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예수 무덤 성당 지킴이 김상원 신부- 예수 무덤, 깨달음 있다면 무덤 아닌 ''부활''

이스라엘 소임 자청, 광야 머물고파 2006녀부터 예루살렘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완덕의 길엔 파격이 없나 보다. 하느님의 거룩한 부르심과 자신을 찾아 이스라엘 땅 유다 광야 길을 걷고 있는 한 수도자가 있다. 그의 수행은 건너뜀도 한눈팔기도 없다. 오직 한 걸음 한 걸음 쉼없는 정진뿐이다. 고(故) 안선호 신부에 이어 한국인 두 번째 예수님 무덤 성당 지킴이로 있는 광야의 수도자 김상원(작은형제회, 예루살렘 성지관구) 신부를 만났다.
예루살렘(이스라엘)=리길재기자 teotokos@pbc.co.kr



 
▲ 브엘쉐바에서 단까지 이스라엘 전역을 도보 순례한 김상원 신부가 홀로 걸어온 광야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김상원 신부가 예수님 무덤 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이스라엘 성지 소임을 자청했다고 들었는데요.
 "1996년 작은형제회에 입회해 종신서원 피정때 이스라엘 성지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광야에 머물고 싶다는 욕심이 컸습니다. 2005년 6월 사제품을 받고, 그해 10월 예루살렘 성지관구 파견을 허락받았습니다. 2006년 6월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베이루트 공항을 폭격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곳에 와 지금껏 살고 있습니다."

 ▶광야는 어떤 곳입니까.
 "자신을 가장 잘 들여다 볼 수 있는 곳입니다. 광야는 기도처이며 안식처입니다. 자신을 인식하고 하느님을 느낄 수 있다면 수도자로서 가장 행복한 사람일 것입니다. 사부 프란치스코 성인은 회개 여정에서 이미 하느님을 체험하셨지만,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죽기 직전까지 자신에게 `나는 누구인가`를 질문했습니다. 남들이 가지 않지만 이전 누군가 걸었던 길 위에 서 있을 때, 사방을 둘러봐도 아무도 없고 누울 수 있는 땅 한 평을 마땅하게 찾을 수 없을 때 하느님과 제 자신의 현존을 처절히 느낍니다."

 ▶광야 도보 순례는 언제부터 했는지요.
 "성경은 단에서 브에르 세바까지를 이스라엘 땅이라고 경계합니다. 오늘날 헤르몬에서 에일랏까지이죠. 광야 도보 순례는 2007년 9월 시작해 지금까지 총 970km를 걸었습니다. 성지 관구에서는 5주간 소임 봉사를 하면 1주일 동안 쉬는데 이 시간을 이용해 걸었습니다. 일반적으로 44일 정도 소요되는 여정이지만 조금씩 나눠서 걸었기에 대략 13개월이 소요됐고, 일수로는 53일이 걸렸습니다. 덕분에 이스라엘 광야의 사계를 다 체험했죠. 하루 평균 23km 정도 걸었습니다."

 ▶광야 순례가 말처럼 쉽지 않을 텐데요.
 "이스라엘 광야는 야고보 사도의 산티아고 순례길과 달리 편의시설이 전혀 없습니다. 더 매력적이죠. 미사도구와 1인용 텐트, 1.5리터 생수 12팩, 약간의 식량을 꾸려 이틀을 걷습니다. 광야는 매우 위험한 곳입니다. 죽을 고비도 여러차례 넘겼습니다. 지진으로 갈라져 끝이 보이지 않는 협곡을 뛰어 넘기도 했고, 줄지어 선 늑대 무리가 탈 없이 지나가기를 숨죽여 엎드려 기도했습니다. 발을 헛디뎌 굴러서 정신을 잃을 때가 있었고, 물이 떨어져 절박감에 허덕이고, 발을 내디딜 수 없는 뜨거운 지열 때문에 이성을 놓을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광야는 경쟁적이지 않아 좋습니다. 어떤 난관도 걸으면서 다 극복할 수 있습니다. 해뜨기 전 일어나 아침미사를 봉헌하고 출발해 해넘이까지 걷다가 저녁기도하고 자는 것이 하루 일과이지만 결코 피곤하지 않은 것이 광야 생활입니다. 자연이 주는 위로가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 무덤 성당이 소임지인데….
 "오늘의 예수님 무덤 성당은 어떤 의미에서 `카오스`입니다. 순례자보다 관광객이 더 많이 드나드는 장소가 됐습니다. 하지만 아귀다툼 속에서도 일치와 조화를 봅니다. 처음엔 이런 모습을 외면하려 했지만 결국 내 모습인 걸 하고 추스릅니다. 무덤 성당은 예수님 부활의 현장입니다. 혼돈 속에서 깨달음이 없으면 아직도 무덤이지만 깨달으면 곧 부활입니다."

 ▶이스라엘 성지 순례를 제대로 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성지에 대한 역사를 알면 매일 미사가 얼마나 고귀한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800여 년 동안 수많은 프란치스코회 수도자들이 이 성지를 지키기 위해 순교하고 노예살이를 했는지, 또 오늘날 성지관구 수도자들이 예수님께서 그랬던 것처럼 능욕을 당하며 이곳을 지키고 있는지 알면 이스라엘 성지 곳곳에서 거행하는 미사 전례가 얼마나 값지고 감동적인지 느끼게 될 것입니다. 지금도 이곳 수도자들은 일거수 일투족 감시와 통제를 받고 있습니다. 미사 중 무슬림들이 와서 침뱉고 발길질 해도 다 견디며 지켜내고 있는 성지입니다. 이스라엘 성지에서 미사를 봉헌한다는 것은 주권 선포와 같은 행위입니다. 그래서 순례를 오실 때 반드시 성지에 대한 주인의식을 무장해 오시길 당부드립니다. 또 성경이 최고 안내서입니다. 누구에게나 은총의 장소이지만 머물고 쉴 수 있는 여백을 갖고 순례할 것을 당부드립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3-03-31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29

시편 119장 34절
저를 깨우치소서. 주님의 가르침을 따르고 마음을 다하여 지키오리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