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 가난한 이웃에 사랑 전하며 기쁨 나눠요”/ 체육대회나 야외나들이 등에서 탈피해/ 어려운 이웃에 필요한 맞춤형 봉사 실시
■ 첫사랑 : 찾아나섬
- “얘들아, 무얼 좀 잡았느냐?”(요한 21,5)
이 골목 저 골목을 휘젓고 다닌 지 30여 분, 이 지역에 산 지 수십 년이 됐지만 이런 곳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점치고 굿하는 당집을 표시하는 붉고 하얀 깃발들이 즐비한 거리를 지나 퇴락한 가옥과 빈집들이 늘어선 좁은 골목길을 한참이나 헤매고 나서야 목표로 한 집을 찾을 수 있었다.
“허허….”집을 보는 순간 한숨에, 혀를 차는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본당 설립 17주년을 맞은 서울 도봉산본당(주임 한상웅 신부) 신자들의 올해 본당의 날 기념 행사는 색다른 체험과 감동의 장이 되고 있다. 체육대회나 야외나들이 등으로 본당공동체의 성장한 모습을 자축해오던 여느 해와는 달리 올해는 ‘구역별 봉사대회’라는 콘셉트로 주위 가난한 이웃들과도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기 때문.
17일, 도봉산본당 6구역 봉사자들이 찾은 봉사대회 현장. 두 사람도 함께 들어가기 힘든 연립주택 반지하 방 도배가 이날의 미션.
“6구역 파이팅!” 힘을 내자고 목소리를 모아보지만 어찌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지은 지 얼마나 됐을까, 손이 닿는 곳마다 시멘트 부스러기와 페인트가루가 우수수 떨어진다. 또 한숨이 나올 법한 순간, 본당 연령회장 오영근(마태오·63)씨의 범상치 않은 몸놀림이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크기에 맞게 벽지를 자르고 풀칠하는 솜씨부터 다른 봉사자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30년지기도 잘 몰랐던 도배기술이 탄로(?)나는 순간이다.
색이 바랠 대로 바랜 벽지를 뜯어내자 수십 년은 된 듯한 먼지덩이가 흙가루와 함께 쏟아진다. 지하 곳곳에 밴 암모니아와 곰팡이 냄새에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질 만도 하지만 누구도 불평하는 사람이 없다. 오히려 가난한 이웃에까지 눈길이 미치지 못했던 자신들의 삶을 반성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각자의 능력에 맞는 소임을 찾아 봉사에 매달리는 동안 어느새 참가자들은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사이처럼 능수능란해진다. 눈빛만으로도 상대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아차린다.
봉사에 나선 할아버지 할머니들 틈에 낀 한 살배기 꼬마는 바람 차가운 줄도 모르고 바깥나들이가 마냥 즐거운 표정이다.
오영근(마태오)씨는 “주위의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 의미있는 본당의 날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며 “직접 발로 뛰며 다가갔을 때 새로운 깨달음이 찾아오는 것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6구역장 국중권(암브로시오·53)씨는 “함께 봉사활동을 하며 비신자들과 나누는 몇 마디 말로 그리스도를 전할 수 있어 자연스런 선교 효과를 거두게 된다”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된 것도 주님이 주신 상인 것 같다”고 밝혔다.
▲ 연립주택 반지하 방을 도배하고 있는 봉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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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쌀 배달을 하고 있는 봉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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