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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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갈라완, 의료 환경봉사 현장을 가다 (상)

환우에 대한 열정·사랑으로 열악한 환경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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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한국천주교살레시오회(관구장 남상헌 신부)와 (사)MGU(Members for Global Union, 말구유나눔회, 이사장 김용인 루카)가 함께 주관한 해외의료·환경봉사활동이 7월 30일~8월 7일 필리핀 갈라완(Calauan) 지역에서 펼쳐졌다. 의사, 간호사, 대학생, 고등학생으로 이뤄진 47명의 봉사단은 이곳에서 의료팀, 환경팀으로 나뉘어 진료·방역·교육 등의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봉사단이 문화도 언어도 다른 필리핀의 소외된 이웃들과 사랑을 나눈 8박9일간의 현장을 3회에 걸쳐 소개한다.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남쪽으로 약 70km 떨어진 갈라완 지역. 약 6000가구가 거주하고 있는 이 지역은 필리핀의 저소득층들이 이주해 살고 있는 지역으로 살레시오회의 신부와 수사가 파견돼 지역의 사목·교육 활동을 벌이고 있다. 국제해비타트(Habitate for Humanity)에 의해 집이 건설돼 여러 지역에서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 이주해왔지만 이 지역에 있는 진료소는 단 한 곳뿐. 그마저도 상주하는 의사도 없고 시설도 갖춰지지 않았다. 주 2회 자원봉사로 오는 의사들이 최소한의 진료를 해주고 있을 뿐이다.

힘겹게 설치한 임시진료소

7월 31일. MGU의 의료봉사팀은 의료시설 설치를 위해 임시진료소 자리를 찾고서는 말을 잊었다. 의료장비를 가동할 전기도, 의료기구를 세척할 물도 없었다. 무성한 풀숲에 덩그러니 놓인 건물, 빗물이 새어 들어오는 간이지붕은 야전을 방불케 했다. 어렵게 구해온 발전기도 연달아 고장을 일으켜 3번이나 교체하고서야 설치를 할 수 있었고 물은 빗물과 생수를 사용했다. 10회에 걸쳐 제3국에서 해외 의료봉사를 해온 베테랑이건만 이런 열악한 환경은 처음이었다. 그러나 포기할 수는 없었다. 임시진료소 설치현장을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는 필리핀 어린이들의 맑은 눈망울을 봐서라도 해내야만 했다.

“Doctor! Doctor!(의사! 의사!)”

의료기구 설치로 바쁜 와중에 급히 의사를 찾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의사가 있다는 것을 어디서 전해 들었는지 구급차가 임시진료소를 찾아온 것이다. 오토바이 사고로 다친 환자는 아무런 응급조치도 받지 못한 상태였다. 이 지역의 유일한 구급차에는 최소한의 구급장비조차 없었던 것이다. 다행히도 큰 외상없이 팔이 빠진 것뿐이었지만 뼈에 신경이 눌려 환자는 고통에 신음하고 있었다. 병원까지 가려면 차로 1시간 30분도 더 걸렸다. 아직 진료가 시작되지 않았지만 고통에 신음하는 사람을 두고 볼 수 없었다. 의료팀은 아직 다 풀지도 못한 짐 꾸러미에서 발 빠르게 진통제, 주사 등을 가져와 치료했다. 그제야 환자는 평안한 얼굴을 할 수 있었다.

수술실에 팽팽한 긴장감 감돌아

8월 1일. 진료 첫날이었다. 진료소에 찾아온 토마스 씨의 오른쪽 어깨에는 주먹만 한 혹이 있었다. 혹의 정체는 지방종. 15년 전부터 조금씩 커져 토마스 씨는 편히 누울 수도 없었다. 작을 때 치료했으면 간단하게 끝났을텐데 왜 지금까지 치료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돈이 없어 의사에게 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야전과도 같은 임시수술실의 첫 수술은 그렇게 시작됐다. 수술에는 작은 오염도 치명적이기에 위생환경이 열악한 임시 수술실에는 여느 수술실보다도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날 치른 수술은 8건. 다른 지역진료 일주일 분의 수술이었다. 이번 진료기간에는 30여 건에 달하는 수술에 평소의 배나 챙겨온 소독제도 떨어져 현지에서 어렵게 추가분을 조달해야 했다.

고혈압 환자들 많아

필리핀은 음식과 환경의 영향으로 고혈압 환자가 많은 편이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워 좋은 음식을 먹지 못하는 갈라완 지역 사람들 중엔 고혈압 환자들이 많았다. 내과를 담당한 이길환 원장은 “수축기 혈압은 정상이 120mmHg 이하로 240mmHg가 넘는 것은 1년에 한 번 보기도 힘든데 여기서는 하루에도 5~6명을 진료했다”며 “걸어 다니는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는 고혈압 환자들이 치료를 통해 혈압이 떨어져 편해지는 걸 보고 행복을 느꼈다”고 전했다.

매일 가장 늦게까지 진료를 하던 곳은 치과였다. 치아예방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갈라완 지역에는 치과 환자가 대부분이었다. 이곳에서의 가장 많은 치과진료는 흔히 생각하는 썩은 이의 치료가 아니라 치아를 뽑는 ‘발치’였다. 이미 다 썩고 부러져 몇 개 남지 않은 치아가 불편해 뽑기를 원하는 것이다. 의료팀에는 치기공사도 있고 임시치아를 만들 수 있는 준비도 돼 있었지만 치아가 전혀 남아있지 않은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다. 치과를 맡은 강희인 원장은 하루에 70명이 넘는 환자를 진료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가능한 한 모든 사람에게 임시치아를 해주고 싶다”며 단 한 사람이라도 더 치료하고자 하는 의지를 밝혔다.

총 1526명 환자 진료

MGU 의료팀은 하루 최대 377명, 총 1526명의 환자를 진료해 지금까지 해외의료봉사활동 중 가장 많은 인원을 진료했다. 10회에 걸친 해외 진료봉사 경험을 바탕으로 준비가 철저해졌고 해외 진료봉사 참가 경험자들이 늘어 능숙한 진료가 가능했던 것이다. 전자의무진료차트 ‘예그리나’의 역할도 컸다. ‘예그리나’는 무선랜을 활용해 접수부터 예진, 진료, 검사, 투약에 이르는 과정을 신속하게 파악·진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MGU가 자체적으로 제작, 해외진료 시 활용하고 있다.

또 이런 성과는 현지인들과의 협동 없이는 불가능했다. 먼저 필리핀 살레시오회 구성원들의 사전준비로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었던 약품, 의료기구의 세관검사를 손쉽게 통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않아 영어가 통하지 않는 갈라완 지역 사람들과의 통역을 위해 돈보스코학교 출신의 자원봉사자들이 개인적으로 휴가를 내가며 통역봉사를 했다. 또 발전기, 의자, 탁자, 천막 등 진료소 설치에 필요한 장비들도 빌릴 수 있었다. 갈라완 지역에 파견된 살레시오회 소속 파블로 신부는 “갈라완 지역을 돕기 위해 온 분들께 감사한다”며 “의료팀과의 협동을 통해 지역주민들에게 가난하다해서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나눌 줄 아는 정신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 후원 758401-04-006021 국민은행 (예금주 (재)한국천주교 살레시오회)


 
▲ 의료봉사자가 아이의 입 속을 살펴보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1-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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