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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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선주일 르포] 무료병원 성가복지병원

병든 몸 가난한 삶 어루만지는 사랑의 인술 현장 …
예수님 닮은 마음으로 갈 곳 없는 병자 돌보기 20여 년
“주님이 운영하시죠 필요한 것은 다 채워주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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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우리 주변에서는 병으로 인한 고통보다 생계를 이어갈 걱정이 앞서는 가난한 이웃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이들에게 병원에서의 제대로 된 치료는 꿈같은 일이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주변의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들을 한 번 더 기억하고 사랑을 실천하기로 다짐하는 자선주일. 무한한 사랑을 몸소 보여주신 예수님을 닮아 사는 마음으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병자들을 위해 아무런 대가 없이 그들을 돌보는 무료병원의 사랑의 인술은 자선주일 의미를 되새기는 기회가 될 것이다.

자선주일을 앞둔 지난 7일, 가난한 이, 소외된 이,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한 무료병원, 성가복지병원(병원장 이영순 수녀)을 찾았다.



■ 저분은 주님이십니다

‘저분은 주님이십니다’(요한 21,7)

병원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승강기 위 현판이 눈길을 먼저 사로잡는다. 병원의 성가소비녀회 수녀들과 봉사자들이 환자들을 만날 때 항상 마음속으로 되뇌는 한마디다.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노숙인을 비롯해 무의무탁자, 외국인 노동자, 차상위계층 등 스스로의 힘으로는 치료 받기 어려운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이다. 1990년 무료 진료를 시작한 병원은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의 관심과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웃들의 친구가 돼왔다.

“아침마다, 저희가 늘 만나는 형제, 자매들을 바로 예수님으로 알고 사랑할 수 있도록 이끌어달라고 청하는 병원 기도문을 바치고 하루를 시작합니다. 이런 마음을 바탕으로, 우리 이웃들의 곁에서 함께 한다는 소명의식이 있어야 이 일에 매진할 수 있지요.”

병원에 이모저모를 소개하던 병원장 이영순(쟌느) 수녀가 병원 운영에 필요한 마음가짐을 밝혔다.

일주일 중 가장 바쁜 토요일. 내과, 이비인후과 등 병원에서 운영되는 다수의 과가 진료를 보기에 환자도 가장 많다. 오전 9시가 개원시간이지만, 한 시간 이른 8시부터 병원 1층 로비는 대기자들로 가득 찼다. 긴 대기 줄을 기다리다 못한 외래 환자들은 진료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자꾸만 자신의 순서를 묻기 위해 안내 봉사자들을 찾는다.

병원을 찾는 외래환자들 가운데는 차가운 길거리를 전전하며, 술로 위로를 삼는 이들이 많기에 체력의 저하와 함께 일상의 치료가 절실한 이들이 대부분.

“아이고, 술을 또 드셨어요? 알코올은 감기 치료에 아무 도움이 안된다니까. 다음 주까지 드실 약 처방해 드릴 테니까, 약 잘 챙겨 드시고, 술도 잘 참으셨다가 오실 수 있지요?”

내과를 맡고 있는 의사 전혜윤(엘리사벳)씨가 살뜰히 환자들을 챙긴다. 오랫동안 씻지 못해 냄새가 나는 환자에게도 눈살 한 번 찡그리는 법이 없다. 병원 식구들은 누구나 마찬가지다.

“병원에서 만나는 분들 모두 항상 친절하고, 환자들을 따뜻하게 맞아주시니, 마음이 편안해져요.”

감기 때문에 친구와 함께 병원을 찾았던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다릭씨가 병원 식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 병원 원목수녀가 대세를 주는 동안, 윤서구(요한)씨는 두 손을 모으고, 오롯이 기도했다.
 


 
▲ 병원 수녀들이 승강기 위 ‘저분은 주님이십니다’라고 쓰인 현판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대가가 없는 사랑

수녀들은 병원을 직접 찾을 수 없는 환자들을 만나고자 직접 각 가정을 방문하기도 한다. 처음 병원에 방문한 환자들은 병원 사회사업과 수녀들을 통해 자신들의 상황을 알리고 상담을 받는다. 이어 의무기록실에서 접수를 하고 나면,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병원은 일반 병원처럼 치료비를 청구하지 않는다. 수납처조차 없다. 약값도 무료다. 아무것도 받지 않는데 과연 병원 운영이 가능할까?

“병원은 여러분들의 후원과 봉사자들의 열정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쌈짓돈 1000원, 2000원을 내어주시는 분들도 많아요. 병원이 지금까지 이어온 것은 우리 힘이 아니라, 주님의 뜻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필요한 부분은 주님께서 다 채워 주시니까요.”

병원장 이 수녀의 말이 귀 속을 맴돈다. 병원 식구들은 시대가 어렵고, 부족한 점이 있어도, 주님께서 또 다른 방법으로 메워 주신다는 것을 믿고 있다.

취재 당일, 지난 자원봉사자의 날(5일)을 맞아, 의사 간호사들과 함께 갖가지 분야에서 도움을 주고 있는 병원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하는 서울대교구 사회사목 교구장 대리 김용태 신부 주례 미사와 함께 전국사회복지협의회 공인 배지 수여식이 마련됐다. 500, 1000, 3000시간 봉사에 이르는 자원봉사자들이 배지를 받았다.

병원에는 이처럼 오랜 시간 돌봄의 손길을 놓지 않은 봉사자들이 많다. 10년 여 동안 병원에서 자원봉사해온 호스피스 봉사자 이지현(모니카)씨가 환자의 다리를 주무르며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낸다.

“아픈 곳을 주물러 주고, 환자들과 지나간 이야기도 나누면서 곁에 있어주는 것이 제 일이지요. 이곳에 오래 머물렀던 분들을 기억하며 기도를 드리기도 합니다. 환자들 마음도 육신도 편안하게 모실 수 있다면 그게 다예요. 여기 계신 수녀님들과 봉사하시는 분들은 다들 천사 같아요. 그분들에 비하면 저는 이야기를 꺼낼 자격도 없는걸요.”

병원 상근 의사는 제1회 이원길 가톨릭 인본주의상 수상한 박용건(폰시아노)씨를 비롯한 단 세 명.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들 역시 봉사자들로 이뤄져 있다. 이비인후과에서 의사 차창일씨도 병원에서 봉사한지 벌써 14년째다.

“열심히 환자들을 치료하는 것, 그뿐이지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나누면서 재능기부를 하는 겁니다. 환자들을 위해 더 많은 것들을 해주고 싶지만, 상황이 따라주지 않을 때는 안타까워요.”

병원 식구들의 정성은 하나둘씩 환자들의 마음



가톨릭신문  2013-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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