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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선교루트 차마고도를 가다] 4 - 따리 불교국에 꽃핀 가톨릭 신앙

바이족 전통 양식 따른 따리성당, 전교원으로 사제 양성에 힘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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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시족 상형문자가 새겨진 암벽 뒤로 옥령쉐산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차마고도의 하늘
   차마고도 하늘은 코발트 빛깔이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하늘은 가까웠고 호흡이 가빠졌다. 격심한 두통과 끊이지 않는 기침이 준비되지 않은 몸을 축 늘어뜨린다. 고산증이다. 구토를 하더니 코피까지 터졌다. 수첩과 카메라만 챙긴 배낭이 점점 더 무거워졌다. 사람만 고산증을 겪는 것이 아니었다. 인스턴트 식품 포장 비닐이 빵빵하게 부풀어 터질듯하고, 화장품은 뚜껑을 여는 순간 주르르 흘러내린다.
 치중(茨中)성당 교우들과 헤어진 일행은 삼대(三代)가 선업을 쌓아야 한번 볼까말까 한다는 매리쉐산(梅里雪山)의 최고봉 카와카보(6740m)를 둘러본 후 바이망쉐산(白茫雪山)과 옥령쉐산(玉龍雪山)을 끼고 진사강(金沙江)ㆍ란창강(瀾滄江)ㆍ누강(怒江)이 3500여km의 아찔한 협곡을 이룬 삼강병류(三江幷流)를 따라 샹그릴라(香格里拉, 옛지명 中甸), 리장(麗江), 따리(大理)까지 강행군을 했다.
 일행을 태운 낡은 승합차는 가파른 비포장 고갯길을 오르내리며 엔진소리를 가쁘게 토해냈다. 발밑은 오금이 저릴만큼 끝이 보이지 않는 천길 낭떠러지였지만 머리위 키낮은 하늘은 몽환적이었다. 코발트 빛 하늘에 유영하는 실크 베일같은 실구름을 보면서 문득 티베트인들의 깊은 눈동자가 차마고도 하늘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14번 국도를 따라 몽환속 세계의 지붕들을 내달리던 일행은 `쿵`소리와 함께 차 천장에 머리를 내찧고는 현실 세계로 돌아왔다. 차 바퀴가 움푹 패인 웅덩이를 치고 올라오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사람만 충격을 입은 것이 아니었다. 차량 하부에 있던 연료통이 찢어졌다. 산속에 갇히지 않기 위해선 어떻게 해서든 새는 기름을 막아야만 했다. 매사가 태평이었던 운전기사도 이때만은 동작이 재빨랐다. 하지만 찢어진 연료통을 테이프로 붙이는 등 누가봐도 어설프고 엉성했다. 보다못한 김상진(성 베네딕도 왜관수도원) 신부가 노구를 눕혀 차량 하부로 들어가더니 수유차 덩어리와 비누를 으깨 그것으로 연료통 틈새를 메웠다. 신기하게도 이 응급처방은 효과가 있었다. 기름이 전혀 새지 않았다. 그래도 못미더워 운전기사에게 도시로 가면 새 연료통으로 교체하라고 거듭 일렀지만 기사는 반쯤 감긴 눈을 하고 씩 웃기만 했다. 결국 우리는 따리에서 운전기사와 헤어질 때까지 수유차 덩어리와 비누로 찢긴 연료통을 응급 땜질한 승합차를 타고 다녀야만 했다.

 
▲ 윈난성에서 가장 큰 티베트 사원인 샹그릴라 쑹첸린 사원이 화려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중국 윈난성(蕓南省)은 최근 샹그릴라- 리장- 따리 등 차마고도 거점을 이루던 도시의 고성(古城)을 관광자원으로 개발하고 있다. 낙후시설이 정비되고, 한족 자본으로 초현대식 5성급 호텔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이 지역 원주민 티베트인들인 장족(壯族)ㆍ나시족(納西族)들은 점차 하층민으로 전락하고 있다. 윈난성 당국이 이 지역 관광산업에 성의 미래를 건다는 구상이지만 그 핵심엔 이들을 `하나의 중국`아래 두려는 정책이 숨어 있다.
 

 
▲ 바이족 전통 가옥 양식에 따라 화려하게 치장돼 있는 따리성당
 
화려한 따리성당
 대리석의 원산지로 알려진 따리는 차마고도와 남방 실크로드의 중간 기착지이다. 삼국지의 제갈공명이 맹획을 칠종칠금했다는 고사의 현장으로도 유명할 뿐 아니라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 불교 미술에 영향을 끼친 남조의 땅이기도 하다. 따리 바이족(白族)은 19세기 중엽 파리외방전교회 선교사들로부터 처음으로 복음을 받아들였다. 고성 남문 지역에 위치한 따리 성당은 대문과 담벽을 화려하게 치장하는 바이족 전통 가옥 형태로 1927년 건립됐다. 성당은 다행히 문화혁명 기간 동안 관공소로 사용돼 큰 훼손 없이 잘 보존돼 지금은 따리시 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성당은 거북 모양의 석조받침대 위에 보를 세워 화려한 단청으로 장식했고, 벽은 루르드 성지와 바이족 풍속을 담은 프레스코화로 꾸며져 있다. 화려한 외형과 달리 성당 내부는 온통 푸른색으로 칠해져 있다. 천장은 금색 별모양 스티커로 장식돼있고, 제단 벽에는 `하느님은 사랑이시다`(天主是愛)는 글이 큼직하게 쓰여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2009-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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