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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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쉼터] 서울 도봉산본당 제17회 본당의 날 행사 기념‘구역별 봉사대회’

“주위 가난한 이웃에 사랑 전하며 기쁨 나눠요”/ 체육대회나 야외나들이 등에서 탈피해/ 어려운 이웃에 필요한 맞춤형 봉사 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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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사랑 : 찾아나섬

- “얘들아, 무얼 좀 잡았느냐?”(요한 21,5)

이 골목 저 골목을 휘젓고 다닌 지 30여 분, 이 지역에 산 지 수십 년이 됐지만 이런 곳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점치고 굿하는 당집을 표시하는 붉고 하얀 깃발들이 즐비한 거리를 지나 퇴락한 가옥과 빈집들이 늘어선 좁은 골목길을 한참이나 헤매고 나서야 목표로 한 집을 찾을 수 있었다.

“허허….”집을 보는 순간 한숨에, 혀를 차는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본당 설립 17주년을 맞은 서울 도봉산본당(주임 한상웅 신부) 신자들의 올해 본당의 날 기념 행사는 색다른 체험과 감동의 장이 되고 있다. 체육대회나 야외나들이 등으로 본당공동체의 성장한 모습을 자축해오던 여느 해와는 달리 올해는 ‘구역별 봉사대회’라는 콘셉트로 주위 가난한 이웃들과도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기 때문.

17일, 도봉산본당 6구역 봉사자들이 찾은 봉사대회 현장. 두 사람도 함께 들어가기 힘든 연립주택 반지하 방 도배가 이날의 미션.

“6구역 파이팅!” 힘을 내자고 목소리를 모아보지만 어찌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지은 지 얼마나 됐을까, 손이 닿는 곳마다 시멘트 부스러기와 페인트가루가 우수수 떨어진다. 또 한숨이 나올 법한 순간, 본당 연령회장 오영근(마태오·63)씨의 범상치 않은 몸놀림이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크기에 맞게 벽지를 자르고 풀칠하는 솜씨부터 다른 봉사자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30년지기도 잘 몰랐던 도배기술이 탄로(?)나는 순간이다.

색이 바랠 대로 바랜 벽지를 뜯어내자 수십 년은 된 듯한 먼지덩이가 흙가루와 함께 쏟아진다. 지하 곳곳에 밴 암모니아와 곰팡이 냄새에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질 만도 하지만 누구도 불평하는 사람이 없다. 오히려 가난한 이웃에까지 눈길이 미치지 못했던 자신들의 삶을 반성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각자의 능력에 맞는 소임을 찾아 봉사에 매달리는 동안 어느새 참가자들은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사이처럼 능수능란해진다. 눈빛만으로도 상대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아차린다.

봉사에 나선 할아버지 할머니들 틈에 낀 한 살배기 꼬마는 바람 차가운 줄도 모르고 바깥나들이가 마냥 즐거운 표정이다.

오영근(마태오)씨는 “주위의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 의미있는 본당의 날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며 “직접 발로 뛰며 다가갔을 때 새로운 깨달음이 찾아오는 것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6구역장 국중권(암브로시오·53)씨는 “함께 봉사활동을 하며 비신자들과 나누는 몇 마디 말로 그리스도를 전할 수 있어 자연스런 선교 효과를 거두게 된다”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된 것도 주님이 주신 상인 것 같다”고 밝혔다.


 
▲ 연립주택 반지하 방을 도배하고 있는 봉사자.
 

 
▲ 쌀 배달을 하고 있는 봉사자.
 
 
 
 
 
 
 
 
■ 사랑의 릴레이 : 나눔

- “네가 잔치를 베풀 때에는 오히려 가난한 이들, 장애인들, 다리저는 이들, 눈먼 이들을 초대하여라.”(루카 14,13)

도봉산 기슭 골짜기. 가난한 이들이 몰려 살아, 근심(愁)이 없는(無) 마을이라는 뜻의 ‘무수골’이라는 이름이 무색했던 곳에 모처럼 웃음이 넘쳐흘렀다.

본당 12개 구역 가운데 가장 가난한 이들이 많은 3구역이라 일거리도 널렸다. 3구역장 이태순(레지나·61)씨의 요청에 다른 구역 신자들도 내 일처럼 달려왔다. 도움을 줘야 할 대상자가 너무 많아 이번 봉사대회를 위해 본당에서 각 구역별로 지원한 50만 원의 예산 한도는 넘어선 지 오래다. 이웃 구역의 가용예산을 빌려 쓰는 것도 모자라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낸 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집주인 김봉남(마리아·94) 할머니는 지난 겨울 빙판에 미끄러진 후 물 한잔 못 내밀 처지여서 여간 미안한 게 아니다. 오히려 구역장 이씨가 할머니를 위로한다.

“외려 저희가 죄송해요. 더 도와드리고 힘이 되어드려야 하는데….”

할머니 집을 찾을 때마다 이씨의 손에는 어김없이 먹을거리며 생필품이 들려있다. 이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거 꼭 데워 드시고…, 어디 불편하진 않으세요?”

50년 넘는 세월동안 나무판자와 돌 등을 덧대가며 시간을 지탱해온 할머니 집은 군데군데 세월의 더께가 무겁게 앉아있다.

한쪽에서는 청소가, 한켠에서는 도배공사가 이어졌다. 수십 년 세월 근심처럼 떠안고 지내던 쓰레기와 못 쓰는 물건들이 집밖으로 들려나온다. 저 많은 물건들이 집안 어디에 있었을까 싶다.

산길 한쪽에 조금씩조금씩 덧대며 늘려온 집이라 방 구조도 참 난감한 생각을 품게 한다. 볕이 잘 들지 않는 단칸방이라 웬만한 풀로는 벽지가 얼마나 붙어있을까 싶다. 오영근(마태오·63)씨가 또 실력 발휘에 나선다. 이내 집이 새집처럼 환해진다.

함께 봉사에 나선 송월숙(루시아·59)씨는 “우리 주위에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이렇게 많은지 처음 알게 됐다”면서 “일회적인 행사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나눔을 이어갈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역장 이태순(레지나)씨는 “연세 많으신 분들이 큰 활동은 못 하시더라도 봉사 현장에 나와 함께해주시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런 나눔을 통해 신앙이 조금 더 성숙해지고 풍



가톨릭신문  2013-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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