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9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군종사제 훈련동행기] 육군3사관학교 각개전투교장 탐방

이마엔 땀방울 송글송글... 9주 훈련 받고 장교 임관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 군종교구장 유수일 주교가 17일 육군3사관학교에서 훈련 중인 신부들과 악수하며 격려하고 있다.
 
 군대를 두 번 가는 남자. 군종사제를 두고 하는 말이다. 신학교 때 한 번, 군종사제가 되기 위해 또 한 번….
 
 경북 영천에 있는 육군3사관학교는 가톨릭뿐 아니라 군종장교가 되려는 여타 종교 성직자들이 모여 9주 동안 함께 훈련을 받는 군종장교의 요람이다.
 
 군종교구장 유수일 주교가 교구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육군3사관학교를 방문했다. 군종장교가 되고자 훈련에 여념이 없는 예비 군종장교들을 격려하기 위해서다. 유 주교와 함께 훈련 현장을 돌아봤다.



 "훈련은 전투다! 각개전투! 훈련은 전투다! 각개전투!…"
 
 17일 경북 영천시 육군3사관학교 각개전투교장에서 훈련을 받는 장병들 함성이 우렁차다. 한국군의 주력 개인화기인 K2 소총을 손에 쥔 장병들은 각 코스로 나눠 실시하는 각개전투 훈련을 받느라 거친 숨을 내쉰다. 각개전투는 병사들이 전투 상황에서 조건반사적 전투력을 발휘하기 위한 동작을 숙달하는 교육이다.

군에 두 번 입대한 경력
 
 얼굴엔 검은색 위장 크림을 발라 가까이서 봐도 누구인지 분간도 쉽지 않은 장병들은 소총을 움켜쥔 채 훈련에 임한다. 손은 햇볕에 검게 그을렸고 상처투성이다.
 
 교관들은 5월이라 훈련받기 가장 좋은 날씨라고 하지만 5월도 5월 나름이다. 한낮엔 30℃ 가까이 기온이 오르는데다 훈련이 야외에서 이뤄지다 보니 이마엔 땀방울이 송송 맺히고, 속옷은 축축하게 젖어온다. 훈련장에서는 녹음된 총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곳곳에서 연습용 수류탄이 터져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 철조망 통과와 사격은 기본 중의 기본.
 
 이날 훈련 중인 장병 66명은 천주교 신부 16명을 비롯한 4개 종교 성직자들이다. 개신교 목사가 35명으로 가장 많고, 불교 승려 14명, 원불교 교무 1명이다. 이들은 육군 장교의 50 이상을 배출하는 육군3사관학교 군종사관 69기. 군종사관 후보생  신분으로 훈련 4주차인 이들은 총 9주간의 훈련을 마치면 6월 24일 임관식을 거쳐 군종장교로 복무하게 된다.
 
 얼굴을 가릴 정도로 빨간모자를 푹 눌러쓴 훈련장 조교들은 신부건 스님이건 목사이건 봐주는 게 없다. 조카뻘되는 사병 조교가 얄미울 정도다.
 
 한 조교가 "목표지점을 넘어 돌격하라고 했는데, ○번 후보생 왜 돌격하지 않습니까? 다시 실시!"하고 명령했다. 해당 후보생은 그저 "실시!"하고 외치며 힘든 동작을 반복할 따름이다.
 
 서울ㆍ대전ㆍ광주ㆍ의정부 등 각 교구에서 온 신부 16명은 모두 군에 두 번 입대한 영광스런(?) 경력의 소유자들이다. 타 종교 후보생 중 군필자는 2명뿐이다. 게다가 신부들이 나이도 한참 많아 훈련장 분위기를 주도한다. 몸이 예전 같지 않다고 엄살도 부리지만 신부들은 맏형으로서 더욱 이를 악문다. 동기인 목사와 교무, 스님들과 온종일 몸을 부대끼며 훈련을 받다 보니 종교 간 벽이 생길 수 없다.

 

 
▲ 장원석(서울대교구) 신부가 각개전투 훈련에 앞서 사잔촬영에 응하면서 웃음을 짓고 있다.
 


종교 시간이 가장 달콤
 
 일과는 새벽 6시 기상으로 시작해 밤 10시 취침으로 끝난다. 사제들은 매일 훈련을 마치면 3사관학교 내 바실리오성당에 모여 미사를 봉헌하는 것으로 일과를 마무리한다.
 
 69기 사제 대표 고근석(광주대교구) 신부는 "힘든 훈련으로 심신이 모두 지쳤지만 무사히 훈련을 마치면 군종사제로 사목활동을 펼칠 수 있는 날이 온다"면서 하얀 이를 드러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날은 사제뿐 아니라 66명 성직자 모두에게 특별한 날이었다. 군종교구장 유수일 주교가 훈련 중인 사제와 성직자들을 위로하고자 각개전투장을 방문한 것이다. 지난해 교구장으로 착좌한 유 주교가 군종 사제가 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신부들의 훈련장을 찾은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유 주교는 성직자들에게 "여러분은 장병들을 위한 영적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이 자리에 모였다"며 "어렵고 고되며 때로 고통스러운 훈련이지만, 그 속에서 많은 배움을 얻어 훌륭한 장교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매일 일과 중에 있는 20~30분의 종교 시간이 가장 달콤하다는 김광수(대전교구) 신부는 "`내가 힘든 군대에 왜 왔을까?`라고 하기보다는 `하느님께서 나를 군대로 부르셨다`는 소명을 깨달으려는 마음으로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이힘 기자 lensman@pbc.co.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1-04-24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5. 19

시편 103장 1절
내 영혼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내 안의 모든 것들아, 주님의 거룩하신 이름을 찬미하여라.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