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없는 사람들
▲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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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문화 활성화와 복음화를 목적으로 (재)서울가톨릭청소년회가 운영하고 있는 가톨릭청년회관 ‘다리’(이하 다리)는 공연을 기반으로 한 청년 복합문화공간이지만, 청년들의 신앙 배움터라는 정체성만큼은 흔들림이 없다. 지난 3월 25일 다리의 첫 프로그램이자 오프닝 파티인 ‘다리의 봄’을 선보인지 4개월, 다리에 여름이 찾아왔다. 지난봄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통해 청년을 만나온 다리가, 잎이 무성해지는 여름을 맞아 정기공연 첫 번째 시리즈를 마련했다. 연극 제목은 ‘없는 사람들’. 연출은 가톨릭청년회관 관장 유환민 신부(서울대교구 청소년국 차장)가 맡았다. 다리가 첫 번째로 선보이는 연극 ‘없는 사람들’은 다리가 위치해 있는 서울 동교동 인근 ‘작은 용산’이라 불리는 두리반 식당의 강제 철거와 이에 대해 531일간 저항해온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모티프를 따온 철거촌 이야기다. ‘철거촌’이라고 하면 과거 1960~70년대 이야기일 뿐 우리와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철거촌’은 지나간 역사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수많은 재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현재에도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오늘의 이야기다. 다리가 위치해 있는 홍대 거리에서 몇 개의 거대한 빌딩을 지나 8차로 도로를 건너기만 하면, 11세대의 세입자들의 보금자리였던 두리반 철거촌을 마주칠 수 있다. 힘 없고 백 없고 돈 없는 이들은 우리와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분명히 ‘있는(존재하는)’ 사람들이지만 동시에 우리에게 ‘없는 사람들’이다.
다리의 초연작인 ‘없는 사람들’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잊혀진 존재들의 이야기, 잊혀진 상처와 잊혀진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 없는 사람들의 질문
▲ 연출을 맡은 가톨릭청년회관 관장 유환민 신부는 연극 ‘없는 사람들’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잊혀진 존재들의 이야기, 잊혀진 상처와 잊혀진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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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에 7000만원이 들어갔는데 2000만원만 받고 나가라고요? 여러분이라면 이런 경우에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TV에서 아프리카 기린 이야기를 봤어요. 초원이 사막화되면서 기린들이 살기가 어려워지자, 수천 만원 하는 장비를 들여 기린을 초원으로 이주시키는 이야기를 보면서 감동 받다가 문득 화가 났어요. 그럼 우린 뭔가요?”
“용역들이 들이닥쳐 순식간에 제가 살던 집을 허물었어요. 제가 그 안에 있었는데도 없는 사람인 듯.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어요…. 이런 게 사는 건가요? 제대로 사는 게 뭔지는 모르지만 그런 거에 대한 느낌 자체가 없어요. 원래 혼자였지만 이젠 정말 혼자란 생각이 들어요.”
“재개발이 오히려 손해가 된다는 걸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이런 고통은 없었을텐데…. 우린 왜 모든 게 지나간 다음에 알게 될까요?”
없는 사람들은 집을 잃고, 집에 얽힌 추억을 잃고,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삶에 대한 희망도 잃은 얼굴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지금 당신은 무얼 하고 있습니까” 하고.
# 다리를 건너 오세요
연극 ‘없는 사람들’은 철거촌 주민 이야기를 닮은 사회극을 넘어선다. 종교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강한 복음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직접적이면서도 전혀 직접적이란 느낌이 들지 않게, 복음적 가치를 부드럽게 연극 속에 담아냈다. 극중 사제는 십자가 앞에 앉아 “주여, 저는 너무 많은 것을 봤습니다. 죽은 고양이의 시체, 불안과 공포에 떠는 사람들, 머리에 피를 흘리는 사람, 모욕당하고 분노한 얼굴…왜 저에게 이런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