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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이 만난 사람] 세계최초 유일 시청각 장애인 사제 키릴 악셀로드 신부

“장애, 고통 통해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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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각 장애는 인생의 훌륭한 스승
또 다른 방식의 하느님 사랑 체험
랍비 꿈꾸다 부르심 체험하고 개종
늘 예수님 함께하는 사제의 삶 ‘감사’
장애인 고유 ‘능력’ 알아내는 것 중요
그들 이해 돕는 역할 계속 하고 싶어
 

 
▲ 수화로 ‘사랑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키릴 악셀로드 신부. 불굴의 인간 의지를 보여주는 그의 삶과 여정은 장애뿐 아니라 어려움에 고통 받는 많은 이들에게 희망의 상징이 되고 있다.
 


 
▲ 수화 통역자 시몬 찬(왼쪽)씨가 키릴 신부와 촉각 수화를 하고 있는 모습.
 
 
청각 장애를 지닌 채 정통 유다교 집안에서 자라나 랍비를 꿈꾸었다가 ‘장애인은 랍비가 될 수 없다’는 율법으로 랍비의 꿈을 접고 특별한 계기를 통해 가톨릭으로 개종하고 사제가 됐다. 그 과정에서 가족과 친지, 민족에게 배신자로 낙인찍힐 수 있는 숱한 심적 어려움을 겪는다. 사제가 된 후에는 청각 장애인들을 위해 열정적인 사목을 펼치던 중 시력까지 잃었다. 중복 장애의 고난이 엄습해 왔지만 그 고통을 넘어서서 새롭게 시청각 중복 장애인들을 위한 사목을 맡았다.

불굴의 인간 의지를 보여주는 그 삶과 여정은 이제 모든 장애인을 비롯해서 어려움으로 고통받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어주는 상징이 되고 있다. ‘21세기의 헬렌 켈러’라 불리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시청각 장애인 사제’, 키릴 악셀로드 신부(Cyril Axelrod·구속주회)가 그 주인공이다. 자서전 국내 출판기념 저자 초청강연회를 위해 한국을 찾은 키릴 악셀로드 신부를 만나보았다.



인터뷰 일정이 잡힌 것은 방한 일정의 둘째 날이었던 22일 저녁이었다. 당일 시청각장애인 10여 명이 거주하고 있는 여주 라파엘의 집에서 만남과 강연회를 가진 뒤 숙소인 서울 사당동 구속주회 한국지구에 막 도착한 참이었다. 계속되는 일정에 피곤함을 느낄 수도 있을 터인데, 키릴 신부는 통역을 통해 인사를 건네자 환한 웃음 속에 손을 맞잡아 주며 환영의 마음을 표시해 주었다.

키릴 신부와의 인터뷰는 촉각 수화로 진행됐다.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그는 상대의 수화를 촉각을 통해 인지하는데, 기자의 질문을 최연숙 수녀(한국순교복자수녀회)가 중국 광동어로 전달하면 자원봉사자로 홍콩에서 동행한 수화 통역자 시몬 찬(홍콩 카리타스 어르신복지센터 감독)씨가 촉각 수화를 통해 키릴 신부에게 전하는 식이었다. 그 답변은 다시 찬 씨와 최 수녀를 거쳐 전달됐다. 찬 씨는 10여 년 전부터 키릴 신부를 위한 수화통역자 역할을 하고 있다. 키릴 신부를 돕기 위해 미국 시애틀까지 가서 2주 과정의 연수 받기를 마다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래전부터 한국과 한국교회에 관심을 가졌으나 이제야 첫 방문이 됐다”는 키릴 신부는 “한국 신자들의 너무나 큰 환대가 놀랍고 신비로웠다”고 방한 소감을 밝혔다. “한국의 문화를 접할 수 있어 흥미로웠고, 사제·수도자들이 시청각 장애인들을 위해 애쓰고 있는 모습이 특별하게 다가왔다”는 말도 덧붙였다.

21세기의 헬렌 켈러

주변에서 ‘21세기의 헬렌 켈러’라고 부른다고 하자 키릴 신부는 넉넉한 미소를 지으며 “감사한 의견”이라고 했다. “그만큼 이 시대에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이 크고, 시청각 장애인들을 위해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이라 생각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싶다”고 했다.

방한의 직접적인 배경이 된 자서전에 대해 물었다. 키릴 신부는 “거의 10년에 걸친 작업”임을 전하며 “전기 작가에게 맡겨보라는 조언들도 있었으나 내 마음을 제대로 드러내고 싶고 경험한 바를 최대한 잘 표현하기 위해서, 어렵더라도 직접 쓰고 싶었다”고 했다. 영어로 쓰인 원본은 지난 2006년 출판됐으며 현재 중국어, 슬로바키아어로 번역됐다.

저술 과정은 인터뷰 통역 과정에서 연상되듯 여러 차례의 단계를 거쳐야 했다. 키릴 신부의 안내 통역자들이 ‘촉각 수화’(tactile sign language)와 ‘지화’(finnger spelling)를 비롯, 컴퓨터와 이메일에 쓰는 점자를 사용하며 작업을 했다.

“그러한 절차들에서 오는 번거로움 보다는 내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 놓고 바라보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각 어려움의 순간 순간들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보며 그 당시 겪어야 했던 어떤 감정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키릴 신부는 “자신이 삶 속에서 겪었던 여러 문제들을 모두에게 열고 나눌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했다. 또 “책을 통해서 모든 사람들이 장애인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장애인들이 지닌 ‘장애’를 ‘문제’로 보지 않고 어떤 사람이든 모두가 하나쯤은 지닐 수 있는 그저 작은 어려움으로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장애는 은총·축복


가톨릭신문  2013-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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