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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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인터뷰] 전 법무부장관 강금실 변호사

세례받고 마음 다스리는 큰 힘 얻어, 외교통상부 여성 인권대사도 역임, 영세 후 ‘겸손’에 대해 꾸준히 묵상, 최근 성지순례기 「오래된 영혼」 발표, 묵상글과 아름다운 그림 어우러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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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금실 변호사는 제55대 법무부 장관으로서 최초의 여성 법무부 장관이라는 수식어를 지니고 있다.
그는 당시 개혁적인 업무추진으로 주목 받았고 특유의 강단으로 ‘강다르크’라는 애칭이 따라 다녔다.
 

페르시아 임금 아하스 에로스의 왕비였던 ‘에스더’는 페르시아에 살고 있던 유다인들을 모두 죽이려 했던 하만의 흉계로부터 유다인을 구했다. 유다인들은 이날을 기려 ‘푸림절’이라고 하는 큰 축제를 지낸다. 그렇게 에스더는 성서 안에서, 또 유다인들에게 극적으로 민족을 구한 수호자 이미지다. 여왕이라는 부드러운 인상 안에 숨겨진 내적인 강인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에스더’ 세례명을 지니고 있는 강금실 변호사. 에스더 성녀에 대해 “직접적인 액션보다 문화적 우회적 방법으로 상대방 마음을 움직이고 설득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지혜로운듯 하다”며 “배울 점이 많다”고 했다.

제55대 법무부 장관으로서 최초의 여성 법무부 장관이라는 수식어를 지니고 있는 그는 당시 개혁적인 업무추진으로 주목 받았고 이후에도 외교통상부 여성인권대사, 통합민주당 선대위원장 등을 맡으며 특유의 강단으로 일을 처리하면서‘강다르크’ 라는 애칭이 따라 다녔었다. 그의 이력과 이미지 속에 에스더 성녀의 인상이 어느 정도 오버랩 되는 듯했다.

최근 그는 「오래된 영혼」이라는 책을 내놓았다. 이탈리아 성지순례 이야기다. 로마 바티칸의 성베드로 대성당을 비롯, 베네딕토 성인의 수비아코, 프란치스코 성인의 아시시, 카타리나 성녀의 시에나 등을 순례하며 묵상한 내용들이 당시 여러 한국 상황에 대한 감상의 편린들과 함께 잔잔히 펼쳐지고 있다. 2009년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이 문화 탐방 프로그램 일환으로 마련한 성지순례에 참여한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글을 쓰려니 그리스도교의 역사상 중요한 사도와 성인들을 두루 언급해야 하는데 짧은 신앙적 연륜에 당혹스러운 면이 없지 않았으나 책을 쓰기 위해 뒤척이고 고민했던 시간이 의미 있었다”는 그는 “그 과정을 통해 교회에 대한 지식도 늘었고 공부를 많이 할 수 있어서 자신을 위한 좋은 기회가 된 책”이라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성인의 발자취가 깃들어 있는 아시시를 충분히 돌아보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알려진대로 2004년 법무부 장관 재직 시절, 본인의 표현으로 ‘다소 늦은 나이’에 세례를 받았다. 법조인들을 위한 예비신자 교리에 성서 공부 차원에서 참석한 것이 실마리가 됐다. 이후 법무부 장관을 지내면서 영세 권유를 받고 ‘한 달을 망설인 끝에’ 세례 받기를 결정했다. 책을 통해서도 밝혔듯 ‘이미 적극적으로 알려고 노력하여 한번 깊이 느껴지는 어느 한 지점에 닿고자 하는 열망이 진행중’이었고 또 ‘내면을 다스리기 위한 이유뿐 아니라 지상의 권력에 대한 깊은 회의에서 예수의 죽음에 관심이 쏠렸기 때문’이었다.

강 변호사는 본인의 산문집을 통해 이날의 느낌을, ‘무척이나 사랑받는 사람인 것이 느껴졌고 십자가 짊어진 삶을 기꺼이 따르겠다 했는데 사실 지키기에 참 힘든 약속을 했다’고 토로한바 있다.

그런데 ‘세례를 받고 보니 참 좋다’고 했다. ‘이전보다 많이 차분해지고 너그러워진듯 한 느낌’이고 ‘무엇보다 마음이 산란해지지 않는 것이 달라진 점’이라고 들려줬다.

“미사참례나 피정, 성경묵상 등을 통해 마음을 다스려 나가는 큰 힘을 얻고 있어요. 살아가면서 화도 나고 속상한 일도 생기고 그로 인해 마음이 갈팡질팡하는 것을 겪기도 하지만 미사시간 성경 말씀이나 강론 말씀 등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 다거나, 마음이 가라 앉혀지는 것을 느낍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삶의 모습을 나름대로 잘 가다듬고 좀 묵직해지도록 하는 힘과 도움을 받는 것 같습니다.”

신앙에 대해 대화 주제가 옮겨지자 강 변호사는 “가톨릭 신자로 살아가며 ‘영성’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면서 ‘듣는 자세’와 ‘겸손’에 대해 많이 묵상을 하게 된다고 했다. ‘듣는 연습을 많이 하는 것이 하느님께 가는 가장 겸손한 방법일 것 같다”는 것, 그래서 결국 “신앙생활의 중요한 자세는 겸손인 것 같다”는 얘기였다. 최근 부산의 한 수녀원을 방문한 기회에 수도자들의 성무일도 기도와 성가 속에서 그런 ‘겸손함’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무척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오래된 영혼」에서 그는 듣지 않는 세태에 대해 심경을 밝힌바 있다. “성경을 보면 예수가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라는 구절이 자주 나오는데, 이것도 제발 좀 알아들으라는 간곡한 요청으로 들린다. 우린 생각이 바쁘고 마음이 복잡하다. 하느님 말씀은커녕 사람의 말도 잘 듣기 어렵다. 사물을 대할 때나 사람을 대할 때, 그저 내가 갖고 있는 사고의 틀로만 받아들이려고 하며, 사실 잘 듣질 않고 산다”고. ‘듣는 연습’과 ‘겸손’을 강조한 뜻이 되살펴지는 부분이다.

좋아하는 성경 구절을 묻자 마태오복음 6장 25~27절에 나오는 ‘너희는 무엇을 먹고 마시며 살아갈까 또 몸에는 무엇을 걸칠까 하고 걱정하지 말아라’는 글귀를 꼽았다. “많은 이들이 먹을 것, 입을 것에 대한 걱정이 첫 걱정이고, 그 걱정에 매달려 사는데 걱정하지 말라는 말씀이 위안을 준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언젠가 피정에서 들은 강론내용을 이야기했다. “재물에 대한 집착은 안정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인데, 그렇게 볼때 재물에 대한 욕심을 놓고 하느님을 선택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불확실한 삶에 대한 선택일 수 있겠죠. 하지만 그 말씀은 재물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하느님을 선택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불투명한 삶에 대한 불안을 내려 놓으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하더군요. 마음에 많이 와 닿았던 기억이 납니다”.

인간사회에 대한 근원적 의문을 해결하고자 하는 관점에서도, 예수와 사도들의 이야기에 대해 더욱 공부할 필요성을 느낀다는 강 변호사는 특히 앞으로 성경을 좀 더 공부해 볼 예정이다.

최근 구제역과 관련한 글을 쓰다가 창세기에 ‘땅은 너 때문에 저주 받으리라’(창세기 3,17)는 구절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그는 “이전에는 그냥 지나치며 봤을테지만 현 사회의 문제들을 비추어서 성경 구절들을 곱씹어 보니 그 내용들이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라며 “시대와 해석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고 볼수록 묵상할 내용들이 새롭다”고 했다.

신앙인 강금실 변호사의 모습이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가톨릭신문  2011-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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