 도미노 현상이 우려를 낳고 있다.

이와 같은 교육현실 속에서 ‘양업고등학교’는 산악등반, 봉사활동, 현장 체험학습, 청소년 상담 프로그램, 흙을 가꾸는 노작, 가족관계 내 가족성 회복, 종교 활동 등 인성교육을 위한 7가지 특성화 교과를 편성했다.

“부정적인 생각과 사고에 머물러 있는 학생들을 긍정적인 쪽으로 옮겨가도록 이끌어주는데 인성교육의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비유하자면 인성교육은 나무의 기초를 만들고 뿌리를 튼튼하게 하는 토대가 되는 작업입니다.”
<



가톨릭신문  2013-02-03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28

시편 91장 2절
저의 주 하느님, 제가 주님을 신뢰하나이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