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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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 흘리고 기도하며 하느님 창조 질서 부합하는 삶 체득

하느님 창조 질서 몸으로 체험하는 부산교구 ''감물 생태학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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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태학습관의 각 주제가 새겨진 방갈로. 하늘·땅·물·사람·청빈이 주는 가르침이다.
 
 
  언제부터일까, 하느님 창조 질서가 인간에 의해 서서히 파괴됐다. 하느님 피조물인 자연은 풍족한 생활을 추구하는 또 다른 피조물 인간의 약탈과 수탈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인간의 눈앞에 있는 세상은 그 자체로 하느님에 대한 증거"(「간추린 사회교리」 487항 참조)라는 교회 가르침이 무색하다.

 부산교구(교구장 황철수 주교)가 하느님 창조 질서 보전을 위해 나섰다. 하느님 창조 질서에 부합하는 삶의 방식을 몸으로 체험하고 기도하는 장을 마련한 것이다. 물질이 우선시 되는 세상에서 하느님의 창조 질서를 일깨우려는 강한 의지를 담은 이곳은 `감물 생태학습관`. 4월 6일 개관을 앞둔 감물 생태학습관(경남 밀양시 단장면 감물리)을 찾았다.

백영민 기자 heelen@pbc.co.kr


 
▲ 감물 생태학습관 전경. 나지막하게 지어진 건물들이 자연경관과 잘 어울린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자연 속에서 하느님 창조 질서를 배우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하느님 창조 질서 체험의 장
 전형적인 우리네 산골 농촌에 자리한 생태학습관은 원래 초등학교 터였다. 학생 감소로 폐교한 곳을 교구가 매입해 생태학습관으로 조성했다.

 생태학습관은 대지 8344㎡에 숙소로 사용되는 교육관 및 강당, 사제관 등을 갖추고 있다. 100여 명이 동시에 입소할 수 있다. 2층을 넘지 않는 나지막하고 투박한 느낌의 건물이 시골 풍경과 제법 잘 어울린다. 생태학습관에 들어서 바라보는 자연의 풍경 역시 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백두대간의 끝자락인 재약산(1189m)이 두 팔을 펼치듯 둘러 싸고 있어 어머니의 품에 안긴 느낌이다. 입소자들은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달 동안 이곳에서 생활하며 매일 미사와 생태영성 강의, 묵상, 산책, 흙을 일구는 공동체 활동 등을 통해 하느님과 하나 되고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배우게 된다.

 생태학습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5개의 방갈로 벽에 크게 새겨진 하늘ㆍ땅ㆍ물ㆍ사람ㆍ청빈이라는 글자다. 방갈로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시설도 인상적이다. 하늘은 태양광 발전 시설을 상징한다. 총 발전 용량이 30㎾로 방갈로에 필요한 전력의 자급자족이 가능하다. 땅은 학습관 인근 실습농장을 뜻한다. 1만 3388㎡의 논ㆍ밭ㆍ과수원에서 직접 생명농업을 체험하며 땅을 생각하는 교육을 받는다. 지하에는 하수 정화시설이 숨겨져 있다. 이는 물을 상징한다. 생태학습관에서 나오는 하수를 박테리아를 이용해 깨끗한 물로 정화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 사람이 있다. 생태학습관에서 함께 땀 흘리며 생태공동체 의식을 고양하는 주체는 결국 사람이다.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태초의 모습 그대로 재정립하자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모든 바탕에는 `청빈`이 있다. 절제된 삶으로 환경을 지키고 흙에서 땀 흘리고 곡식과 과실을 가꾸는 일은 결국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는 과정이다.

 하지만 어디 그렇게 살기가 쉽겠는가. 생태학습관은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막연히 전달만 하는 것이 아니다. 관장 유영일 신부와 동반 사제 조성제 신부가 상주하며 하느님의 피조물인 땅을 일구고 기도하는 생태적 삶의 모범을 보일 계획이다. 이미 교구 노동사제로 발령받아 학습관 인근 공소에서 직접 농사를 지으며 스스로 생계를 꾸리고 사목해왔던 터다.

 유영일 관장 신부는 "약육강식의 논리가 판치고 더 풍요로운, 더 편안한 삶을 추구하는 게 현실"이라며 "모든 이들이 앞만 보고 달리는 세상에서 인간이 진정으로 추구해야 하는 삶의 가치를 흙에서 땀 흘리고 기도하며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연과 노동을 통해 받는 힐링
 무한경쟁 사회에서 서로 부딪치며 마음의 상처가 깊어져 간다. 힐링이 요즘 화두로 떠오르는 이유다. 조성제 신부는 "상태학습관은 좋은 이야기와 강의를 듣고 마음의 상처를 위로받는 단순한 힐링이 아닌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신앙으로써 마음의 치유를 받을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노동을 통해 스스로의 가치를 깨닫고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질서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 이 시대 우리가 그리도 열광하는 힐링의 진정한 의미일 것이다.

 유영일 신부는 "신자 스스로 자신 안의 선의를 발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며 "생태학습관 개관은 신자들에게 하느님 창조 질서 보전, 생태라는 주제로 새로운 길을 제시한 획기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하느님 창조 질서를 보존하는 것도, 거스르는 것도 주체는 결국 사람이다. 감물 생태학습관은 청소년과 가정 공동체 구성원들이 하느님 창조 질서 보전의 의미를 깨닫고, 이곳에서 배워 간 자연과 노동을 통한 영성을 1년 12달 긴 호흡으로 살아갈 힘을 주는 생명의 쉼터가 될 것이다. 감물 생태학습관 축복식은 4월 6일 오후 2시 현지에서 교구장 황철수 주교 주례로 열린다. 문의 : 055-365-0026




가톨릭평화신문  2013-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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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104장 30절
당신의 숨을 내보내시면 그들은 창조되고 당신께서는 땅의 얼굴을 새롭게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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