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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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한국가톨릭문학상 - 시 부문] 인터뷰 / 수상자 김남조 시인

‘시’가 깃드는 것은 하느님의 은혜로운 저력
수상 소식, 소중하고 뜻 깊어
“시 여정안의 절대적 힘은 신앙”
‘교과서 시인’ 수식 송구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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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에게 있어서는 언제나 새로 열리는 문이 있다. 삶의 단계에서마다 그 문을 하나 둘씩 열고 새로운 영토를 다져왔다. 한 편 한 편 써내려간 시는 매순간 새로운 인식, 내면의 눈뜸을 체험한 결실이었다. 이 과정은 나이가 들어도 진행형이다.

덕분에 여든을 훌쩍 넘긴 시인의 연보는 더욱 다양한 시대의 층을 엿보게 한다. 그것은 일제침략기 때 보낸 어린 시절에 이어, 6·25 한국전쟁과 맞닥뜨려야 했던 청춘의 굴곡 안에서도 시인은 서정적 목소리를 길어 올린 시간이다. 화려한 경제발전의 가도, 그 뒤에서 흐르던 땀과 눈물을 누구보다 가슴 시려하며 위로했던 마음이다. 그리고 지금. 시인은 깊이 생명의 은총을 묵상한다. 자살률 세계 1위의 자리에서 내려오지 못하는 한국사회의 현실을 누구보다 안타까워한다. “우리를 비추는 햇빛이나 은혜로움이 상당한 치유력을 갖고 있음을 인식하자”며 위로한다.

“지난 세월, 참 두꺼운 교과서를 읽어온 것 같군요. 긴 시간 살아오면서 하느님과 조국, 겨레, 동시대 많은 이웃들이 더욱 더 귀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남조(마리아 막달레나·86) 시인. 읽는 이들은 그의 작품에 ‘사랑 시편’, ‘신앙 시편’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그의 시를 통해 삶의 위로를, 구원을 향한 희망을, 기도의 힘을 나누어 받았다. 하지만 시인은 “나에게 생각이나 시가 깃드는 것은 나의 능력이었기 보다는 생명 자체인 어떤 분이 주시는 은혜로운 저력”이라고 강조한다. ‘교과서 시인’이라는 수식어에도 ‘감사’ 보다는 ‘송구스러움’이 많다고 말한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시인의 가슴을 갖고 각기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 또한 시심을 나눠가지는 사람 중 한 명일 뿐입니다. 시인은 유명, 무명을 따지는 이가 아닙니다.”

“모든 시인들이 각자 삶의 깨달음과 진실을 시로 쓰는 것과 같이 저의 작품도 그 중 하나의 작은 목소리”라는 것이다. 다만 시인은 “하느님을 향한 여정을 느린 걸음으로 걸어왔고”, 각각의 시는 “그 길을 걸어온 ‘자국’들”이라고 역설한다. ‘하나의 교실과도 같은’ 그 삶 안에서 붙들고 살았던 유일하고도 절대적인 동아줄이 바로 가톨릭정신이라고 고백한다. 그렇게 지난 60년간 내놓은 시는 900여 편에 이른다.

긴 시작(詩作)의 여정은 타인이 품고 있는 고달픈 상처들을 더욱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게 했다. 생명의 선물이 얼마나 은혜로운지, 생명이 얼마나 귀한지 깊이 깨닫게 했다. 특히 가톨릭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시집 「심장이 아프다」에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아픔을 달래고자 하는 마음을 더욱 여실히 내놓았다. 한국가톨릭문학상 수상작으로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작품이라는 평이 이어졌다.

“한국 시단에는 새로운 작품을 내는 시인들도, 상을 받을만한 시인들도 많습니다. 가톨릭문학상 수상은 후배 문인들을 위해서는 사양할만한 일이었지만, 저에게도 매우 소중하고 뜻이 있어 기쁘게 받아들입니다.”

그는 여전히 활기차게 “신이 주신 사랑으로 살고, 모든 ‘시’가 다 사랑을 노래한다는 믿음으로 ‘시’를 쓰고, 또 삶과 믿음으로 ‘미래의 시’를 쓸”(유성호 문학평론가) 겸손한 시인이고 신앙인이다.



김남조 시인은

한국 국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 인물이다. 김남조 시인은 「목숨」 「사랑초서」 「바람세례」 「귀중한 오늘」 등 17권의 시집과 12권의 수필집을 냈다. 콩트집 「아름다운 사람들」을 비롯해 다양한 편저·논문 등도 선보여왔다.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이자 숙명여자대학교 명예교수이며, 한국시인협회와 한국여성문학인회, 한국가톨릭문인회 회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한국시인협회상, 대한민국예술원상, 서울시문화상, 3·1문화상, 만해대상, 일본지구문학상 등을 받았다.

1948년 연합신문을 통해 등단했으나, 첫 시집 「목숨」(1953년)을 본인 문학의 출발점으로 여긴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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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4-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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