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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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이 만난 사람] 프로라이프의사회 차희제 회장

“생명운동은 내 운명 … 낙태 없는 세상을 꿈꿉니다”
독실한 신앙 안에서 성장 … 생명 운동 ‘소명’으로 느껴
낙태 무감각한 한국사회, ‘낙태=살인’ 공감대 커져야
본당서부터 인식 확대를 … 사제·수도자 전문 교육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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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서상덕 기자)
 
 
한국에서 ‘낙태’는 불법이다. 형법 제27장 제269조와 제270조에 따를 때, 낙태는 불법임과 동시에 낙태를 한 여성과 낙태 시술을 한 의사 등을 징역 혹은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상황은 그야말로 딴판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0년 기준 낙태 건수는 16만 9000건. 16만 9000건이라는 수치는 건보공단에서 2010년 제왕절개 수술 건수로 발표한 16만 5000건보다 많은 모양새다.

OECD 34개 국가 중에서 출생아 대비 낙태 건수가 1위라고 한다. 전국적으로 매일 500명 정도의 태아가 생명을 잃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낙태 공화국’이라는 오명이 붙는 이유를 짐작케 한다.

이같은 현실에서 지난 6월 대전지법이 낙태시술 의사들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사의 항고를 기각하고 선고 유예와 형 면제를 판결한 사태는 낙태에 관한 법을 더욱 무력화시키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생명 문제를 수면 위로

프로라이프의사회 차희제(토마스·58·수원교구 양평본당) 회장을 만난 것은 그런 배경에서였다. 그는 인터뷰 내내 열변을 토해냈다. 우선 한국사회의 낙태 무감각 현실을 다섯가지 정도의 원인으로 설명했다.

“프로라이프 여성들의 부재와 함께 산아제한을 위해 국가 정부가 낙태를 피임의 한 방법으로 권장, 이후 낙태가 죄가 된다는 개념이 없습니다. 그렇게 너무 오랜 세월동안 사회가 낙태를 용인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전반적으로 낙태의 실체에 대해 무지하다고 보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차 회장은 낙태죄가 있음에도 불구, 적법하고 엄정한 법 집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실, 또 낙태 수술을 하지 않고는 안정된 병원 운영이 불가능한 열악한 산부인과 의료 환경 등의 문제도 꼬집었다.

“무엇보다 낙태는 생명을 없애는 행위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국민들 의식 수준이 정말 우려스럽습니다.”

프로라이프의사회는 지난 2010년 1월 창립과 거의 동시에 의사회 이름으로 불법낙태시술병원을 검찰에 고발 조치함으로써 한국사회의 낙태 문제를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시켰다.

이로 인해 의사들 80가 낙태를 기피하면서 일시적인 낙태감소 효과가 나타나기도 했고 보건복지부가 분만수가를 50 가량 올려 분만을 장려하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판결이 결국 솜방망이 처벌로 그치면서 낙태 시술 건수가 서서히 다시 고발 이전의 상태로 돌아갔다.

한편으로는 산부인과 의사들의 낙태 거부로 낙태수술비가 이전보다 3~5배 정도 상승하는 부작용도 빚어졌다.

차 회장은 “현재 한국의 낙태 현실이 의사회 고발 이전보다 더 나아졌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대전지법 사례에서 보듯 사법부는 무소신이고 단속 권한을 가진 정부 당국에서는 사실상 낙태에 대해 손을 놓고 있는 여전히 답답하고 한심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특히 차 회장은 대전지법의 ‘선고 유예’ 판결 이후 “낙태에 관한 법이 없어진 거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라이프의사회의 활동은 낙태 논쟁을 수면 위로 끌어 올렸다는 면에서 나름 ‘성과’를 거둔 것 같다고 차 회장은 자평했다.

“아무래도 ‘생명’, ‘태아’에 대해 얘기하더라도 이전보다 귀 기울이는 사람이 더 생겼다고 할 수 있죠. 절반의 성공인 셈입니다.”

낙태는 여성의 몸과 마음에 ‘큰 상처’

차 회장이 우려하는 것은 대다수 사람들이 ‘낙태’ 자체가 여성의 몸과 마음에 얼마나 큰 후유증과 상처를 주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임신을 하게 되면 자궁 경부(입구)는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해 굳게 닫혀 있는데, 낙태 수술로 자궁 입구를 무리하게 열게 될 경우 자궁 경부에 출혈 열상이 발생하고 자궁 내막도 상처를 입어 다음 임신 때에는 유산 및 조산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이외에도 자궁벽이 달라붙는 유착현상·자궁천공 등의 발병률이 높고, 정신적으로는 상실감·죄책감·대인기피증·우울증·성적 장애 등을 겪을 수 있다”고 차회장은 설명했다.

이러한 낙태의 부작용과 후유증, 또한 낙태 행위가 멀쩡한 한 생명을 없애는 일이라는 점에 대해 집중적인 대국민 홍보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 두 가지 사안이 기본적으로 알려지고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여러 국가적인 정책과 대책도 나올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교회가 함께 해야할 일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차 회장은 “지금도 가톨릭교회가 생명수호의 선두에 서 있지만, 보다 강력하게 낙태를 막는 일에 나서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구체적으로는 낙태를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전문 상담소 설치 등도 제안했다.

“생명이라는 넓은 범주 안에서 낙태 문제를 다룰 것이 아니라, 1년에 한 번만이라도 본당에서 제대로 된 낙태 관련 강의를 하면서 신자들이 올바른 인식을 갖도록 해야할 것입니다. 그에 앞서 사제·수도자들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도 실시돼야 한다고 봅니다.”

생명 수호의 힘은 ‘신앙’

차희제 회장은 프로라이프의사회 활동에 앞서 이미 90년대부터 ‘낙태를 하지 않는 의사’로 활동하면서, 생명 운동의 최전선에 서 왔다.

1999년 말 분당에 낙태 거부(미래축복산부인과) 산부인과를 개원, 4년간 운영했던 차 회장은 당시 병원 내에 상담실과 기도실을 만들어 놓고 낙태상담전문가(자원봉사)들이 교대로 출근하면서 낙태를 위해 병원을 찾은 산모들을 설득, 낙태를 포기시키는 일을 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차 회장이 지켜낸 생명 산모는 100여 명이 넘는다.

하지만 생명수호 의지도 현실의 벽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았다. 분만수가도 적고 분만사고의 위험성이 큰 상황에서, 또 입원실·주방 등 부대시설 마련이 뒤따라야 하는 어려움을 안고 병원을 운영했으나 결국 재정적 어려움으로 문을 닫고 말았다.

그렇게 여러 환경적 난관 속에서도 낙태 거부를 할 수 있었던 힘은 바로 ‘신앙’이다. 할아버지때부터 시작된 독실한 가톨릭 신앙 속에서 성장한 차 회장은 ‘주일학교나 미사를 빠지면 할머니에게 종아리를 맞아가며’ 엄하게 신앙교육을 받았다.

산부인과 의사가 된 것은 순전히 아이들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산부인과 지원을 결정하자 부인 조경숙(마리아)씨를 비롯 집안 어른들은 거세게 반대를 했다고 한다. ‘낙태’가 자녀 조절의 한 방법일 만큼 자연스러웠던 당시 시대 분위기에서 산부인과 의사란 결국 ‘낙태’와 깊게 연관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에서였다.

이에 차 회장은 ‘낙태 안하고 산부인과 의사를 하겠다’고 가족들을 설득했으니, 그 약속이 지금껏 지켜져 오고 있는 셈이다.


가톨릭신문  2013-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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