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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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이 만나 사람] 아프리카서 ‘제2 인생’, 성악가 김청자 씨

“말라위 아이들 ‘마마’로 사는 삶, 행복합니다”
화려한 ‘디바’의 삶 접고 말라위 정착 … 고아들 돌봐
전 재산 선교 자금으로 내놓고 모금 활동·후원회 결성
청소년 교육 시설·뮤직 센터 지어 한국 유학 등 지원
“지난 삶 하느님 은총 … 이제는 남을 위해 살아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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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서울 평화화랑에서 열린 말라위 아이들의 그림전시회 중 한 아이의 그림 앞에 선 김청자씨.
아프리카의 빈국 말라위에서 생활하며 학생들이 교육과 문화를 통해 빈곤의 악순환을 벗어나도록 노력하고 있다.
 
 
아프리카 남동부에 위치한 ‘말라위’ 의 오지 작은 마을 카롱가에는 말라위 최초 전문 음악교육기관 ‘루스빌로 뮤직센터’가 있다. 수도 릴롱궤에서도 북쪽으로 600km 가량 떨어진 이곳에서, 뮤직센터는 3년 미만의 짧은 설립 기간에도 불구하고 전국 밴드부분 1위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또 재능있는 학생들을 한국으로 유학 보내는, 말라위 최고의 음악 교육기관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뮤직센터의 이 같은 눈부신 활약 뒤에는 ‘유럽에 한국 성악의 위상을 알린 1세대 음악인’ 메조소프라노 김청자(아녜스·69)씨가 있다. 2010년 2월, 15년 동안 재직해온 한국예술종합학교 정년퇴임 후 같은 해 9월 이곳 카롱가로 날아온 그는 ‘루스빌로’ 가톨릭 공동체의 자원 봉사자 및 후원자로 일을 시작, 뮤직센터를 비롯해 현재까지 4개의 유스센터를 건립·운영하며 지역 아동·청소년들의 보다 나은 생활과 교육을 위해 여력을 쏟고 있다.

40여 년 화려한 음악 인생을 뒤로 하고 현지 아이들에게 ‘마미’, ‘마마’ 라고 불리며 제2의 여생을 보내고 있는 그는 왜 아프리카를 택한 것일까. 아프리카에서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삶은 어떤 의미와 신앙적 열쇳말을 던져 주는 것일까.

최근 현지 어린이들의 그림전시회 및 뮤직센터 학생들의 한국 유학 관련 업무를 위해 귀국한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말라위

지난 10월 16~22일 서울 명동 평화화랑에서는 ‘김청자의 아프리카 사랑, 말라위 아이들의 그림전’이 열렸다.

김씨가 돌보는 지역 어린이 들이 그림으로 제작한 달력, 카드 등 문화상품들이 전시됐다. 말라위 어린이들의 원색적이고 자유로운 재능이 돋보여 특별한 눈길을 모았던 전시회는 성황리에 모두 매진되는 호응을 얻어냈다.

김씨는 최근 후원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판매 수익금으로 카롱가 마키함바 마을에 교실 4개짜리 학교를 짓게 됐고, 12월 초부터 터를 닦고 있어 가슴이 뛴다”고 소회를 밝혔다.

아프리카와 인연을 맺은 계기는 예순의 나이를 맞았던 2005년경이다. 안식년을 맞아 은퇴 후 삶을 준비하며 한 해 동안 세계 여러 곳을 여행했던 그는 특별히 아프리카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 ‘굶주림과 질병에 시달리는 아프리카인들의 삶, 그 안에서 발견되는 춤추며 노래하는 아름다운 삶’은 ‘그곳이 내 영혼의 고향이 될 것 이라는 내면의 소리를 듣게 했다’는 고백이다. 이후 여러 차례 아프리카를 방문하고 ‘김청자의 아프리카 사랑’ 모금 운동을 펼치며 모잠비크, 잠비아, 말라위 등을 도왔다.

말라위를 생활 터전으로 택한 것은 2009년 말라위 방문시 루스빌로 가톨릭 공동체를 접하면서다. 에이즈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에게 주거와 교육을 제공하는 이곳에서 ‘내가 찾던 곳’이라는 생각을 가졌다. 그는 두 주 정도 공동체 생활을 체험하면서 합류를 결정했다.

“황홀할 만큼 아름다운 아프리카의 자연, 그러나 교육 문제를 비롯해서 기초적인 식생활도 해결이 어려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결핍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모습에 우리가 누리는 것들이 너무도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김청자씨.

그렇게 5년 정도의 준비 기간을 거치면서 ‘아프리카의 삶’을 차근차근 준비해 갔다. 가지고 있던 유일한 재산인 전원주택을 처분, 선교 자금으로 내놓았고 2010년에는 후원회도 결성되면서 아프리카를 향한 사랑은 보다 구체화 됐다.

말라위는 아프리카에서도 가장 가난한 나라에 속한다. 인구의 약 65가 빈곤의 삶을 살고 있고, 에이즈와 의료시설 부족으로 평균 수명은 37세에 머무르고 있다. 에이즈로 목숨을 잃는 수많은 젊은이들로 인해, 부모 없는 아이들 숫자는 인구의 10에 육박하는 100만 명 정도다. 그런 환경의 척박함, 누군가로 부터의 절박한 도움의 필요성은 김청자씨 마음을 말라위로 이끌었다.

“7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 40도의 불볕더위와 온갖 불편함을 참아내며 말라위에 살 수 있는 것은 절대적인 하느님 은총이 함께하시기 때문이죠. 저를 통해 전해지는 하느님의 사랑, 그리고 그 사랑으로 이곳 사람들이 행복해 지는 모습을 바라볼 때의 ‘행복 체험’이 이곳에 머물게 합니다. 정말 놀라운 체험입니다.”

당신이 삶을 바꾸었어요

카롱가 도착 후 김씨는 우선적으로 청소년 돌보기에 주력했다. 말라위 인구가 1400만 명인데 그중 청소년들이 70나 되는 현실. 그는 청소년들을 돌보는 몫이 우선적이라 생각했다.

문화적 혜택을 받기 어려운 현실에서 가난과 무지로 인한 문란한 이성교제가 쉽게 이루어져 에이즈 감염이 많은 상황이었고 당연히 출산된 아이들도 에이즈 감염이 많다. 김씨는 교육과 문화생활을 통해 빈곤과 에이즈로 인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싶었다.

그런 배경에서 루스빌로 공동체 수녀들이 운영하는 청소년센터를 인수하는 한편 별도로 세 개의 유스센터를 지어 각종 도서공급 및 악기, 스포츠, 미술 교육 등을 지원하는데 힘을 모았다. 고아원 아이들에게 교육 프로그램도 지원하면서 50명 가까운 아이들에게는 장학금도 지급한다. 서울에서 전시된 어린이들의 그림 및 달력, 카드 들은 그런 과정에서 맺어진 결실이다.

“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먹을 것 입을 것을 지원해 주는 것을 넘어서 아이들 안에 숨겨진 끼와 재능을 발굴하고 끄집어 내주고 싶습니다. 그것을 통해 자존감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요.”

지역 주민 어린이들이 먹고 마실 수 있는 우물도 12개나 마련했다. 뮤직센터 건립 및 고아원 건물을 완성한 것도 큰 성과다. 20여 명의 학생들이 공부하는 뮤직센터를 통해 이미 2명이 한국에 유학 중이고, 또 다시 1명이 장학생으로 선발돼 지난달 한국 땅을 밟았다.

부모도 없이 가난한 환경에서 제대로 배우고 공부할 수 없는 아이들에게 김청자씨는 ‘행복을 가져다주는 마마’다. “마마가 오기 전에는 하느님이 우리들을 미워하는 줄 알았다”는 아이들. “마마를 통해 꿈꾸던 악기를 연주할 수 있고 희망이 생기니 미래가 보이면서, 하느님이 정말 우리를 사랑하시는 것 같다”고 얘기하는 모습에서 김씨는 기쁘고 다행스럽다는 소감이다.

“아프리카에서의 가장 큰 업적이라고도 할 수 있죠. 아이들이 ‘유 해브 체인지드 마이 라이프’(You have changed my life : 당신이 삶을 바꾸었어요)라고 얘기해요. 그럴 때 자긍심이 크죠. ‘그들의 삶을 바꾸어 주었구나’, ‘예술가로서 그들 맘에 들어



가톨릭신문  2013-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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