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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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의 해'' 크루즈 성지순례]<하> 믿음 안의 새 가족 되어

''복음의 뱃길'' 지중해에서 하느님과 영적 교감을 나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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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례단이 로마 성 안드레아 성당에서 미사를 마친 후 염수정 대주교와 함께 사도 안드레아의 순교 장면이 묘사된 제단 벽화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염수정(안드레아) 대주교와 함께한 신앙의 해 크루즈 성지순례는 오감을 만족하게 하는 감각적 즐거움을 뛰어넘어 80명 순례단원 모두가 한 신앙 안에서 하느님과 영적 교감을 나눈 여행이었다.

 순례단은 이탈리아 사보나 항에 정박 중인 `코스타 델리지오사호`에 오르기 전에 밀라노 두오모에서 첫 미사를 봉헌했다. 순례단을 태우고 가던 버스 기사는 염수정 대주교가 함께 타고 있다는 사실을 안내자와의 대화를 통해 알고는 급하게 어디론가 전화를 하더니 "교구 어른이 우리를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을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는데 두오모에 도착해 제의방에 들어가니 밀라노대교구장 안젤로 스콜라 추기경이 염 대주교를 맞이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이번 콘클라베 때 유력한 교황 후보로 세계 언론에 오르내리던 명망 있는 추기경이다. "회의차 로마로 막 떠나려던 차에 연락받았다"며 염 대주교를 환대한 스콜라 추기경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늘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신앙의 해를 맞아 너무나 멋진 순례를 한다"며 "좋은 순례가 되도록 기도 중에 기억하겠다"고 격려했다. 기분 좋고 멋진 시작이었다.

 한국 순례단을 비롯해 각국 2800여 명의 여행객을 태운 코스타 델리지오사호는 이탈리아 서쪽 티레니아 바다를 통해 메시나 해협을 지나 이오니아와 아드리아, 에게 바다를 항해해 지중해를 한 바퀴 도는 항로로 순항했다.

 쪽빛보다 더 맑고 푸른 색깔만큼이나 그리스ㆍ로마ㆍ페르시아 등 찬란한 문명들을 품에 안았던 고요의 바다 지중해. 고대 지중해는 수많은 신화와 현자와 지도자들의 꿈과 야망을 태동시켰던 너른 바다에 불과했다. 하지만 성령강림 후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는 사도들에 의해 지중해는 복음의 뱃길을 놓는 축복의 바다가 됐다. 세상 사람들을 `이방인`신분에서 `하느님 자녀`로 새로 태어나게 하는데 탯줄 노릇을 한 지중해 한가운데에서 순례자들은 사도들을 닮겠다는 `푸른 꿈`을 꿈꾸었다.

 첫 기항지는 그리스 카타클론 항구. 순례단은 사도 안드레아의 순교지 `파트라이`를 향했다. 이곳에서 복음을 선포하다 체포된 사도 안드레아는 사흘 동안 `X`형 십자가에 묶여 있다가 순교했다. 사도의 유해는 콘스탄티노플과 이탈리아 아말피로 옮겨졌고, 15세기부터 로마 성 베드로 대성전에 안치됐다. 그러다가 1964년 9월 교황 바오로 6세가 그리스 정교회와 이룬 화해의 표시로 사도의 유해를 순교지인 이곳 파트라이로 옮겼다. 순례단은 사도 안드레아의 유해 앞에서 무릎 기도를 바치고 안드레아 십자가를 경배했다. 사도 안드레아를 수호성인으로 모시고 있는 염수정 대주교는 오랫동안 사도의 유해 앞에서 기도했다. 말을 잊을 정도를 깊은 묵상에 빠진 염 대주교는 배에 오를 때까지 긴 침묵을 하며 사도와의 해후를 홀로 간직했다.

 배는 이스라엘을 향해 미끄러지듯 출발했다. 배가 이틀 동안 하이파 항구에 정박했기에 순례단은 예루살렘과 베들레헴, 나자렛, 갈릴래아 일대를 순례할 수 있었다. 마침 동방정교회 부활절이었기에 예루살렘은 순례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2개 조로 나뉜 한국 순례단은 조별로 대형 십자가를 지고 예수께서 걸으셨던 십자가의 길을 걸었다. 아랍인 시장 거리의 인파를 헤집고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기란 녹록지 않았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호객꾼들의 고성과 각국 안내자들이 내뱉는 거친 외침, 순례자들의 기도 소리. 한마디로 `카오스`였다. 그 와중에도 우리 순례단들은 누구 하나 찌푸리지 않고 조용히 기도 속에 빠져들었다. 서로 십자가를 나눠서 지면서 소리 없는 통곡을 터뜨렸다.


 
▲ 에페소 성모님의 집 야외 제대에서 거행된 혼인 갱신식에서 최고령 김석현씨가 아내에게 혼인 반지를 끼워주고 있다.
 

 순례단은 다시 터키 에페소를 향해 에게해를 항해했다. 에페소에는 사도 바오로가 활동했던 고대 유적지뿐 아니라 성모 마리아께서 사도 요한과 함께 말년을 보내셨던 `성모님의 집`이 있다. 순례단은 이곳 야외 제대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세례와 혼인갱신식, 가정 봉헌식을 거행했다. 서로 손을 잡고 사랑을 서약한 후 반지를 끼워주는 부부들은 또 눈물을 흘렸다. 순례단원 중 최고령자인 김석현(요셉)ㆍ박미숙(다리아) 부부는 "내년이 결혼 50주년인데 이런 기쁨을 체험하리라 생각지도 못했다"며 "순례길 한 걸음 한 걸음이 일생을 되돌아보게 하는 사랑 넘치는 순간들이었다"고 감격해 했다.



 
▲ 지중해 석양을 바라보며 즐기는 저녁식사.
매 순간 만나는 아름다운 지중해 풍광은 크루즈 순례에서만



가톨릭평화신문  2013-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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